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수탁기관 덤핑 계약 칼 뽑는다

정부, 수탁기관 덤핑 계약 칼 뽑는다

  • 김은아 기자 eak@kma.org
  • 승인 2007.04.23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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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탁-위탁 동시 청구만 급여 인정 추진
위탁기관 반발 예상…수탁기관 동참 여부 관건

그동안 수탁검사기관과 위탁검사기관(주로 의원급 의료기관) 간에 공공연히 이뤄졌던 덤핑 계약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연계, 수탁검사기관과 위탁검사기관이 동시에 검사료를 청구하지 않는 경우에 대해서 검사비 지급을 중단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20일 밝혔다.

위탁검사기관이 검체를 수탁검사기관에 맡길 때 바코드 등에 의한 23자리 고유번호(수탁기관기호 8자리·검사의뢰일 8자리·일련번호 7자리)를 부여하고, 수탁검사기관은 이 고유번호를 기재해 심평원에 청구토록 하는 것.

이와같은 방안은 1999년 덤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검체검사 위탁에 관한 기준' 복지부 고시에 의해 위탁검사료를 청구할 때 위탁의료기관이 청구서를, 수탁검사기관이 검체검사공급내역을 심평원에 동시 제출하도록 되어 있었지만 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현재 복지부와 심평원 심사 지침으로는 위탁기관에 위탁검사관리료 10%, 수탁검사기관에 검사료 100%를 지급하도록 되어 있지만, 실제 계약과정에서는 위탁검사기관만이 검사료를 청구해 위탁검사관리료 외에 추가로 검사료의 일부를 가져가는 형식의 덤핑계약이 성행하고 있다.

최종희 복지부 보험급여기획팀 사무관은 20일 진단검사의학회 춘계심포지엄에서 "심평원이 앞으로 동시 청구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복지부도 서식을 개정하는 등 새로운 방안을 적용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또 일정주기마다 수탁검사기관이 수탁검사 내역을 심평원에 통보하도록 해 위탁의료기관이 허위청구할 수 있는 여지를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덤핑 계약이 이뤄진 데는 수탁검사기관은 검사 수탁을 더 많이 따내기 위해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제살깎기를 감행해왔고, 위탁검사기관은 검사를 진행하기 위해 드는 노력에 비해 10%의 검사관리료가 턱없이 적다는 불만을 가져왔기 때문.

따라서 정부의 방침이 현실화되면 비공식적으로 검사관리료를 10% 이상의 받아왔던 위탁검사기관의 반발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대해 차영주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이사장은 "수탁검사기관의 과도한 출혈경쟁으로 원가를 낮추기위해 노후장비나 저가 시약을 사용함으로써 검사의 질을 떨어뜨리는 등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위탁검사기관이 낮은 검사관리료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10% 이상으로 비율을 조정하더라도 합리적인 계약을 체결하도록 해야 한다"며 복지부의 이번 방침을 환영했다.

덤핑 계약을 막겠다는 복지부 계획의 성공 여부는 수탁검사기관의 의지에 달려있다. 당장 위탁검사기관이 검체를 맡기지 않을 경우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급여 검사료에 대한 반사적인 불이익이나 바코드 기계 등 추가로 필요한 장비에 대한 부담이 결국 수탁검사기관에 돌아갈 것이란 예상도 수탁검사기관이 이번 복지부 방침을 선뜻 반기지 않는 이유다.

문해란 의료법인 녹십자 이사장은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땅에 떨어진 수탁검사기관 의사의 사명감과 위상을 회복하는 것이 더욱 시급하다"며 "당장은 힘들더라도 투자 없이는 미래도 없다는 위기의식에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며 수탁검사기관의 동참을 호소했다.

지난해 검사 청구건수 분석에 따르면 전체 검사에서 위탁검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7.9%였으며, 의원급 의료기관의 26.1%가 위탁검사를 실시해 종별의료기관 중 위탁검사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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