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치료의 미래…'다중표적 그리고 백신'

폐암치료의 미래…'다중표적 그리고 백신'

  • 신범수 기자 shinbs@kma.org
  • 승인 2007.09.0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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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부터 6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세계폐암학회(WCLC)에선 기존 치료제의 재조명 뿐 아니라 폐암치료 분야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약제들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진행됐다. 이에 KMATimes.com은 이번 학회에서 소개된 유망한 두가지 폐암약-'수니티닙'과 'MAGE A3'-이 향후 폐암 분야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해 들어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여러개 표적을 동시 공략…생존기간 연장 기대"

신장암치료제 수니티닙은 다른 표적치료제와 달리 목표로 삼는 표적이 여러개인 '다중표적치료제'다. 임상 2상에서 폐암에 효과가 관찰돼 최근 한국을 포함한 다국가 3상 돌입이 결정됐다. 이 연구의 한국내 책임자(PI)인 박근칠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는 "새롭게 시작되는 3상 연구를 통해 시한부 폐암환자들의 생존을 연장시키는 희망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근칠
M.D.,Ph.D.
성균관의대 교수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수니티닙 다국가 임상3상 한국 PI

◆수니티닙의 폐암치료 효과는 어디까지 증명된 상태인가

현재 두가지 임상 2상 연구를 통해 가능성이 확인되고 있다. 첫번째는 수니티닙(sunitinib·상품명 수텐, 판매사 화이자) 단독요법인데 그 결과가 지난 6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발표됐다. 표준치료에 실패한 환자 약 20% 정도에서 병이 진행되지 않고 안정화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서 사용된 용법과 용량이 안전한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엘로티닙(erlotinib·상품명 타쎄바, 판매사 로슈)과의 병용요법을 본 또다른 2상이 진행됐다. 이론적으로 두가지 약을 사용해 목표(표적)를 다각화하면 효과가 좋을 것으로 예측되므로 실제 그런가 본 것이다. 이번 세계폐암학회에서 발표된 중간 결과에 따르면 수니티닙+엘로티닙 요법은 비교적 안전하고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2상이기 때문에 효과를 논할 단계는 아니지만 긍정적인 신호가 나옴에 따라 이 방법으로 3상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3상 연구에 대해 개괄적으로 설명해달라

수니티닙을 매일 복용하는 요법에 엘로티닙을 더하는 방법과, 엘로티닙에 위약을 더하는 방법을 비교한다(엘로티닙+수니티닙 VS 엘로티닙+위약). 현재 표준치료제라 할 수 있는 엘로티닙만 쓰는 것보다 효과가 커지는지 보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956명이 참가하며 한국은 21명이 3군데 의료시설에서 참여한다. 백금기반의 화학요법에 실패한 환자가 대상이다.

이 연구가 갖는 의미는 뭔가

정상세포가 아닌 암세포만을 공격하는 표적치료제들이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폐암환자의 생존율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표적이 여러 개인 다중표적항암제 수니티닙에 또다른 공격 목표를 갖는 엘로티닙을 병용해서 생기는 잠재적 이익과 그에 대한 정보를 모으는 것이 목적이다.

수니티닙은 암세포의 성장·증식·암의 확산 등에 관여하는 분자를 다중으로 억제한다. 이 연구가 성공적인 것으로 판명되면 선택이 매우 제한된 폐암치료 분야에서 또다른 치료 무기를 갖게 되는 것이다. 실례로 베바시주맙(bevacizumab·상품명 아바스틴, 판매사 로슈)이란 약을 쓸 경우 일반적으로 생존기간을 10개월 보는데 이 약에 기존 항암제를 병용했더니 기간이 12개월로 늘어났다. 2개월의 차이일 뿐이라고 할 수도 있으나 20% 연장효과는 의미있는 수치다. 시한부 환자 입장에서보면 충분히 투자 가치가 있는 것이다. 물론 부작용이 증폭되는지 혹은 비용이 너무 커지는지 등 정보도 밝혀질 것이다.

화학요법에서 표적항암제로의 이전, 그리고 다음 단계는 무엇이 될 것이라 보는가

지난 5∼10년사이에 표적항암제가 도입되면서 종양치료의 성적, 부작용 측면은 많은 향상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 개념은 일종의 맞춤치료로 볼 수 있는데 지난 한 세기동안의 암과의 전쟁에서 매우 중요한 업그레이드를 의미한다고 본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그 다음 단계로는 조기 진단이나 예방 쪽으로 진화할 것으로 본다. 치료보다는 예방 개념으로서의 표적치료제 역할이 주목 받을 것이다. 다만 아직은 발병된 환자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이 분야에 모든 역량이 집중될 것이다.

"약이 안되면 몸이 죽이게 한다"

'항원특이적면역치료요법'이란 긴 이름의 개념을 표방하는 폐암약도 임상 3상을 앞두고 있다. 수술 후 남아있는 암세포를 죽이기 때문에 치료제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암세포의 생성을 막아준다는 측면에서 '백신'의 일종이라고도 할 수 있다. 비록 "이 백신을 맞으면 암에 안걸린다"는 획기적 개념은 아니지만 폐암 백신이란 이름 만으로도 전문가들과 환자의 큰 관심을 끌 만하다. 'MAGE A3'로 명명된 이 치료 백신의 개발 및 전세계 임상시험을 책임지고 있는 GSK의 패트릭 테라세 씨를 만났다.

패트릭 테라세(Patrick Therasse)
M.D.,Ph.D.
GSK 백신사업부(벨기에) 암면역치료제 후기단계 개발 담당이사

MAGE A3의 기본 개념을 설명해달라

암세포에서 생성되는 단백질과 동일한 단백질을 함유한 생물학적 제제다. 암세포는 매우 느리게 증식하기 때문에 인간의 면역시스템이 인식하지 못하거나 인식해도 죽이지 못한다. MAGE A3는 암세포에서 발현되는 것과 동일한 단백질을 인체에 주입시켜, 인체가 이를 인식하도록 면역시스템을 교육시키는 것이다. 일종의 백신과 같은 개념이다.

그렇다면 MAGE A3라는 단백질을 포함한 암세포에만 효과가 있나?

그렇다. 비소세포성폐암 환자의 경우 약 1/3이 이 단백질을 가지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정상세포에는 MAGE A3가 없기 때문에 면역시스템이 정상세포를 공격할 문제는 없다는 점이다.

다른 암에 적용할 가능성은?

현재 폐암이 첫번째 연구이며 다른 암을 위한 것도 개발중이다. 피부암·방광암·간세포암·식도암은 폐암과 동일하게 MAGE A3 단백질을 적용한다. 다른 종류의 암에서 발현되는 또다른 종류의 단백질을 대상으로 4가지 연구가 진행중이다. 현재 MAGE A3 연구가 가장 많이 진전됐다.

◆현재까지 밝혀진 효과를 설명한다면?

수술을 통해 종양을 제거한 폐암환자(IB 및 II 단계) 180명을 대상으로 위약과 비교한 임상 2상 결과, 28개월간 치료했더니 재발률이 상대적으로 27%, 절대적으로는 13% 감소했다. 임상적으로 보면 11개월간 재발을 연장시켜 줬다는 의미다. 물론 MAGE A3 단백질을 발현하는 암환자가 대상이다. 이를 바탕으로 임상 3상을 진행하기로 하고 현재 환자를 모집중이다. 2상과 다른 점은 수술 후 화학요법을 시행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로 나눠, 어떤 환자에서 더 효과가 있나 보는 디자인이 추가된 것이다. 한국 환자들도 참여한다.

백신을 맞고도 여전히 재발이 발생하는 이유는 뭔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아마도 어떤 환자의 경우 체내에서 완전한 면역반응을 보이지 못했을 수도 있다. 또 어떤 환자는 더이상 MAGE A3를 갖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유전자 프로필을 사전에 검토해 면역 환경이 적당하지 않은 사람을 알아내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재발 예방 기간은 얼마나 되나

이 약은 28개월 동안 13번 주사를 맞도록 고안됐다. 대부분의 암환자가 2년안에 재발하기 때문에 28개월로 정한 것이다. 임상 2상이 완료됐지만 5년 정도 계속 재발률을 볼 것이고 이 후 10년 생존율도 분석할 것이다.

상용화 시기나 가격에 대한 계획은?

비용을 아직 논할 단계는 아니다. 다만 재발 때의 치료비가 얼마나 들 것인가 등을 고려해 그에 상응하는 비용으로 적절히 정해질 것이다. 상용화는 임상3상 중간결과가 좋을 경우 빠르면 2010년 늦어도 2012년이면 가능할 것 같다.

다른 제약사나 연구소에서도 이런 개념의 백신을 개발하고 있나?

몇몇 제약사가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성분은 잘 모르지만 유사한 연구가 진행중이다. 대상환자 즉, 어떤 단계의 질병을 목표로 하는가는 MAGE A3와 다른 것으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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