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터 공기구멍이 기도 깊숙이 연기 전달
폐암환자 30만명 대상 미 역학연구 결과 발표
흔히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 덜할 것이라 믿는 '저타르 및 필터 담배'가 실제로는 선암성 폐암의 증가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미국의 터프츠 뉴잉글랜드의료원의 게리 스트라우스 박사는 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12차 세계폐암학술대회 기간 중 '흡연 관련 선암성 폐암의 역학 : 담배회사와 저타르 및 필터 담배의 역할'이란 발표에서 "선암성 폐암의 급격한 증가는 저타르 및 필터 담배의 생산이 증가한 것과 연관성을 보인다"고 밝혔다.
스트라우스 박사가 지난 1975년~2003년까지 28년동안 폐암으로 진단받은 약 30만명의 미국암등록데이터베이스(SEER DB)를 분석한 결과, 1950년대까지는 폐암 가운데 선암이 차지하는 비율이 5%에 불과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많게는 62%까지 치솟았다가 2000년대 들어 47%에 이르는 등 현재 성별·인종·나이에 관계없이 가장 흔한 폐암으로 대두됐다.
1950대에 저타르 및 필터 담배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담배 시장의 1%에 불과했지만, 1980년대에 이미 95%까지 증가했으며 현재 미국 시장의 98%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선암성 폐암의 급증이 저타르·필터 담배 등 새로운 담배 제품의 출시와 무관하지 않다는 가설과 일맥상통한다. 특히 선암 증가는 여성과 청소년층에서 두드러지는데, 선암 발생의 추세는 많은 흡연자들이 찾는 순한 담배 속에 발암 물질인 '니트로사민'이 늘어나는 것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스트라우스 박사는 "흡연자가 저타르 및 필터 담배를 피움으로써 연기를 더욱 깊게 들이마시고, 이는 담배 입자를 기도 깊숙이 전달하게 돼 결국 선암성 폐암 발생에 영향을 준다"며 "흡연이 폐암을 일으킨다는 연구결과 때문에 새로운 담배를 만들어낸 담배제조업체가 결과적으로는 흡연 관련 선암성 폐암의 급증에 큰 기여를 한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