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퇴장방지약 약가 줄 때 '의무각서' 받도록
한국은 제약사 편의대로…생산 중단에 제한 없어
'없어선 안되는 약'이라며 국가가 특별 관리 대상으로 지정한 '퇴장방지의약품'. 하지만 제약사가 생산을 슬쩍 중단해 버린다면?
답은 '아무도 모른다' 혹은 '알아도 막을 수 없다'이다. 다소 이상하게 들리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제약사의 생산의무를 강제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일부 제약사가 퇴장방지의약품으로 지정된 약을 "수익성이 없다"며 생산 중단한 사례가 알려지면서 이 제도를 둘러싼 논의가 국회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본격화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일본의 퇴장방지의약품 관리 방식이 소개돼 눈길을 끈다. 5일 한국제약협회에서 열린 '한일제약산업 공동세미나'에서 일본제약협회측 관계자는 "제약사에게 공급의무각서를 쓰도록 해 자의적인 생산중단을 막고 있다"고 소개했다.
관람인으로 참가한 강아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건약) 사무국장이 "한국은 제약사의 생산중단 결정을 제어할 방법이 없는데 일본의 경우 어떠냐"고 묻자 답한 말이다.
또 일본은 수익성 문제로 제약사가 파산 위기에 처하면 약가인상신청을 하고, 그래도 어려울 경우 '이 제품의 대체제가 존재한다'는 문건을 관련 기관에 제출하도록 정하고 있다고 일본측 관계자는 덧붙였다.
같은 질문에 이소영 심평원 약제등재부장은 "제약사의 생산중단 결정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답했다. 약제급여조정위원회를 소집해 제약사의 의견을 듣도록 하는 방법을 일컫는 것.
그러나 일전에 모 제약사가 퇴장방지의약품을 그만 생산하겠다고 결정했을 때, 이 필수약의 호적이 공식적으로 완전히 지워질 때까지 "왜?"라고 물은 기관은 한 군데도 없었다. 허가취소를 담당한 식약청에서부터 심평원 급여삭제까지 아무도 그들을 막지 않았다. 그나마 있는 방법 조차 제대로 굴러가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어쨌든 약제급여조정위원회의 조정에도 불구하고 제약사가 굳이 생산을 포기하겠다고 버티면 현질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다는 것이 심평원의 공식 답변이라고 최근 심평원에 질의서를 보냈던 강아라 건약 사무국장이 전했다.
한편 퇴장방지의약품 제도 재정비를 위해 국회에서는 박재완 의원실이 대안을 찾고 있으며 건약도 자료를 취합중이다. 박 의원은 곧 있을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지적할 방침이며, 건약측은 9월말 이내에 최종 의견을 낼 예정이다.
강 사무국장은 "의견을 모아봐야 겠지만 일본의 경우처럼 제약사의 일방적 생산중단을 제한하는 규정을 마련하도록 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