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부담 정률제·일자별청구·공인인증서 등 전면 적용
저함량 배수처방 금지·영상진단 판독소견서 작성·비치
장마가 끝나자 마자 찜통더위가 시작됨과 동시에 의료기관은 8월 1일 부터 바뀌는 여러 규정들로 인해 더욱 더 짜증나는 여름을 보내게 될 전망이다.
오늘부터 소액 외래진료비 본인부담 정률제·외래진료비 일자별청구·영상진단 판독소견서 작성 및 비치·저함량 배수처방 금지·의료급여 공인인증서를 통한 자격관리시스템이 본격 시행된다.
하나도 아니고 여러 개의 제도가 한꺼번에 바뀌는 바람에 의료기관은 무더위도 견디기 힘든데 한마디로 '죽을 맛]이다.
외래 본인부담 정률제, 일자별 청구 등의 시행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외래 본인부담 정액제 폐지…정률제 본격 시행
1일부터 의원과 약국 외래진료시 본인부담은 총진료비의 30%로 변경된다. 다만 6세미만 어린이는 성인의 70%로 부담이 줄어들고 65세 이상은 현재와 같다.
고액진료 환자보다 소액진료 환자에게 더 큰 혜택을 주고 있는 소액 외래진료비 본인부담 정액제(의원 3000원, 약국 1500원)는 폐지돼 앞으로는 총진료비의 크기에 관계 없이 진료비를 30% 정률로 부담하게 된다.
100원 미만의 본인부담금은 건강보험이 부담함으로써 환자들의 불편을 완화한다고 하지만 의원급 의료기관들은 거스름 돈 준비 등으로 번거로울 전망이다. 또 본인부담금이 갑자기 올라 환자들에게 일일히 설명하는 것도 의원급 의료기관들의 짐이 되고 있다.
한편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는 현재와 같이 정액제(의원 1500원, 약국 1200원)가 그대로 유지된다. 이와 함께 미래세대에 대한 건강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6세미만 어린이가 외래진료를 받을 경우 본인부담은 성인의 70% 수준으로 경감된다.
보건복지부는 정률제의 시행으로 외래진료시 평균적으로 의원은 200원, 약국은 700원을 더 부담하게 되지만, 절감되는 재원은 고액·중증환자 의료비 부담 경감, 미래세대에 대한 건강투자에 사용함으로써 전체적인 국민부담은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지만 가벼운 질환자의 내원이 줄어들게 돼 의원의 환자수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는게 아니다. 취약계층들은 본인부담 때문에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더 줄어드는 것은 물론 병원으로의 환자 집중현상도 예상돼 진정 국민을 위한 정책인가 하는 의문까지 들게하고 있다.
▶외래명세서 일자별 청구…안하면 '반송' 조치
의원급 의료기관은 오늘부터 외래명세서를 일자별로 작성·청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심평원으로부터 외래명세서 반송조치를 당한다.
심평원은 7월부터 일자별 작성·청구제도를 의원급으로 확대·시행할 계획이었으나, 7월 한달간을 유예기간을 뒀다. 그러나 유예기간이 지남에 따라 8월 1일부터는 외래명세서를 일자별로 작성·청구해야 한다. 이렇게 될 경우 월단위·주간단위로 진료비를 청구하던 의료기관은 매일 외래명세서를 작성·청구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물론 이를 위한 인력 등의 증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대한의사협회는 보건복지부가 일자별 청구와 차등수가제를 연계하지 않도록 하고 있으나, 앞으로 일자별 차등수가제를 적용할 가능성이 농후해 큰 갈등이 예상된다. 현 차등수가제도 잘못된 것인데, 일자별 청구를 근거로 차등수가제를 확대할 경우 의료계의 불만이 어떻게든 폭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외래명세서 일자별 작성·청구 시범사업 결과 시범사업 기관 중 87%가 기존 청구프로그램에 비해 장점이나 특별한 의견이 없다고 응답해 정부가 무리하게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의료급여 공인인증서 통한 자격관리시스템 적용
지난해 공단 홈페이지의 요양기관 ID/PWD가 유출돼 사회적 물의가 있은 후 개인정보와 관련된 공단 홈페이지는 공인인증서만으로 접속 하기로 정책이 변경됐다.
이에 따라 공단은 보건복지 특수목적용 공인인증서 발급 대행기관으로 지정된 후 인증서 발급시스템을 지난 6월말까지 구축하고 7월 1일부터 발급해 8월1일부터는 인증서만으로 접속이 가능하도록 했다.
공단은 7월 1일부터 오픈한 의료급여자격관리시스템에 공인인증서를 적용할 계획이었으나 대한의사협회의 반대 때문에 7월 한 달간은 인증서와 함께 그동안 사용해 오던 ID/PWD도 접속도 함께 허용했다. 그러나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면적인 공인인증서 적용은 8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한편 의협은 의료급여 공인인증서를 통한 자격관리시스템에 대해 원칙적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공인인증서가 없어도 보험환자의 진료 및 청구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공인인증서 발급을 거부하고 공인인증서를 받은 회원이라도 공단사이트를 이용한 수진자조회를 전면 중당키로 했다.
특히 의료급여 환자에 대한 자격관리는 공단이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이 일일히 환자들의 자격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부담도 만만치 않아 의료기관의 불만은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저함량 배수처방 금지…고함량 1알처방 의무화
1일부터 1회 복용량이 같다면 적은 함량의 약을 여러알 처방하는 대신 고함량 1알을 처방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이 고함량 약 1알보다 저함량 약을 여러알 처방할 경우 약가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이용해 처방하는 사례가 있다며, 앞으로는 이러한 경우 약가 차액만큼 심사조정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같은 조치로 연간 150억원의 보험재정이 절감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이번 조치에 앞서 약 2년여 동안 의약학 관련 단체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제도 시행에 따른 보완책을 마련했으며, 지난해에는 저함량 배수 처방·조제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해 요양기관의 자율시정을 유도했다.
또 복용시마다 용량을 달리해야 하는 경우와 같이 저함량 의약품의 처방·조제가 꼭 필요한 경우에는 그 사유를 보험청구시 명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환자와 요양기관의 불편을 해소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약국에서 처방전에 의해 조제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2007년 8월 1일부터 적용하며, 의료기관의 원내 처방·조제에 대해서는 2008년 1월 1일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의료계는 필요한 경우 저함량으로 약을 처방할 수 없는데, 이러한 것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함량 1알처방을 의무화 할 경우 심평원의 일방적 진료비 삭감이 판칠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영상진단 판독소견서 미작성 시 판독료 삭감
오늘부터 판독소견서를 작성·비치하지 않고 영상진단료를 청구할 때에는 판독료를 받을 수 없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영상진단료의 소정점수에는 판독료(소정점수의 30%)와 촬영료 등(소정점수의 70%)이 포함돼 있고, 영상진단을 실시한 경우에는 반드시 판독소견서를 작성·비치토록 하고 있으므로 이를 작성·비치하지 않은 경우에는 소정점수의 70%(촬영료)만 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판독료와 촬영료 등이 하나의 상대가치점수로 되어 있어 소정점수의 100%를 산정해 왔으나, 이를 분리해 따로 진료비를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판독료를 제외한 촬영료 등에 대한 수가 산정방법을 고시했으므로 판독소견서를 작성·비치하지 않은 경우에는 소정점수의 70%(촬영료)만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중재적 시술시 유도를 위해 실시하는 영상진단의 경우에도 중재적시술 유도목적이라고는 하나 해당 영상진단료에 판독료가 포함돼 있으므로 판독소견을 기록한 경우 판독료를 산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