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회장에게 바란다] 의사협회 ·의사 위상 제고 기대
"대화와 협상으로 난국타개…의료계 소수자 배려도"
보궐선거를 통해 선출된 제 35대 주수호 회장에 대한 회원들의 기대와 열망을 들어봤다. 의약분업으로 촉발된 의권투쟁에서 부터 최근 금품로비 의혹으로 최악의 상황을 맞은 의협을 바로 세우는데 주 회장이 원칙을 갖고 열정을 쏟길 희망했다. 건강보험수가, 개악 의료법 저지 등 발등에 떨어진 문제 뿐 아니라 보다 근본적으로 새로운 의협을 만들고 미래 세대에 비전을 제시해 줄 것을 원했다. <가나다순>
"회원 이익과 협회 발전을 먼저 생각해주길"
김용진 한국여자의사회 수석부회장(경기 용인·명지엘펜하임의원)
무엇보다 의사의 지위가 향상되고 의료계가 발전할 수 있는 길을 가는 것이 중요하다. 회원들의 이익과 협회의 발전을 위하는 길이라면 간혹 공약과 맞지 않는다고 해도 합리성을 잘 따져서 회무를 끌어나가길 기대한다.
주수호 회장은 진보적·개혁적인 인사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보수적인 다수의 회원들도 있은 만큼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있는 다수의 회원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충분히 고려해주시길 바란다.회무를 투명하게 잘 운영해 가리라고 믿고 있지만, 중지를 모으는 데 있어 의료계 원로와 선배들의 의견도 수렴했으면 한다. 아울러 의사수 급증에 대비, 다른 인력이 의사의 역할을 대체하고 있는 부분을 면밀히 살펴서 앞으로 배출될 의사들이 제역할을 찾아갈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최근들어 여의사의 비율이 전체 의사의 40% 가까이 치솟고 있다. 많은 여의사 회원들의 의견을 회무에 충분히 반영해줬으면 좋겠고, 여의사의 권익 향상을 위해서도 노력해달라.
"4학년 때 보라매병원에서 봤던 그 열정"
김정하 전임의(고려의대 통합의학교실)
주수호 선생님을 처음 본 건 본과 4학년 때다. 민감했던 당시 보라매병원에서 집회했을 때 열정적으로 의사들의 권리와 국민의 건강을 위해 활동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방송에도 자주 나왔는데, 주수호 선생님이 나오면 토론이 잘 됐다고 느꼈다.
그때만 하더라도 의사 중에 자기 의견을 그렇게 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분이 별로 없었다. 외모도 뒤로 늘어뜨린 머리 등 특이했고, 학생이었던 내게 '주수호'는 한 마디로 스타선생님이었다. 직접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이 분의 열정을 봤을 때 의협을 다시 살리고 무너진 의사의 신뢰를 회복해내리라 믿는다. 또 하루가 멀다하고 의사와 관련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는 이때 어디에 가더라도 의사라는 직업이 부끄럽지 않은 환경을 만들어줬으면 한다. 또 연구강사로서 외부 환경의 변화에 흔들림없이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토대가 이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보의들의 신분보장 위한 법적 지원 필요"
김형진 공보의(국립법무병원)
당선을 축하드린다. 현재는 공보의로 근무하고 있지만 내년이면 개원할 예비 개원의로서 평범한 개원의들의 고초를 잘아는 새 의협 회장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지금 개원가는 저수가로 인한 고통과 함께 과다한 개원의들간의 경쟁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는 의료계의 단합을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 수가 문제보다 더 심각할 수도 있다. 개원의들이 서로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의협이 조정자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
공보의와 관련해서는 공보의들의 신분 보장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보의를 계약직 공무원이라고 법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 현재 공보의들은 공무원으로서 마땅히 받아야 할 각종 혜택에서 소외되고 있지만 관련 법규가 애매해 권리를 요구하지도 못하고 있다. 공보의협의회가 이런 문제들을 인식하고 있으니 앞장서서 해결에 나서야겠지만 의협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젊은 의사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의협이 나서야 한다. 정부와의 싸움에서도 보다 근본적인 문제들의 매듭을 풀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
"의사 전체를 아우르는 다양한 이슈 개발해야"
남궁기 교수(연세의대 정신과)
추락된 의사협회와 의사의 위상을 올릴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했으면 한다. 경영이나 수가와 같은 현실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의사는 명예를 떠나서는 살 수 없다. 사회에서 존경받는 의사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존경받는 의사는 국민과의 라포 형성에도 유리하고 결국에는 국민 건강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의협이 보험수가 외에도 다양한 이슈들을 생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 보험수가 같은 이슈들만 부각되는 느낌이 있다. 물론 보험수가는 중요하다. 하지만 의사 전체를 아우르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슈들을 개발하는 것과 교수나 연구하는 의사에 대한 관심도 더욱 가져야 한다.
40대의 젊은 회장이 당선됐다. 젊은 만큼 참신한 활동들을 해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공익에 대한 배려도 하고 패기있는 모습도 보여줬으면 한다. 때로는 의사의 이익보다 사회에 봉사하는 의사상을 확립하는 새로운 의협의 모습을 기대하겠다.
"수련 및 선발 과정 여성 차별 없애야"
박경혜 전공의(원주기독병원 응급의학과4)
사회로 진출하는 여성이 많아지면서 여의사의 비중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 젊은 여의사들은 의대를 졸업하자마자 남녀 차별을 경험한다. 수련병원에서 성적이 우수한 여자 수련의가 남녀 비율을 맞추기 위해 탈락되거나 여자는 물리적인 힘이 없다고, 또 출산이나 결혼의 가능성 때문에 탈락되기도 한다. 이런 의료계의 현실은 젊은 여의사들의 꿈과 열정을 꺾는다. 출산이나 자녀 양육의 문제로 일을 그만 두는 여성 직장인도 있고 여의사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있는 이들에게는 실력대로 대우해줘야 한다. 여의사들이 일하면서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을 잊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런 불합리한 남녀 차별과 함께 부조리한 각종 수련 환경 개선을 위해 새 의협회장은 실질적인 해결노력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젊은 의협 회장으로서 참신하고 발전적인 방식으로 의협을 이끌어 갔으면 한다.
"의료계 전 직역 적극적 지원 필요한 때"
안광준 부산광역시의사회 정책이사(부산 사상·안광준산부인과의원장)
다섯 명의 후보중 가장 젊고 패기있고 희망찬 회장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2000년 의권쟁취투쟁은 물론 이번 선거과정에서도 가장 깨끗한 선거운동을 전개하며 '클린'한 이미지를 쌓아온 만큼 정치권 금품로비 사건으로 실추된 대한의사협회와 의료계의 위상을 다시 바로 세우는데 가장 적임자라고 생각된다.
새로운 회장을 선출한 만큼 개원의를 비롯 교수·전공의·봉직의 등 의료계 모든 직역이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하며, 주수호 회장은 이같은 지지를 바탕으로 정부·국회 등과 때로는 투쟁하고 때로는 타협하며 산적한 현안이 잘 해결돼 의사들의 권익을 되찾고 국민으로부터도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아울러 의협이 다른 보건의료단체도 아우를수 있는 '맏형'으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할 수 있도록 범의료계의 화합과 조화를 이끌어 내주기를 바란다.
대화와 협상 통해 난국 극복하길
임융의 전 대한의사협회 총무이사(혜성병원장)
의사단체에 오랜동안 관여해오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의사들이 어려운 의료환경 속에서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걸맞는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데서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새 집행부는 회원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사항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해 정부에 요구할 것은 떳떳히 요구해야 한다. 많는 회원들이 주수호 회장을 선택한 것은 시대의 흐름에 맞게 힘차고 개혁적으로 회무를 추진해 달라는 주문이라고 본다.
대정부 투쟁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지만 가능하면 대화와 협상을 통해 난국을 헤쳐 나가는 집행부의 모습을 보고 싶다.
"큰 원칙 아래 목표·비전 세우길"
차영주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이사장)
먼저 주수호 회장의 당선을 축하드린다. 그동안 강조해온 대로 원칙을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의협을 운영해 나가시리라 믿는다. 의협이 진정한 의료계의 리더로 거듭나기 위해선 어떤 특정한 집단의 의견을 대변하기보다는 우리나라 의료계를 대표하고 국민 건강을 책임진다는 큰 원칙을 아래 넓은 시야에서 목표와 비전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하루빨리 국민의 불신을 없애고, 의료계의 여러 단체들과 서로 도우며 발전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의료계는 물론 의협 내에도 다양한 구성원이 존재한다. 개원의는 물론 교수·봉직의·전공의 등도 있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의 경우 다른 임상의사들의 단체와는 성격이 다르기도 하다. 비록 소수일지언정 의료계의 한 축을 이루고 있으면서 의료계의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도 귀를 기울이고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길 당부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