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필수예방접종확대와 민간기관 역할

시론 필수예방접종확대와 민간기관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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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4.25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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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구(충남의대 교수 예방의학)

우리나라에 예방접종이 도입된 것은 1882년 종두법을 시작으로 125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예방접종사업은 국가가 책임을 지는 국가필수보건사업으로 주된 대상을 영유아로 하고 있으며, 전체 공급량의 40%를 보건소가, 나머지 60% 정도를 민간 의료기관을 통하여 제공하고 있다. 예방접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전체 대상자 중에서 적정 이상의 비율로 접종을 하였는지에 있으며 보고자와 종류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대체로 낮게는 70% 선에서, 높게는 95% 이상으로 보고하고 있다. 또 다른 요소는 이러한 양적 제공 못지않게, 바람직한 접종 연령과 접종간격을 유지하면서 적시에 요구되는 예방접종을 받아 개인별 적정 면역성을 갖도록 하는 것인데 선진국에 있어서도 최근에야 관심을 가지고 추진하고 있는 전략이다. 예방접종의 효과는 접종의 종류나 문헌마다 다양하지만 80∼100%정도로, 모든 대상자가 접종을 완벽하게 마친다고 하여도 그 효과는 100%에 이르지 못하게 되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충분한 접종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국가 전략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예방접종사업에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들을 요약해 보면 첫째,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이 오로지 보건소에만 국한되어,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주민들은 전액 본인부담으로 민간 의료기관에서 접종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예방접종에 관한 기록은 예방접종서비스의 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다.

즉 다음 접종일을 정하고, 미처 접종하지 못하고 놓친 접종을 파악하고, 같은 접종을 두 번 이상 중복하여 접종하지 않도록 관리하는데 매우 중요한 자료임에도 불구하고 철저히 관리되고 있지 못하다.

이러한 결과로 부모조차도 자신의 아이가 적절한 예방접종을 모두 마쳤는지를 알 수가 없다. 아마 아이가 외국에 연수라도 가는 경우를 경험해 본 부모들은 아주 심각하게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지역별·접종별 예방접종률과 누가 예방접종을 못 받고 있는지를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즉, 인구이동률이 20% 이상을 상회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예방접종에 있어 취약계층이 누구이며, 어느 지역이 취약한지와 같은 예방접종과 관련한 정책적·의학적 정보를 생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등으로 요약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예방접종과 관련한 이러한 문제들을 유발시키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다음의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는데, 하나는 보건소로 국가필수예방접종서비스 제공이 국한되어 예방접종서비스의 6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민간 의료기관의 개인별 예방접종기록이 수집ㆍ통합되어 하나로 관리되고 있지 못한데서 출발하고 있다.

두 번째는 마찬가지 맥락으로 보건소까지의 거리가 먼 주민들은 국가필수예방접종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자비로 예방접종서비스를 받게 됨으로써 정부의 예방접종사업에 대한 참여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고 이에 따른 불만도 크다는 것이다. 일례로 민간 의료기관까지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대상 기관으로 지정할 경우 어디를 이용하겠는가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90% 이상이 집주변의 의료기관을 이용하겠다는 응답을 한 것만 보더라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미국·일본·호주 등 주요 선진국들은 예방접종과 관련한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다양한 전략 개발과 실천을 해오고 있으며, 그 중 가장 중요한 전략이 개인별 예방접종 기록을 전산을 통하여 통합ㆍ관리하여 지역별·접종별 예방접종률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하여 모든 접종기관을 국가예방접종사업대상기관으로 참여 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0년 중반부터 예방접종 기록의 전산화를 통한 등록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그러나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에 민간 의료기관의 참여가 배제된 채 추진되어 접종 기록의 아주 일부만 수집되어 관리되고 있어 예방접종서비스의 양적·질적 개선을 가져오는 데 있어서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다행히 2005년도 하반기에 민간의료기관을 참여시키는 국가필수예방접종 확대사업이 경기도 군포시와 대구광역시를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하기에 이르렀으며 필자도 평가연구책임자로 참여한 바 있다.

민간의료기관의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 참여는 예방접종률을 거의 100%까지 끌어 올릴 수 있었으며, 주민들이 접종기관까지 가는 시간을 10분 이내로 단축시키고, 보건소 및 의료기관들의 접종기록이 질병관리본부의 예방접종전산망에 수집ㆍ관리되어 모든 예방접종서비스 제공기관들이 주민의 접종기록을 확인한 후에 접종을 하는 질적 개선을 가져올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뿐만 아니라 주민들은 아동들의 예방접종기록을 예방접종홈페이지(http://ir.cdc.go.kr)에서 확인할 수 있어 어느 곳에서 예방접종을 하든지 항상 기록을 확인하고 다음 접종일을 알 수 있게 되어 접종의 질이 향상되었음도 경험할 수 있었다.

이제 민간의료기관으로의 국가필수예방접종 확대 시범사업이 종료된 지도 1년이 넘어가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미래의 국민 건강을 위한 건강투자전략을 발표한 바 있으며 예방접종사업 지원을 그 내용에 포함하고 있다. 미래의 주역인 어린이들에게 전염병으로부터의 자유와 건강한 성장 발달을 도모할 수 있도록 준비해 주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 할 수 있다.

예방접종만큼 국민의 건강수준 향상에 지대한 기여를 한 보건사업이 없을 정도로 매우 비용 효과적인 사업이 단지 시범사업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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