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결정시 견제 도구 확보가능" 판단한 듯
향후 협상서 특허권 등 '실익챙기기' 주력 예상
미국측이 한국정부의 약제비절감안, 그 중 포지티브리스트시스템에 대해 '수용의사'를 밝혀옴에 따라 한미FTA 협상에 급진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측이 포지티브시스템에 대한 '양보'를 조건으로 "우리 요구사안도 수용하라"며 한국측을 더욱 압박할 것으로 보여 향후 협상에 난전을 예고하고 있다.
◆포지티브 반대한 건 실익챙기기 위한 생색내기(?)
1, 2차 협상을 통해 이 제도 도입을 강력 반대했던 미측이 갑작스레 태도를 바꾼 데는 대략 두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우선 이 제도가 많은 선진국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한국정부가 매우 강력한 시행의지를 보이고 있어 끝까지 반대할 명분이 적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향후 협상에 따라 미국측 구미에 맞게 어느정도 '수정'시킬 여지도 있다고 본 듯하다.
실제로 미측은 포지티브시스템의 골격인 '약가 협상방식 변화'에 관해, 약가 결정 위원회에 미국계 제약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요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제성 평가를 통한 등재여부 판단' 부분에서도 리스트서 제외된 의약품 재심사 과정에 미제약사의 참여를 보장해 줄 것을 원하고 있다. 게다가 이런 논의는 한국측에 의해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미측 포지티브 인정→한국측 미국요구 수용이란 시나리오가 이미 마련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낳고 있다.
한편 미 제약사들의 질 높은 의약품들이 리스트에서 제외되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 역시 어느정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내 상위 다국적사들은 자사의 제품들이 제외될 것을 우려하기 보단, 약가를 제대로 받지 못할 수 있단 부분에 더 집중하는 분위기다.
두번째로, 1, 2차 협상을 통해 강력히 반대 의사를 표명한 후 '양보'로 급선회 함으로써 한국정부 압박의 명분을 찾고, 보다 실질적이며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관철시키는 편이 이득이라는 계산을 했다는 분석이다.
미측이 한국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사안들은 ▲통상 20년인 특허보호기간 연장 ▲특허기간 동안 제네릭 허가 금지 ▲혁신적 신약 범위 확대(실질적 약가인상) ▲약가 재평가제도 폐지 ▲제네릭 가격 오리지널 50% 수준으로 인하 등으로 요약된다.
결국 특허권 연장 등 굵직하고 매우 구체적인 사안들에서 한국측의 양보를 이끌어내고, 동시에 포지티브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보다 무조건 반대보다는 이익이란 계산을 한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정부, 쉽게 양보할까?
미측이 입법예고 기간을 연장해 줄 것을 요구했다는 일각의 관측과 실제 이례적으로 60일의 예고기간이 주어졌다는 점(통상 20일이었다면 FTA 3차협상 이전에 종료됨), 그리고 1일 김 정책관이 밝힌 바와 같이 '입법 연기'가 포지티브 수용의 전제조건이라는 점 등에서 미측은 9월 5일 워싱턴에서 개최될 3차협상까지 최대한 협상시간을 벌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특허권 연장 등 사안은 한국제약업계나 여러 시민단체들의 저항을 불러올 것이 자명한 민감한 문제이므로 한국정부로선 쉽게 받아들일 만한 사안이 아니다.
게다가 이런 요구들이 받아들여진다면 포지티브시스템을 도입하고도, 획기적으로 약제비를 줄이겠다는 계획에 훼손이 불가피하므로 일종의 딜레마에 빠졌다고도 볼 수 있다.
결국 한국측은 미측의 요구를 일괄적으로 받아들이기 보단 또다른 중재안을 내놓을 개연성이 크므로 3차협상에서 양국간 의견 충돌 및 한국내 반대 세력과 정부와의 팽팽한 신경전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