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사회 최초의 순수 학술 연구단체를 표방하며 7월 11일 발족한 '코큐텐·항노화물질학회'가 제약사에게 활동비·거마비 목적으로 2억원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물의를 빚고 있다.
문제의 적법성을 떠나 이 학회 최 모 회장의 거침없는 발언이 가히 충격적이다. "제약사에 돈 좀 요구하는 게 뭐가 문제냐"며 오히려 기자를 나무래는 그의 태도에서 씁쓸함마저 느껴진다.
그러면서 "아직 돈을 받지도 않았는데 받은 것처럼 이야기가 전해져서 유감"이라고도 했다. 돈을 요청하는 건 괜찮다면서 아직 돈을 받지 않았으니 문제 없지 않냐는 항변이다.
사실상 학술단체가 제약사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것은 적절한 절차만 거친다면 문제될 것 없다. 적절한 절차란 학회가 공인된 단체여야 하며 지원금은 일반 예산과 분리, 기금화시켜 순수 학술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정도다.
이는 대체로 학회의 '상식'에 따르거나 보건의료 투명사회협약 등에 규정돼 있다.
하지만 규정을 따지기에 앞서 '학회 하나 만들었으니 제약사에 큰소리 좀 쳐보자'는 자세가 문제다. '당신들이 파는 제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는데 서로 좋은 거 아니냐'는 식이다.
"해당 제약사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항노화 물질을 연구하는 회사는 많으니 그 쪽으로 요청하겠다"고 말한 대목에선 제약사와의 관계를 바라보는 학회 회장의 기본 인식도 읽힌다.
그의 행동은 업계와 동료 전문가 사회의 상식 차원에서 평가될 것이다.
현 시점에서 문제는 '제약사가 현금 지원을 약속했느냐 아니냐'를 가리는 일이다. 학술연구 목적도 아닌 '활동비·거마비'를 2억원 씩이나 지원하기로 했다면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최 회장의 발언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이나 이를 확인하기 위해 그와 통화를 한 기자에겐 최 회장의 확신 어린 발언을 '이미 모든 얘기가 끝난 상태'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한 심증을 제공하고 있다.
더욱이 학회 출범 보도자료가 해당 제약사 명의로 배포됐을 정도로 학회 출범부터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사실은 최 회장의 '발설'이 허풍만은 아닐 것이란 데 의혹을 더하고 있다.
액수가 핵심은 아니지만 2억원이란 거액도 무시할 수 없다. 해당 제약사는 "현금 지원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만을 밝히고 있다. 한국제약협회 윤리위원회의 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