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시아'가 메시아?

'넥시아'가 메시아?

  • 김혜은 기자 khe@kma.org
  • 승인 2006.09.2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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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황우석 사태가 우려된다'는 표현이 종종 등장한다.과도하게 성과가 부풀려졌거나 성과물이 나오기까지의 검증단계가 원활하지 않아 '눈감아주고 덮어둔' 것이 그만 큰 화를 불러올 때 이 표현을 쓴다.

얼마전 이 표현을 사용할 만한 일이 생겼다.지난 17일 경희대학교 동서신의학병원 통합암센터에서 개최한 '암치료 EBM(근거중심의학) 심포지엄'에서였다.심포지엄의 주인공인 최원철 교수(동서신의학병원 한방내과 교수·암센터 소장)를 취재하면서 이런 우려가 드는 것은 왜 일까?

최 교수는 나무 추출액으로 만든 천연물 항암제인 '넥시아(Nexia)'로 암 환자를 치료한 결과 4기암(말기암) 환자의 22%가 5년 이상 생존했다고 발표했다.암 1~4기 및 기타 병기를 알 수 없는 환자까지 통틀어 통계를 내자면 전체 환자 216명중 무려 절반이 넘는 114명이 만 5년 이상 생존했단다.

실로 놀라운 임상결과다.외국에서 말기암 환자 치료결과 18개월 생존했다는 결과가 대대적으로 보도된 것에 비춰보면 최 교수의 임상결과는 암 치료의 혁명에 가깝다.최 교수는 혈액암 환자는 70% 이상이 5년 이상 생존했고,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는 80% 이상이 7년이상 장기 생존했다는 결과를 줄줄이 발표하며 넥시아의 위용을 과시했다.

그러나 최 교수의 통계를 들여다볼수록 석연찮은 부분이 눈에 띈다.환자들이 기존에 현대의학적인 암 치료를 받아왔다는 점, 그나마 의사 소견서나 의무기록사본 등이 없어 환자 진술에 의존한 환자가 138명(63%)이나 차지한다는 점, 넥시아로 치료한 환자와 치료하지 않은 환자의 명확한 실험군과 대조군이 미비하다는 점 등이 그렇다.

그러나 최 교수의 답변은 "살아 있는 것만큼 확실한 증거가 어디 있느냐"는 것이었다. '생존자'들의 "제가 하나님의 도움으로 최 교수를 만나서…"류의 다소 낯간지런 증언은 사실 넥시아의 확실한 증거이기는 했다.그들에게 넥시아는 메시아인 것처럼 여겨지는 듯했다. 하지만 심포지엄 석상을 가득 메운 암 환우들 역시 살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넥시아는 과연 과학적인 답변을 해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심포지엄 이후 언론에서는 넥시아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동서신의학병원 암센터에는 1년 예약이 꽉 찼단다.'넥시아가 아닌 메시아'란 항간의 농담도 나올 법하다.

최 교수는 "글로벌 스탠다드도 중요하지만 한의학은 한의학의 눈으로 봐달라"고 했지만, 황우석 박사가 그의 업적이 주목받자 글로벌 스탠다드를 눈감으면서부터 처참하게 무너졌다는 점을 기억하길 바란다.다음 심포지엄에서는 보다 진전된 임상연구와 함께 넥시아의 기전을 뚜렷하게 밝혀내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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