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형 교수, 22일 한국의료법학회 학술대회에서 주장
조제는 약제를 만드는 것…투약과 의미 완전히 달라

'조제'는 약제를 만드는 것이므로 '투약'과 의미가 완전히 다르며, 유사의료행위도 의료행위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침습성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부작용이 발생하면 무면허의료행위로 처벌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윤형 순천향의대 교수(한국의료법학회 부회장)는 22일 오후 2시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정부의 의료법개정안에 대한 법정책학적 검토와 개선방향'을 주제로 열린 한국의료법학회 학술대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박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약사의 업무는 의사의 투약방침에 따라 환자가 복용할 수 있도록 조제해 판매하는 것이고, 판매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대금을 받고 넘겨주는 행위이므로 투약은 약사업무와 중복되는 업무가 아닌 의사의 고유 업무이므로 의료법개정안 중 의료행위의 정의에 투약에 대한 정의를 넣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간호진단은 간호학에서 학문적 용어로 사용될 수 있을지라도 법적 용어는 사법적 판단의 기초가 되기 때문에 명확히 사용돼야 하므로 의료법개정안에 '간호진단'이라는 법률용어는 '의사가 환자를 진단하고 간호사가 환자를 간호'한다는 것을 전제로 '환자의 간호요구에 대한 체계적 관찰, 자료수집과 이를 기초로 한 간호계획의 수립'과 같이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의료법개정안 중 의료서비스 산업 선진화 조항과 관련 "의료서비스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현행 의료체계의 틀을 깨지 않으면서 의료법에 별도의 장으로 육성대책을 신설하거나 '의료서비스 산업 발전·육성특별법'을 별도로 입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전문의제도와 전문간호사제도는 이제 국가에서 관장하는 제도에서 민간에 완전 이양할 때가 됐다"며 의료법개정안에 반영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의료에 관한 기본법에 건강보험에 관한 사항이 포함된 부분(상급의료기관, 신의료기술평가, 임상진료지침, 특수의료장비의 사용승인, 본인부담의 할인과 비급여 비용 등)도 지적했다．

박 교수는 "상급종합병원과 특수기능병원이 필요하면 별도로 허가를 받는 종별의료기관에 포함해야 하며, 지정제도를 운영하려면 현행 의료보험제도와 연계해 활용하는 제도로 존속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임상진료지침은 현행과 같이 의료계에서 자율로 작성 활용토록 하되, 필요한 경우 의료계와 보험자가 합의·협의해 이를 바탕으로 진료비 지급에 관한 지침을 작성하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진료비에 대한 사항도 건강보험법에 의한 급여비용과 비급여비용으로 구분해 관리하고 있으므로 의료법에 의한 진료는 급여·비급여를 구분해서는 안된다"고 꼬집었다．

환자의 비밀보호 강화와 기록열람 확대 조항이 포함된 것과 관련해서는 "업무상 비밀보호를 위해 민사소송법과 형사소송법에서 자료제출 거부권·증언거부권·압수거부권 등을 보장하고 있는데 의료법개정안은 이를 무시하고 있어 삭제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의료심사조정위원회와 의료분쟁조정위원회를 구분하고 있는데, 의료분쟁조정위원회가 제대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전담사무국이 신설돼야 한다"며 법률을 보완할 것을 제안했다．

이밖에 의료법개정안에 설명의무를 강화한 것과 관련해서는 "설명의무를 다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자의 진료거부를 막을 도리가 없으므로 고지설명과 지도설명의무를 중심으로 재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의료법개정안의 의료행위의 개념은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는 것이 법적 안정성에 유익할 것이고, 의무기록 강화는 국가에서 세세하게 간섭하고 규제해야 하는 사항이므로 '허위기록 작성금지 조항'을 신설해 벌칙을 강화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고 언급했다．

박 교수는 " 의료법개정안을 무리하게 추진하기보다는 다시 폭넓게 추진위원회 등을 구성해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법으로 손질할 것"을 제안했다．

이어 열린 지정토론에서도 의료법개정안의 문제점이 집중 거론됐다．

이상돈 고려대 법대교수는 "복지부는 환자보건의료권 및 자기 결정권 강화, 의료서비스 산업 선진화, 의료의 전문성 강화 등을 의료법개정안에 포함시켰다고는 하지만 의료의 자율성을 훼손하고 의료직능간·직역간 갈등을 초래할 소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동필 변호사도 "의료행위에 대한 개념 정의, 영리법인, 설명의무 등의 조항은 문제점이 많으므로 신중하게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윤창겸 경기도의사회장은 "입법예고안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가 반대하는 이유는 그간 우리나라에서 공고히 인식돼 왔던 의료의 원칙이 입법예고안으로 인해 바뀌거나 변질될 여지를 너무나 많이 남겨놓고 있기 때문"이라며 처음부터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강립 보건복지부 의료정책팀장은 "입법예고기간이 끝난 25일 이후부터는 최근까지 각 단체에서 들어온 의견을 검토하고 충실하게 정리해서 가급적이면 합리적 조정안이 최종적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만 밝히고 자리를 급히 떠 아쉬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