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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19 06:00 (금)
'그들만의 리그'가 안되려면?

'그들만의 리그'가 안되려면?

  • 김혜은 기자 khe@kma.org
  • 승인 2007.06.1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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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의료기관평가 기획기사를 준비하면서 숱한 병원 관계자들과 만나도 보고 통화도 했다. 취재에 응해주는 태도는 두 가지 부류로 나뉘었다. 적극적이거나 소극적, 협조적이거나 비협조적, 평가친화적이거나 평가적대적이었다.

등급이 높은 병원(상위권)은 전자에, 등급이 낮은 병원(하위권)은 후자에 속했다.

그 차이점을 분석하자면 이렇다. 우선 상위권 병원은 담당자와 통화하기가 쉽다. 담당자가 명확히 배정돼 있고 업무영역이 분명하기 때문에 의료기관평가와 관련한 병원업무를 잘 파악하고 있었다. 반면 하위권 병원들은 일단 통화부터 꺼린다. 담당자는 평균 5명 이상을 거쳐서야 간신히 통화할 수 있고, 그나마 그 담당자도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상위권 병원은 의료기관 평가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반면 하위권 병원은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상위권 병원은 의료기관 평가로 인해 더 힘들어진 측면도 있지만 병원업무의 효율성이 높아졌다는 등 좋은 해석을 했다. 그러나 하위권 병원은 평가기준에 맞추기에는 경영난이 너무 심각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어차피 등수가 낮을 수밖에 없다"며 자조하기도 하고 "평가결과에 신경쓰지 않는다"며 관망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상위권 병원과 하위권 병원의 차이점을 들먹이며 '역시 차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공고히 하고 싶지는 않다. 이렇게 등급별로 태도가 확연하게 다른 이유를 외부적인 요인과 내부적인 요인에서 찾을 수 있겠다는 결론을 얻었다.

가장 큰 문제는 비합리적인 평가기준이다. 의료기관평가로 의료기관을 줄세워 등수를 매기겠다는 심산이 아닌 이상, 평가기준은 유연해야 한다. 의료기관마다의 특성과 지역적인 입지, 주변 지역의 인구(환자) 특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다. 규격화된 기준에 맞춰 필요없는 장비나 시스템을 들여놓는 것보다 상황에 맞는 인프라를 갖추도록 독려하는 게 의료기관평가의 목적이 돼야 한다.

기준탓만 하면서 '내갈 길 가겠다'며 방관하고 있는 의료기관도 문제다. 자구노력 없이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의료기관평가로 인해 돈을 들여 새로운 시스템을 들여놓으란 얘기가 아니다. 병원 스스로 시스템을 평가해, 변화하는 흐름에 발을 맞춰야 한다는 말이다. 투자여력이 없어 병원환경을 깨끗하게 정비하고, 고객만족에 최선을 다해 좋은 등급을 얻었다는 한 중소병원의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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