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쌓아올려야 할 '하얀거탑'

의사가 쌓아올려야 할 '하얀거탑'

  • 김혜은 기자 khe@kma.org
  • 승인 2007.01.1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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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연애의 목적>에서 교사가 직업인 주인공들이 모텔을 드나들자 일부 교사단체가 교사 이미지를 손상시켰다며 반발했다.간호협회에서도 한 시트콤에서 간호사가 미니스커트를 입고 출연해 지나치게 선정적이었다고 반발한 적이 있다.

누구나 자신의 직업이 매스컴에서 부정적인 인물로 그려지면 발끈한다.특히 전문직종의 경우 매스컴에서 특정 인물에 의해 형성된 이미지가 해당 직업 자체에 대한 이미지로 번질 소지가 있기 때문에 더욱 민감해진다.더군다나 교사·의료인 등은 직업에 대한 윤리적인 기대수준이 높기 때문에 이를 벗어난 행각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얼마전 의협과 서울시의사회가 MBC 일일드라마 '나쁜여자 착한여자'를 두고 "의사를 불륜의 주인공으로 묘사해 전체 의사의 이미지를 크게 손상시켰다"며 반발, 해당 드라마의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낸 것도 이러한 맥락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러나 많은 네티즌들은 의협의 이러한 대처에 대해 '과민반응'이라고 비난했다.정말 의협이 과민반응한 것인지 아닌지 '나쁜여자 착한여자'가 나쁜 드라마인지 아닌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냉정하게 말해서 국민들은 '반발'하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오히려 매스컴에서 의사를 다양하게 묘사할 수 있다는 점과 매스컴에서 보도되는 의사가 의사들의 전부는 아니라는 점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더 호감을 가질 것이다.

그렇다고 의사를 마냥 좋지 않은 이미지로 그리거나 의료현실을 왜곡한 방송을 관망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드라마에 의료계가 과민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요즘 메디컬드라마의 홍수라고 할 만큼 의사와 병원을 무대로 한 드라마가 속속 출현하고 있다.매스컴에서의 의사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호재'라고 보아도 무방하겠다.

MBC에서 방영하고 있는 의학다큐멘터리 '닥터스', 병원 내 의사들 간의 권력 다툼을 소재로 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드라마 '하얀거탑', 오는 17일 참신하게 등장할 SBS '외과의사 봉달희'에 이어 '천개의 혀'와 '해부학 교실'이란 영화도 올 여름 개봉을 앞두고 있다.

메디컬드라마가 속속 나오는 것은 그만큼 국민들이 의사와 병원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다는 의미도 된다.의사의 이미지를 까부수느냐 추켜세우느냐는 제작진의 몫이기도 하지만 의사들의 몫이기도 하다.의협이 '방송작가 의료현장 체험행사'를 비롯한 제작진들과의 만남 등을 마련한 것도 의료인과 병원의 생생한 현장을 전달하는데 뜻이 있다.이제부터라도 의사에 대한 제대로 된 이미지를 쌓아올린 '하얀거탑'을 세워야 의사와 환자의 신뢰관계가 두터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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