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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병원 시즌 II'를 기대하면서

'종합병원 시즌 II'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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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4.14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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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4년)

몇 년전까지도 의학 드라마는 흥행 보증수표였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의학 드라마는 '사랑이 꽃 피는 나무'다.

최재성·최수지·손창민·이상아가 출연하였고 최수종·이미연을 하이틴 스타로 자리매김하게 한 청춘드라마로 의대생들의 따뜻한 사랑이야기 속에 힘든 의대생활을 잘 녹여냈다.

본격 의학 드라마라고 할 수 있는 것은 94년경 방송되었던 '종합병원'이다. 당시 고3이었던 필자도 이 드라마를 보면서 의학도가 되는 꿈을 키웠다.

독사로 불리던 치프가 아래 연차의 '조인트 까는' 모습을 보며 '어이구, 말로 하면 안 되나? 잠을 못 잤으니 실수를 하지'하면서 안타까워 하셨던 어머니는 마치 고등학생인 아들이 벌써 레지던트가 되었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똑똑하고 정의감 있는 이재룡, 활발하고 생명력 있는 외과 의사 신은경, 철없는 오렌지에서 점점 의사가 되어갔던 구본승 등 하나하나의 캐릭터가 의사에 대한 동경을 심어 주었다.

사실 전광렬도 한의사이기 전에 이 드라마에서 의사였다. 안재욱·김희선이 주연하고 김정은·차태현의 인기 발판이 되었던 '해바라기'가 의학 드라마의 뒤를 이었다.

특히 루게릭 병에 걸렸으면서도 웃음과 여유를 잃지 않았던 신경외과 레지던트역의 안정훈의 연기는 잔잔하고 진한 감동을 주었다.

이후에도 장동건·손창민이 주연한 '의가형제'가 의학 드라마의 흥행을 이어갔다.

하지만 의학 드라마 불패 신화는 2000년에 깨졌다. 감우성·김상경·이승연이 주연한 '메디컬 센터'는 관록 있는 프로덕션에서 오랜 기간 기획하였고 완성도도 수준이상이었다.

이전의 흥행 공식을 그대로 따랐음에도 제대로 된 시청율 한번 기록하지 못하고 조기에 종영하게 된 것은 파업이라는 어수선한 상황과 맞물려 민심이 더 이상 열심히 진료하는 의사도 고운 시선으로 봐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도 다른 국민들 정도로 의사를 싫어한다." 감우성의 인터뷰는 당시의 정서를 잘 반영하였다.

그 후로 대한민국에 이렇다할 의학드라마는 없었던 것 같다. 대신에 국민들은 '허준'이라는 한의사에 열광하였다. 물론 의학 드라마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지는 않는다.

가장 아쉬운 것은 그렇게 멋진 의사도, 이쁜 간호사도 없고 그렇게 연애를 할 여유도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의학 드라마에서 자신을 희생하면서 환자를 돌보는 의사를 보게 되고 감동하고 위안 받는다.

아무리 독사같은 의사라도 결국은 환자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 의학 드라마 속의 의사의 모습이다.

최근 종합병원 시즌 II를 제작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공공의 적을 만들어내는 정부의 정책 속에 어느 덧 적으로 정의되고 있는 것 같고, 크고 작은 의료사고와 분쟁 속에서 인술은 고사하고 의술 역시 의심받고 있는 현실에서 국민들이 의사 이야기를 보고 싶어 할 지 걱정이다.

혹시 기획단계에서 무산되는 것은 아닐까 우려가 된다. 종합병원이 꼭 제작됐으면 한다.

의협이나 의사 단체도 여러 채널을 통해 기획 단계부터 같이 참여할 수 있었으면 한다. 모 신문 칼럼에서 주장했듯 의협 100주년 기념사업으로도 좋은 아이템이 될 것 같다.

제작비를 보탤 수 있다면 ER수준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검증된 의학지식이 반영될 수 있을 것이다. 제대로만 만들어지면 신뢰받는 의사상을 만드는 효자 노력을 톡톡히 할 것이다.

또한 현재 의료제도의 모순과 문제에 대해 비판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허 준에게 빼앗긴 국민 주치의의 자리를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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