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전남대병원 내과4)
호주에 가서 보고 느꼈던 것에 대해 글을 써볼까 한다. 호주는 사회보장제도가 잘되어 있었지만 내 눈에 비친 호주란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거액의 출산장려금, 육아지원금, 평생 무상의료, 노후에는 국민연금 등이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이 제대로 갖춰졌지만 사회보장 선진국이라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인상적인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나를 감동시킨 내용은 아주 간단하고 기본적인 것이었다. 바로 자국 국민을 가장 좋은 공기 속에서 가장 좋은 음식을 먹고 가장 좋은 체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시시해 보일지 모르지만 이 목표를 위해 호주 정부가 기울이는 노력은 아주 대단했다.
호주에는 2차산업이 거의 없다. 1차·3차 산업으로도 충분히 먹고 살수 있기 때문이겠지만 공해에 무척 민감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호주에서 생산하는 제일 좋은 등급의 축산물과 농산물 등은 수출을 억제하여 최대한 자국민들을 먹이고, 영양이나 위생관리에 취약한 학교급식 대신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먹게 하고 대신 정부에서 아이들의 식비를 지급한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주 1일은 온종일 운동장에서 체육수업을 통해 마음껏 뛰놀 수 있고, 노인들은 매일 시에서 운영하는 게이트볼장에 가서 운동하면서 즐기다가 정부에서 주는 용돈까지 받아간다.
얼마 전에 우리나라에서는 한 식품업체에 위탁 급식한 학교급식을 먹고 단체로 식중독이 발생하는 사건이 생겼다.
또 매일같이 인터넷에서는 부실한 학교급식에 대한 제보사진이 줄줄이 올라오고 있다.
문제가 이렇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학부모가 대부분 부담하는 얼마 안 되는 식대로는 위탁업체의 적자를 면하기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병원 식대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부실해진 병원 식단에 대한 한 방송사의 보도가 있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각종 언론, 인터넷 매체, 사회단체 모두가 한 목소리로 의사의 부도덕성과 상술에 환자들이 병들어 간다고 외쳤다.
거기에 정부는 한술 더 떠 부실 급식 병원의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상태다.
병원 식단 부실화가 전적으로 병원과 의사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국민이 부실한 식사를 하고 있다.
그것도 가장 좋은 밥을 먹여야 할 학생들과 환자들이 말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비난은 급식 위탁업체와 병원에만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내 생각엔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의 '싼밥 정책'에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요새 병원식대와 관련해 정부가 병원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환자가 잘 치료받는 것보다 밥을 싸게 먹는데 더 관심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지난 4월 대한전공의협의회에서는 전공의에게 주 80시간 근무만이라도 지켜달라고 성명서를 발표했으나 이후에 근무시간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정부가 국민들의 건강을 위한다면 의사들의 건강부터 지켜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우리나라가 의료선진국으로 가려면 여러 가지가 필요하다 돈도 필요하고 제도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러기에 앞서 정부는 국민들이 잘 먹고, 잘 쉬고, 잘 치료받는 것에 대해 더 고민을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