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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9 09:09 (금)
긴급진단 예견된재정파탄
긴급진단 예견된재정파탄
  • 장준화 기자 chang500@kma.org
  • 승인 2001.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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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 재정이 바닥을 드러내자 정부와 언론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보험재정파탄의 원인을 과다한 수가 인상탓이라며 의사죽이기에 발벗고 나섰다.

의사죽이기는 국민에게 별 도움이 안된다. 오히려 국민에게 그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 의사와 환자간의 가장 중요한 믿음이 무너져 내리면 한국의료는 설 땅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오늘의 재정파탄 원인은 수가인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의료보험통합의 이점과 의약분업을 시행했을 때의 이점에만 심취하여 재정지출 요인을 간과한채 현실성 없는 정책을 추진한 결과이다.

의료보험통합과 관련, “통합을 하게되면 국고지원이 불필요하다거나 국고지원을 최소화할 수 있다”, “통합을 하게되면 보험료 인상없이도 급여개선이 가능하다”, “지역보험재정의 약 50% 국고로 지원하는 것은 운영의 잘못이며, 국고의 낭비이며, 지역의보통합으로 지역의료보험료의 할인이 가능하다”,“지역조합의 통합으로 농어촌·지역가입자의 보험료를 경감할 수 있다” 등의 일부 보건경제학자들의 주장을 과신한 나머지 재정지출 요인을 간과해 버렸다.

김대중 대통령도 97년 대선때 이들의 주장만 믿고 지역의보에 지원하던 국고지원 1조원 가량을 의보통합으로 줄일 수 있어 이 돈으로 교육과 과학기술분야에 투자를 늘리겠다는 공약까지 한 바 있다.

급기야 98년에 2조2,000억원에 이르는 직장조합의 적립금은 통합과정에서 안이한 운영으로 급속히 소진됐고 건강보험은 단기보험 성격으로 지출에 맞춰 보험료율을 제때에 인상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적립금과신으로 보험료율을 낮추는 등 보험료 인상시기를 놓쳤다.

의약분업 역시 국민의 정부에서 개혁과제로 강력히 추진됐는데 새정치국민회의에서 1998년 12월에 발간한 `보건의료 효율화와 선진화를 위한 보건의료개혁 정책'에서 의약분업의 기대효과로 `약가 인하조치를 통해 재원을 절감할 수 있다', `의보재정의 운영이 정상화될 것이다'라고 기술하고 있어 정부가 의약분업에 얼마나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국민의 정부가 이 두가지 개혁과제를 밀어 부치면서 재정지출을 충분히 예측했어야 했다. 지출은 대폭 늘어나고 수입은 소폭 증가함으로써 재정파탄은 그때부터 이미 예고되고 있었다. 건강보험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보험재정의 수입과 지출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앞에서도 언급된 사항들이지만 선심성 급여확대 정책, 낮은 보험료, 수진율 증가가 재정파탄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정부가 제때에 국고지원을 이행하지 않은 것도 재정파탄을 몰고 온 주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추계한 자료를 토대로 할 경우 2001년의 재정적자 예상액은 3조9,714억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이 보다 훨씬 많은 6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에 반해 국고지원 부족액은 작년 5조3,187억원이며, 올해는 6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들 수치를 단순 비교하면 정부가 제때에 국고지원을 했더라면 건강보험재정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정부가 지역의료보험 50% 국고지원 약속을 제때에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재정파탄이 왔다는 얘기다.

77년에 도입된 우리나라 의료보험제도는 소득파악이 용이한 임금근로자들로부터 출발하여 88년 1월 농어촌 주민, 89년 7월 도시지역 자영자들까지 확대, 실시함으로써 이 제도 도입 12년만에 전국민의료보험 실시라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놀라운 기적을 만들어냈다.

이 과정에서 의사들의 희생이 컸음은 주지의 사실이며, 정부도 당시 경제상황을 고려해 농어민 등의 보험료 부담을 경감시켜 주고 지역의료보험의 재정안정을 위해 국고지원 50%를 약속했다.

그러나 정부가 약속한 국고지원 50%는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고지원을 시작한 88년부터 지난해까지 약속을 지켰던 해는 출발 첫해인 88(54%)년과 89(50.4%)년 그리고 91년(52.3%) 등 단 세차례에 불과했다.

그 결과 지역보험 국고지원 부족액은 눈덩어처럼 불어나 지난해 5조3,187억원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부족 규모는 올해를 합산할 경우 6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현재 지역보험 재정규모 추정액(6조2,915억원)의 30.2%(1조9,009억원)만이 예산에 반영됐다. 따라서 나머지 29.8%인 1조2448억이 부족분에 더해지면 누적총액은 6조3,509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보험재정 파탄만은 막아야 한다는데는 국민·의료계·정부 모두 이의가 없다. 어떤 방법을 택할 것인가가 문제인데, 현재로서는 당장 발등의 불을 꺼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보험수입을 증가시키고 지출을 감소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

보험료를 인상하는 방안과 국고지원이 재정을 안정시킬 수 있는 대안이다. 보험료 인상은 국민의 저항으로 정치적으로 풀기 어려운 문제이지만 국고지원은 정부가 정책실패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측면에서 가장 타당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국고지원이라면 현재의 국민건강보험법에서는 지역가입자에게만 해 줄 수 있게 되어 있는데 법을 개정하여 직장가입자에게 지원해 주어야 한다. 직장가입자의 보험료가 이미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에 형평성 차원에서 필요하다.

정부는 의사를 집단이기주의로 몰아 부칠것이 아니라 보다 냉철하게 판단하여 보험재정파탄 원인을 분석, 임기응변식 눈가림이 아닌 국민·의료계 모두가 공감하는 대안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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