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들에게 빼앗긴 아토피, 의사가 가져와야!
한의사들에게 빼앗긴 아토피, 의사가 가져와야!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06.09.20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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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낙 가천의과학대 총장

이성낙 가천의과대학 총장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총장님 특유의 '멜빵'패션과 미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애정 등이 그를 특별하게 하는 것들이다. 미술계 인사들과의 각별한 친분과 두터운 인맥 역시 타 의대 장들과 구별되는 특별함이다.

거기다 몇 년전부터 이 총장의 특별한 관심사가 하나 더 추가됐다. 바로 화장품 만들기. 어떻게 보면 다른 독특한 취미들에 비해 피부과 의사로서의 자신의 분야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보인다. 특히 개발된 화장품들이 모두 피부 질환 치료를 대상으로 하는 화장품이며 피부과 병의원에서만 살 수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화장품에 대한 이 총장의 각별한 관심과 흥미는 화장품을 잘만 만든다면 스테로이드 등 부작용 우려되는 의약품들 치료에 앞서 적용해 볼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물론 의사들이 의학적인 판단에 의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화장품 개발은 그의 작은 취미에서 비롯됐다. 임상실험실에서 이런 저런 원료를 섞어 만들던 취미가 2000년대 아주대 의무부총장 시절 산학벤처회사인 '아주의대벤처메딕스'를 설립하며 본격적인 흐름을 탔다. 처음 생산한 것은 여성용 세정제였는데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기능성 화장품들을 생산하며 액취증와 여드름 증상의 개선 효과가 뛰어난 화장품들이 연달아 출시됐다. 그리고 최근 급격히 늘고 있는 아토피 환자들을 위한 아토피화장품 '아토닉스(ATONIX)'를 출시했다. 이 총장은 여드름이나 액취증 화장품보다 아토피 화장품 출시에 더욱 각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독일에서 의학공부를 한 피부과 의사로서 선진국형 피부병인 '아토피'를 누구보다 일찍 접할 수 있었고 귀국 후 아직 저개발국가였던 한국에 돌아와서 당시 불모지나 다름없던 아토피 연구가 뿌리 내리게 했던 것이 바로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국 아토피 질환 치료에 일종의 채무의식을 갖고 있다.

 

 ■ 아토피는 선진국병, 의사가 나서야  

그런 이 총장은 최근 아토피 치료가 한의사들의 전유물이 된 것 같아 안타깝다며 의사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당부했다. "아토피가 한방에서 치유할 수 있는 질환으로 인식, 일종의 전문화가 됐다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물론 한방에서 아토피가 잘 치료된다면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환자에게 또 다른 고통을 안겨주는 결과를 낳는다는 점에서 의사들이 심각하게 생각하고 반성해야 할 입니다." 특히 모 정당에서 아토피를 사회 양극화의 산물로 오도하며 '아토피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이를 정책적으로 해결하려 하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큰 우려를 나타냈다. "아토피가 사회 양극화의 산물이라면 복지정책이 잘 돼 있는 스위스나 일본, 노르웨이 등이 아토피로 인해 사회적인 문제까지 겪고 있는 현상을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아토피는 일종의 선진국병으로 적절한 피부 보습을 가능하게 해 준다면 좋은 치료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이번에 출시하는 아토닉스는 아토피 치료를 위한 보습 연고제가 오히려 악화 반응을 일으켜 의사들의 운식의 폭을 좁히는 환자에게 좋은 치료 보조제가 될 것으로 그는 기대하고 있다. "아토피를 겪고 있는 피부는 대부분 대단히 민감한 피부들입니다. 이 때문에 개발한 화장품은 다른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4무 원칙'을 철저히 지켜 개발했습니다." 4무 원칙은 회사 설립 당시부터 이 총장이 내세운 개발 원칙으로 피부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방부제와 계면활성제, 색소, 향료 등을 배제한다는 원칙이다. 방부제를 넣지 않다보니 타 화장품에 비해 유효기간이 짧다는 문제점이 있지만 유효기간을 늘리기 위한 방부제 첨가는 상상할 수 도 없는 일이 됐다. 제품명에 자신의 성을 딴 'Dr. Lee'의 상표를 붙인 만큼 피부과 의사로서 자신의 철학을 제품에 녹여 내겠다는 의지였다.

 

■ 이윤 추구보다는 공익을 우선으로

시장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 이 총장은 이전에 출시한 제품들 역시 꾸준한 반응을 이어오고 있는 만큼 비슷한 반응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회사 관계자는 일반 판매를 하지 않는 회사 방침에 따라 특별한 홍보도 하지 않고 공격적인 마케팅도 하지 않지만 병의원과 환자들의 반응은 뜨겁단다. 가끔 일반판매와 공격적인 마케팅 방식을 도입하자는 실무자의 의견이 올라오지만 그때마다 이 총장의 대답은 한결같이 'NO'였다. 자칫 혼탁한 일반판매 시장에 휩쓸려 사익보다는 공익을 추구한다는 회사의 설립원칙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출시된 아토닉스는 많은 의사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다른 제품에 비해 공을 더욱 들인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평생을 연구해 온 아토피에 대해 또 다른 방식의 해결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그런 시도에 대해 환자들과 의사들이 어떤 반응들을 보일 지 생각하다보면 연구과정과 제품을 출시하며 겪었던 어려움들은 눈녹듯 사라져 버린다.

독일 뮌헨 의대를 졸업하고 국내에서는 드물게 독일 피부과 전문의 과정을 수료, 의대 교수자격(Habilitation)까지 획득한  이 총장. 귀국 후 연세대 기획조정실장과 아주대 의무부총장과 가천의과대학 총장 등을 역임하며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특유의 여유를 잃지 않는 것은 미술에 대한 애정과 예술 감상으로 다져진 '내공' 때문일 것이다. 평생을 연구해 온 피부과학과 아토피에 대한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아토닉스를 출시한 이 총장이 환자와 의사들의 반응을 체크하며 즐거워할 모습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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