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춤치료'도 '오더'한다
이제 '춤치료'도 '오더'한다
  • 김혜은 기자 khe@kma.org
  • 승인 2007.04.1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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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환일 한국댄스치료학회장

두 해 전이었다. 서울 송파구에서 산부인과 병원을 개원하고 있는 김현식 원장을 찾아 바로 이 지면에 소개한 적 이 있다(본지 2005년 1월 13일자 참조). 그는 빼어난 '춤꾼'이었다. 춤추는 의사들의 모임인 'DAS 클럽'에서 활동하며 춤을 통해 환자와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서 올 초 연락이 왔다. 이제는 댄스 동호회가 아닌 '댄스치료학회'로 발돋움하게 됐다는 소식을 전해줬고, 그로부터 두 달쯤 지난 3월 1일 '한국댄스치료학회' 창립대회를 열고 학회 탄생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학회장은 장환일 경희의대 교수(경희대병원 신경정신과)가 맡았다. 장 교수를 알 만한 사람들은 '장 교수가 춤을 췄었나?'며 갸우뚱했다. 그만큼 알려지지 않았던 많은 '의사 춤꾼'을 학회 창립을 계기로 알게 됐다. 이들이 모여 '댄스치료'를 연구하는 '학회'를 운영하겠다니 그들의 속내가 궁금했다.

 

▲ 지난 2월 동호회에서의 댄스발표때 아내와 함께.

춤 잘 추는 것과 댄스치료는 별개

장 회장을 만나고 난 후 댄스치료학회의 정체성이 분명히 와닿았다. 말 그대로 '댄스'를 통해 '치료'하려고 '연구(학)'를 한다는 것이다. 춤추는 의사들의 동호회인 DAS(Dr's Association of Dance Sports)가 춤을 추기 위한 모임이었다면, 댄스치료학회는 춤을 연구하고 춤이 환자에게 어떤 도움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겠다는 것이다. 춤과 의료의 학문적인 만남을 시도하겠다는 의미다.

학회의 연구계획을 본격적으로 들어보기에 앞서 우선 장 회장의 춤 실력부터 짚어보자. 얼핏 생각하기에 댄스치료학회의 회장을 맡았으니 상당한 춤 실력 소유자일 것만 같다.

"많은 사람들이 그 질문을 하던데 저는 춤을 잘 못춥니다."

물론 춤 실력 순으로 회장을 뽑았을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장 회장의 춤 실력을 본 적이 없으니 그의 겸손한 말도 곧이곧대로 믿지는 못하겠다.

그는 평소 춤을 한번 배워봤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던 차에, 7~8년 전 친구의 소개로 춤에 입문하게 됐다. 발레를 전공한 친구의 아내가 일종의 부부모임격의 작은 춤 동호회를 운영하고 있었던 것이다. 장 회장 내외는 그때부터 일주일에 두 번씩 춤을 추기 시작했다. 선생님의 도움도 얻고 춤도 공부하기 시작했다.

"춤을 오래 추기는 했지만 어디서 멋드러지게 발표할 만큼의 실력은 못됩니다. 직접 환자를 대상으로 댄스치료를 해본 경험도 없구요."

그러나 학회 창립 논의가 시작됐을 때 그는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의사 입장에서 춤은 단순히 취미로만 할 게 아닙니다. 환자치료에 적용하면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게 바로 춤이거든요. 그러나 단순히 춤을 잘 추기만 해서는 적절한 치료효과를 보기는 어렵죠.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댄스치료를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의사가 댄스치료에 나서야

국내에 댄스치료 모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주로 의사가 아닌 무용가 등을 주축으로 십여 년 전부터 댄스치료를 실시해왔다. '댄스테라피협회'라는 이름의 공식 단체도 있고 개인적으로 운영되는 단체도 무수히 많다. 전국적으로 퍼져 있는 '댄스치료사' 사이에서 의사의 역할은 막중하다고 장 회장은 강조한다.

"춤을 환자 치료에 적용한다면 그것은 이미 의료의 영역에 들어와 있는 것입니다. 댄스치료의 목적이 결국은 치료·재활 아니겠습니까. 지금까지 비의료인이 댄스치료를 맡아오다보니 단순히 춤을 통해 건강을 지키는 수준에 머물렀는데, 이를 임상에 적용하는 '고급화된 댄스치료'로 발돋움하려면 의사가 나서야 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춤을 통해 어떤 치료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장 회장은 춤이 의학적으로 적용 안 되는 분야가 없을 정도로 적용 범위가 넓다고 말한다.

"정신장애 환자에게는 불안을 감소시켜주고 적극성을 높여줍니다. 재활의학 분야에서는 환자의 적응증을 높여주고 사지마비·지체장애 환자들에게 보조운동의 요법이 될 수 있구요. 비만·자폐아·학대아동·약물중독자·가정폭력자 등의 치료에서 활용될 수 있으며, 고혈압·당뇨 등의 내과 환자에게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요."

춤을 일종의 '보완의학'이라고 보면 되겠다. 의학적인 치료를 하면서 댄스치료를 동시에 실시한다면 더욱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학회에서는 일단 산발적으로 실시되던 댄스치료를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댄스치료의 개념부터 새로 정립해 나갈 것입니다. 또 어떤 춤을 어떤 질병에 적용할 것인지,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를 할 겁니다. 의사가 댄스치료를 직접할 수도 있겠고, 전문 댄스치료사로 하여금 댄스치료를 할 수 있도록 '오더'를 내릴 수도 있겠지요."

 

장교수가 말하는 '댄스의 장점'

① 운동량이 많다
"미국 노화학회에서 노화방지 방법으로 첫째로 강조한 게 바로 운동입니다. 단 리듬·음악·율동을 겸한 운동이 제일 좋다고 덧붙이고 있죠. 춤이 가장 적절하지 않습니까. 실제 춤의 운동량은 조깅과 같다고 합니다. 특히 춤은 젊은이에게도 좋지만, 중년 이후의 나이든 사람에게 특히 효과적입니다."

② 기분이 매우 좋아진다
"저는 보통 90~100분 춥니다. 땀도 많이 나고, 팔·다리도 아프고 에너지 소모가 무척 크지요. 하지만 에너지가 빠져나간 만큼 엔돌핀이 채워져 온 몸 구석구석에서 활기가 납니다."

③ 부부금실이 좋아진다
"대개 춤은 부부가 같이 합니다. 파트너가 있어야 하니까요. 부작용으로 부부간 싸움이 잦아질 수도 있지만 알콩달콩 사는 재미가 더해집니다."

- 장 회장의 가장 자신있는 춤은 뭘까?
"공식적인 댄스스포츠는 모던댄스 5가지와 라틴댄스 5가지입니다. 모던댄스로는 왈츠가, 라틴댄스로는 룸바가 가장 자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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