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감염은 입원한지 48~72시간 후에 발생되는 감염질환을 의미한다. 복지와 건강에 관심이 많아지고 의료기술이 점차 선진화되어 가는 과정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원내감염이 대두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선진국에서는 40년 전부터 원내감염 문제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대책을 수립해 왔다. 발생 형태와 의료시스템이 다르다하더라도 큰 틀은 유사하다.
미국에서의 감염관리활동이 활성화된 큰 이유는 정부차원의 원내감염관리에 대하여 국민을 대신한 관심을 가지고, 감염관리프로그램개발 및 연구지원, 행정적 지원, 보건의료기관 신임제도에 따르는 진료비지불제도가 큰 역할을 했다.
저자를 위시한 전문가들은 2003년에 중증 급성호흡기 질환(SARS)이 유행되기 전부터 국립보건원 외에 질병관리센터가 필요함을 역설해 질병관리본부가 발족한바 있다. 감염학 관련 전문가들은 이미 1980년대부터 원내감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학술 심포지엄과 전문가의 교육을 시행했다. 1987년 서울대 대학원과정, 임상간호사회 등에서 감염관리 간호사 연수교육을 개최해 호응이 있었다. 보건복지부는 1992년 병원내 감염관리준칙을 마련, 80병상 이상의 규모에 적용하도록 권유했으나 강제성을 내포하지 못해 실행되지 못했다. 1995년 대한병원감염관리학회가 당시 대한감염학회 회장단이 중심역할을 하여 발족했고, 임상간호사회의 관심으로 창립에 적극 동조했으며, 이때부터 병원서비스평가에 감염관리항목이 포함됐다. 전국민 의료보험의 실시와 더불어 병원에 대한 수요적 측면이 증가하고, 대규모 병원이 등장함에 따라 원내감염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대학원과정과 대한병원감염관리학회 연구과정, 감염관리전문간호사연수과정 등이 등장했고, 언론매체도 심층보도를 시작했다. 이러한 보도가 기초적인 정의부터 발생 원인, 발생역학과 진단 및 치료 그리고 이에 대한 예방, 대비책을 설명해 이해를 돕는 것이라기보다는 자극적 문구를 앞세워 국민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말초적 성향을 보인 것도 부정할 수 없다.
대한병원감염관리학회가 1999년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원내감염 발생률은 3.7%였는데, 요로감염에 의한 감염률은 1.12%로 환자마다 최소 65만원에서 최대 202만 7000원, 폐렴에 의한 감염률은 0.64%로 환자마다 최소 296만 4000원에서 636만 2623원, 창상감염에 의한 감염률 0.57%로 환자마다 최소 331만 7812원에서 394만 5829원, 혈류감염에 의한 감염률 0.54%로 환자마다 최소 173만 8613원에서 293만 684원이 일인당 추가되는 비용으로 산출됐다. 1년간 원내감염에 따라 추가되는 의료비용 총액은 최소 850억원에서 1584억원으로 예측됐다. 1000병상 규모의 대형병원의 경우 매년 8억 5000만원에서 15억 8000만원이 추가비용으로 추정됐다.
현재 원내 감염률은 3.7%로 보고됐으나 실제 병원에서 활동하는 감염관리간호사가 평균 1.2명인 점으로 미뤄볼 때 실제 감염률은 10% 내외로 판단할 수 있다. 이 경우 현실적인 추가비용은 3~4배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우리나라 9개 병원대상을 대상으로 연구한 것을 보면 1회용 마스크, 1회용 가운, 보안경 및 안면보호장구 등의 보호장비 5800만원, 종이타월·소독비누·손소독제 등 손위생제품 9900만원, 소독제 1억 1500만원, 직원감염관리 3400만원, 법정전염병격리·다제내성균주격리 등 격리실 운영비용 7100만원, 안전수거용기·환경배양비용·인건비·헤파필터교체비용 등 6400만원 등 감염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은 총 5억 4600만원이다.
이러한 상황을 바탕으로 무엇이 문제이고, 우리는 어떠한 대책마련이 필요한 가에 대하여 고민할 필요가 있다.
환자나 보호자 등 의료를 필요로 하는 국민 입장에서는 중환자의 수가 증가하고, 신종감염질환이 발생하며, 새로운 진단, 치료방법의 응용과 항균제내성 세균들이 증가해 원내감염의 위험성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원내감염관리비용이 증가될 수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며, 원내감염을 감당하기 위한 추가의료비용의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의료기관들은 현재의 의료수가 상황에서 최선의 원내감염관리를 시행하고 있고, 병원에서 발생하는 원내감염이 병원의 귀책사유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국민·국회·정부 등에 알려야 한다. 아울러 적극적인 원내감염관리 활동에 대한 보상이 없으므로 이에 소모되는 비용을 손실이라기보다는 보다 나은 병원 수준의 향상을 위한 투자라고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또한 비용효과를 고려한 원내감염관리 대책을 제시해 결과적으로 원내감염을 감소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전문가와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정부, 국회는 물론 의료기관에서도 감염관리 실무자와 감염관리의사 인력의 양성과 보충에 합심 노력해야 원내감염이 감소될 수 있다.
원내감염은 병원은 물론 의료를 필요로 하는 지역사회와 국민·국회·정부가 함께 해결해야할 과제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며, 감염관리활동은 비용손실이 아니라 투자라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정부에서는 원내감염관리를 적정수준의 의료수가로 보전하여 병원에서 자발적으로 감염관리를 시행할 수 있도록 동기를 유발하고, 효율적 감염관리정책을 유지관리를 위한 전담조직과 체계를 구축해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 이와 함께 원내감염발생 감시지침을 마련해야 하며, 의료기관 평가시에 평가기준을 준비하고 결과에 대해 양방향으로 토의하고,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연구비를 제공해 연구를 활성화해야 한다. 감염관리에 대한 적극적이고 활발한 국민홍보를 해야 하며, 학회등 전문가는 의료기관·정부와 힘을 합해 감염전문의사·간호사 등 인력을 양성하고, 전문가교육제도를 구축해 운영관리할 필요가 있다. 적극적인 교육· 연구·홍보도 필요하다.
모든 부문에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자세로 노력을 기울인다면 원내감염의 발생은 감소할 것이며, 행복하고 건강한 사회가 이룩될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