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 평양에서 '의학을 논하다'

'남'과 '북' 평양에서 '의학을 논하다'

  • 김은아 기자 eak@kma.org
  • 승인 2007.09.28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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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평양의학과학토론회 열려…남측 대표단 30여명 참가
기초·내외과학 최신지견 발표…100주년 종합학술대회 참여 제안

'남'과 '북'이 평양에서 만나 의학 정보를 교류하는 뜻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대한의사협회는 9월 12~14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제9차 국내외 동포들의 평양의학과학토론회'에 참가했다.

평양의학과학토론회는 조선의학협회 중앙위원회가 '민족의 의과학 기술을 세계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가치있는 연구 성과와 경험을 널리 소개한다'는 취지로 해마다 평양에서 국내외 의학자들을 초청해 여는 학술행사. 1999년 처음 시작돼 올해로 9회째를 맞았으며, 남측에서 대표단을 파견한 것은 이번이 4번째다.

이번 행사에는 의협 대표 10명과 을지대병원 대표 8명, 대한한의사협회 대표 4명,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대표 3명, 박혜경 질병관리본부 연구원, KBS 촬영팀 등 남측에서 모두 28명이 참가했다. 이밖에 재미의학자 6명과 재일조총련 대표 1명도 토론회에 함께했다.

리봉훈 조선의학협회 중앙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북측 의학자 200여명이 빼곡히 자리를 메운 토론회는 이틀에 걸쳐 기초 및 내과학·외과 및 구강병학 등 분과별 논문발표로 진행됐다.

남측 의학자들은 ▲급성 심근경색증환자에서 성별에 따른 임상적 차이와 특징 ▲소아마취의 최신지견 등을 발표했고, 북측 의학자들은 ▲<의방류취>의 역사적 및 서지학적 고찰 ▲재조합 B형간염예방약제조에 대한 연구 등 기초·임상 연구는 물론 클로렐라초·단나무열매 등 다양한 약초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식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김윤범 미국 핀치보건종합대학 시카고대학 교수는 '이식면역학과 임상장기이식의 발전추세'를 주제로 강연에 나서 관심을 모았다.

이번 방북 때 남측 대표단은 내과·외과학 등 주요 의학과목 한글 교과서를 북측에 전달했으며, 이에 북측이 의학 교과서를 교환하자는 남측 요구를 검토키로 해 남북 의학 교류의 새로운 물꼬를 텄다. 13일 오후에는 을지대병원이 지원해 최신 수술실 설비를 갖춘 조선적십자병원을 참관했다.

김인호 의협 남북한의료협력위원회 위원장은 폐회사에서 "돌아가서 의사들에게 토론회에 대해 널리 알리고, 내년에는 더많은 남측 의학자들이 참여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아울러 북측 의사들이 내년 열리는 의협창립 100주년기념 종합학술대회에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한편 남북 대표단은 제10차 토론회를 2008년 5월 3~6일 평양에서 개최키로 하고, 세부 주제로는 ▲결핵 ▲순환기계(고혈압) ▲정형외과계(관절) ▲소화기계 ▲구강 ▲한의학 등을 선정했다.

◇의협 대표단

▲김인호 위원장(남북한의료협력위원회) ▲장진호 의협 정책이사 ▲김성덕 대한의학회 부회장 ▲홍승원 대전시의사회장 ▲윤창겸 경기도의사회장 ▲이학승 전 대한전공의협의회장 ▲이승필 전 대전협 총무이사 ▲지구덕 전 대전협 홍보이사 ▲한희종 전 대전협 정책이사 ▲유승현 의협 대외협력팀장.

"통일 대비 남북 의학 교류 필요"
대북의료지원 창구 단일화 추진

"진지한 북측 의사 토론 자세 인상적"
남북한 의사들 직접 교류 활발 기대 

김인호 남북한의료협력위원회 위원장

김성덕 대한의학회 부회장

"통일 시대에 대비해 지금부터 남북한 의료 수준의 격차를 조금씩 줄여나가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남북 의학 교류 창구를 지속적으로 유지·발전시켜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남측 의학자 대표단을 이끌고 12~14일 평양의학과학토론회에 다녀온 김인호 대한의사협회 남북한의료협력위원회 위원장은 무엇보다 남북한 의학 교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아울러 산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대북의료지원 사업이 의료계 대표 단체인 의협을 중심으로 체계적·효율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김 위원장이 제안한 사업은 크게 세 가지. 첫째는 남북한 의료용어를 통일화하는 것이고, 둘째는 대북의료지원에 대한 통계를 마련하는 것, 셋째는 의료기기·의약품·의료인력 등 지속적으로 의료지원을 이어가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금도 수많은 회원들이 음으로 양으로 대북사업에 참여하고 있지만, 막상 현황을 파악한 자료가 부족한 현실"이라며 "우선 회원들의 대북사업 참여 현황을 파악하고, 서로 정보를 교류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대북사업에 대한 회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냄으로써 의협이 남측의 대북의료지원 사업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나갈 수 있도록 하는데 주력하겠다"며 "현재 위원회에 그린닥터스·국제보건의료재단 등 관련 단체 관계자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앞으로 다양한 전문가의 참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토론회에 임하는 북측 의사들의 진지한 자세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김성덕 대한의학회 부회장은 제9차 평양의학과학토론회 분과토론에서 북측 의사들과 함께 '외과 및 구강병학분과' 좌장을 맡았다.

김 부회장은 "비록 북측 의사들과 깊이있는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조선적십자병원 마취과장 등 같은 학문 분야의 사람들을 직접 만났다는 점이 매우 고무적"이라고 이번 토론회 참가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토론회 내용에 대해서는 "북측 의사들의 발표 내용은 의약품이 부족한 상황 때문인지 약초·식품 등의 임상적 효과에 연구가 많았다"며 분위기를 전하고 "사전에 충분히 발표 주제를 상의하지 못해 토론회를 자유연제로 진행했던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내년엔 몇 가지 주제들을 집중적으로 다루기로 해 깊이있는 토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최신 지식이나 장비를 소개하기 보다는 당장 북한 실정에 적용·응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의학 토론회는 조선의학협회와 대한의사협회·대한의학회 등 전문가집단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보다 내실있는 학술 토론회를 만들어갔으면 좋겠다"면서 "나아가 북측 의사들도 남한 의료 현장을 직접 경험하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의학 교류가 더욱 활발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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