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초과시 1/2만 우선적용…약물방출스텐트 타격 커
업계 "우려하던 일 현실로…" 충격 휩싸여
치료재료 가격을 평균 9.14% 인하하는 정부 방침이 현실화됐다．
보건복지부는 20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치료재료 상한금액을 적게는 0.14%에서 많게는 32.44%까지 평균 9.14% 인하하는 안건을 최종 심의·의결했다． 변경된 치료재료 가격은 고시 개정을 거쳐 2007년 11월 1일부터 적용된다．
이번에 가격 인하 대상이 된 치료재료는 7920개 품목으로 전체 1만872개 중 73%에 이른다． 1998년 2월 IMF 당시 가격보다 현재가격이 낮은 2709개 품목과 당시 환율 인상이 반영되지 않은 232개 품목, 고시 이후 등재된 신규품목 중 제조원가를 반영한 11개 품목 등은 제외됐다．
복지부는 이번 조치로 연간 치료재료 비용에서 약 580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보험자 부담 429억원과 환자 본인부담금 151억원 감소분이 포함됐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인하율이 15% 이내인 품목이 전체 인하대상의 78%를 차지하고 있으며, 청구액 감소율은 수입품목 5.7%, 제조품목 5.5%로 수입업자와 제조업자가 비슷한 부담을 떠안게 됐다．
반면 약물방출스텐트 업체의 충격은 예상보다 더 클 전망이다． 약물방출스텐트는 이번 건정심 회의에서 치료재료 가격인하와 함께 가치 재평가 작업을 통해 이중 가격인하 조치가 내려졌기 때문． 특히 제조사별로 제품 가격에 차이가 났던 것을 동일한 가격으로 조정함으로써, 일부 업체의 경우 가격인하 외에도 마케팅 전략 수정 등 감수해야 할 부담이 늘어났다．
예를 들어 보스톤사이언티픽코리아의 텍서스 제품의 경우 재평가 인하율 7.0%에 환율관련 인하율 2.83%를 더하면 9.83%를 인하하게 되지만, 메드트로닉의 엔데버와 존슨앤드존슨의 사이퍼 제품의 인하율은 20.51%(재평가 관련 18.2%, 환율 관련 2.83%)로 경쟁업체에 비해 두 배에 이상의 비율로 가격인하를 감행해야 한다．
다만 복지부가 인하율 5%를 초과하는 품목(전체의 88.6%)에 대해서는 인하율의 1/2만 우선 적용하고 나머지 1/2에 대해선 6개월동안 가격인하를 유예, 내년 5월 1일부터 적용키로 해 당장 급한 불은 껐다．
이번 정부의 가격인하 조치에 대한 치료재료 업계의 반발은 어느때보다 거셌다． 실제로 복지부가 7월 31일부터 8월 20일까지 품목별 인하안을 통보·열람하도록 하고 의견을 받은 결과, 정보 열람 업체 244개 가운데 25곳만을 제외한 219개 업체(89.8%)가 의견을 제출했다．
하지만 당초 13%대 인하에서 인하율이 다소 낮아졌고, 유예기간 설정·내년 5월 인하율 재검토 등 정부가 업계의 숨통을 틔워주는 카드를 내밀었기 때문에, 업계는 공급중단 등 당장 무리수를 두는 것은 자제하겠다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우려하던 일이 현실로 드러나 충격이 크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결국 업계가 불합리한 희생을 감수하는 방향으로 일이 진행됐지만, 결과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아니겠나"라며 최종 고시가 발표될 때까지 공식 대응을 미루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