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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0 20:40 (토)
방송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방송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 김은아 기자 eak@kma.org
  • 승인 2006.11.03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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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부쩍 방송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한 두시간 짜리 방송 뒤엔 플라스틱 용기를 내다버리기도 하고, 내시경 장비가 불티나듯 팔리는 현상이 벌어지는 걸 보면 말이다. 그런데 의료계를 겨냥한 최근의 시사프로그램들을 보면 '이건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지 않나? 일견 타당한 지적에 무릎을 탁 치다가도, 문제의 근본 원인을 짚지 못하고 겉도는 결론이 아쉬워서다.

때마침 의협이 주최한 '방송작가 의료현장 체험' 프로그램은 이런 아쉬움을 해소하기에 매우 적절한 행사였다. 30여명의 방송작가들은 현재 현장에서 뛰고 있는 작가들이었고, 그들 가운데 몇 명은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집필한 작가였다.

의사들의 강의를 듣고 국립암센터를 돌아보며 생생한 현장을 체험한 작가들은 의료진의 배려와 노고에 매우 고무됐고, 현장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으로 무장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행사 막바지에 이르러 암센터 의료진 몇 명과 질의응답하는 기회가 열렸다. 꼭 금연을 해야만 하는 지 등 여러 질문과 답변이 오가면서 화제는 자연스레 조금 민감한 문제들로 옮겨갔다.

"한의사를 취재한 적이 있는데, 꽤 합리적이더라. 의사들은 왜 한의사를 신뢰하지 못하는가" 내지는 "건강보험료는 많이 내는데, 왜 이렇게 돈을 많이 내야 하나" 같은 궁금증이었다.

이런 주제들은 의협이 꽤 오랜 시간을 두고 정부 및 국민 설득에 임해왔던 내용이기에, 기자는 내심 이 기회에 합리적인 보건의료 정책 방향에 대한 의견이 나오겠거니 기대했다.

하지만 답변은 실망스러웠다. "암센터는 국립병원이라 OO병원 보다 OO만원이나 싸다"는 식의 답변은 당장은 그 병원에 대한 이미지를 높일 수는 있겠지만, 의료계 전체를 생각하면 결코 옳은 접근은 아니었다.

의사라면 누구나 뼈져리게 느꼈듯, 국민건강보험료가 실제 의료서비스의 질에 비해 지나치게 낮게 책정되어 있고 정부의 지원이 전무한데다가 감기 등 경증 질환으로 인한 보험재정 누수 때문에 중증 질환에 대한 환자의 부담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어쩌면 그 자리에서 '정치적'인 발언을 했다고 해서 작가들이 의료계의 입장을 전적으로 수용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신뢰를 쌓은 의사의 한 마디가 작가와 방송과 국민의 생각을 바꿔나가는 물꼬를 틀 수 있지 않을까.

요즘 방송가에는 스타 의사들이 많다. 이들은 국민들로부터 전문가로서의 위상과 신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이들이 지나가며 내뱉은 한 마디가 때로는 효과적인 홍보 전략이 될 수 있음을 한 번쯤은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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