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터'에 오신 분들을 환영합니다"
"'새터'에 오신 분들을 환영합니다"
  • 김은아 기자 eak@kma.org
  • 승인 2007.05.0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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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흥 국립의료원 북한이탈주민진료센터장

화요일 오후 2시. 국립의료원 외과 진료소 앞에 줄이 늘어선다. 겉모습은 영락없는 한국 사람인데 어째 말투가 낯설다 싶었더니, 이들이 바로 북한이탈주민, 다시 말해 '새터민'이란다.
김종흥 국립의료원 외과장은 지난해 이맘때부터 북한이탈주민진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센터 개소 1주년을 맞아 조촐한 심포지엄을 여는 그에게 이번 행사를 맞는 감회가 남다를 터였다.
서로를 동포라고 부르지만, 이곳 사람들에게 지난 반백년 세월동안 다른 문화와 사회에서 지내온 새터민들이 그리 살갑게 느껴지지만은 않는 게 사실이다.
이미 서로가 떨어져 지낸 시간이 한 세대를 훌쩍 뛰어넘어 두 세대를 코앞에 두고 있지 않은가.
'건강'이란 인간의 최우선적인 권리를 지키기 위해 이들과 함께 해왔던 그는 지난 시간을 어떻게 말하고 있을까.

 

새터민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김종흥 센터장.

"북한이탈주민 진료를 한다고 하면 주위에서 가장 먼저 물어보는 질문이 '북한 사람들은 어디가 주로 많이 아픕디까' 하는 겁니다. 아프고 병드는 것은 어느 누구에게나 똑같이 일어나는 일이니, 새터민이라고 다를 건 없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그들 대부분이 근골격계 질환이나 신경성 질환을 앓고 있다는 겁니다.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면서 흔히 쓰는 말로 골병에 든거죠."

전국적으로 8000여명, 서울시내에만 3000여명에 이르는 새터민. 그들이 입은 상처는 비단 몸에 생긴 상처만이 아니다. 정착자금의 대부분을 브로커에게 넘겨주고 나면 하루하루를 근근이이어나가기도 벅찰 정도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로에 대한 몰이해 때문에 느끼는 소외감과 좌절감도 그들에게는 큰 상처가 된다.

"폐쇄된 지역을 탈출해서 나올 정도면 보통 성격과 의지로는 어림없지 않겠습니까. 한마디로 '쎈' 성격들이 많아서 이런 배경을 잘 모르는 사람들과는 다투기도 해요. 하지만 또 알고보면 심한 스트레스나 불안,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남한 생리를 모르다보니 잘 속아서 손해를 보기도 하고……."

김 센터장이 새터민에게 관심을 갖게 된 건 아주 우연한 기회때문이었다. 어느날 새롭고하나된조국을위한모임(새조위) 관계자가 국립병원이라는 이유로 국립의료원을 찾아왔다. 다른 부분은 어느 정도 해결이 되는데, '의료' 분야 지원이 부족하다면서 도와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는 못할 이유가 없다며 그 자리에서 흔쾌히 오케이 사인을 냈다. 3개월만에 뚝딱뚝딱 센터를 열었고, 디자인을 전공하는 딸에게 부탁해 센터 입구에 멋들어진 현판도 만들어 달았다.

"준비기간이 길진 않았지만 주위에서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어요. 의사출신 새터민들이 몇 분 있어서 봉사해주고, 의대생들도 어떻게 알고 와서 허드렛일을 자원하기도 하고요. 처음에는 시큰둥한 병원 직원들도 있었지만, 이제는 자기 일마냥 발벗고 나서서 도와줍니다. 덕분에 제 일이 줄었죠, 뭐."

새터민들이 센터를 찾으면 담당 직원의 안내에 따라 편리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또 대개 의료급여대상자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진료는 무료로 받을 수 있고, 일부 비급여 진료의 경우 국립의료원이 상당 부분을 지원해줘 실제로 센터에는 경제적인 문턱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김 센터장이 주로 하는 일은 직접적으로 환자들을 치료해주는 일이라기 보다는 그들이 새터민이라는 이유로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해주는 코디네이터 업무다. 새터민이 병원에 오면 제일 먼저 만나 진료 방향을 세워주는 것은 물론 손맞잡고 살아가는 얘기도 들어주고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을 위해 이런저런 잔일을 처리하는 해결사 역할도 자청한다.

"새터민을 일반 환자 대하듯 하면 오해가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선 보통하듯이 영어로된 의학용어를 많이 섞어서 설명하면 전혀 알아듣질 못해요. 다른 병원을 다니다가 왔는데도 자신이 무슨 병을 앓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검사하자고 하면 화부터 내는 분도 있어요. 북한에서는 청진기 하나로 진단부터 치료까지 다하는데 남한 의사는 실력이 부족하다고 의심하는 거죠. 그래서 이분들에게는 진료도 진료지만 잘 들어주고 잘 설명해주는 게 필요합니다."

센터가 문을 연지 1년. 지난해 12월말까지 9개월동안 새로운 환자 236명이 찾았고, 올해는 3월말까지 136명이 초진을 받아 지난해 대비 벌써 환자수가 58% 수준으로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힘에 부치지 않을까 싶은데도, 그의 얼굴에는 연신 웃음꽃이 핀다.

그에게 있어 이 일을 계속할 수 있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은 사명감. '북한이탈주민'이란 간판만 봐도 눈물부터 난다는 새터민들로부터 "사람 대접 받는 것 같아서 병 안고쳐도 너무 좋다"는 말을 들을 때가 가장 뿌듯하단다.

"어떤 사람들은 그러대요. 남한에도 어렵고 힘든 사람이 많은데, 왜 북한에서 온 사람들을 챙기냐고요. 하지만 새터민도 다같은 한국 사람이기에 남한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사회와 의료의 안전망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통일시대를 떠올려보면 이들이야말로 남과 북을 이어줄 수 있는 가장 큰 재산이 될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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