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G, 수가개혁틀 속 검토 바람직
DRG, 수가개혁틀 속 검토 바람직
  • 김인혜 기자 kmatimes@kma.org
  • 승인 2001.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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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건사회연구원은 DRG(포괄수가제)가 민간의료 의존도가 높은 우리 나라에서는 일시적 시행보다 충분한 검토후 제도의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정우진 전 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주요국가의 DRG 수가제도 도입현황과 국내도입에 따른 쟁점 연구'에서 충분한 검토와 DRG외에 여러가지 대안을 검토할 것을 주장했다. 연구자는 현재 보험재정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행위별 수가제의 지불보상제도 문제의 주요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DRG가 정부가 원하는 외적 명분을 얻을수 있을 지 모르나 실질적으로 목표했던 성과와 달리 단지 의료의 질 저하와 관리비용의 증가로 실패한 제도가 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현행 행위별 수가제의 문제점과 파탄에 이른 건강보험 재정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DRG를 추진하려 하고 있다. 준비안된 의약분업으로 엄청난 혼란을 겪은 의료계는 정부가 추진하려는 한국형 DRG가 준비안된 제도의 하나라는 의구심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본지는 이 연구보고서에서 제시한 쟁점을 정리, 소개함으로써 학계와 의료계에서 DRG에 대한 충분한 재검토 요구에 무게를 싣고자 한다. 준비안 된 의약분업과 같이 준비안 된 DRG로 국민적 혼란이 재현되지 않기를 바란다.편집자

◇DRG의 핵심 쟁점

연구진은 민간의료의 의존도가 극도로 높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DRG 도입으로 진료비 지불보상제도의 문제 해결의 유일한 대안인 양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시적 시행보다는 충분한 검토후 제도의 전환과정을 지켜보고 최선의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DRG는 일각에서 의료자원의 최적배분과 의료비 절감, 질병치료에 투입되는 비용 최소화로 최대의 이윤을 확보해 의료기관의 자발적인 경영합리화가 장점으로 제시된다. 또한 진료비청구 및 심사가 질병단위로 이뤄져 불필요한 업무와 비용이 줄어드는 보험 관리비용의 절감도 효과로 제시된다.

제도의 도입을 주장하는 측은 의학기술이 발전하고 인구가 노령화됨에 따라 급상승하는 의료비를 절감하려는 의지는 세계적인 추세이므로 우리도 도입해야 한다는 전제를 제시한다.

그러나 현재 DRG를 도입한 국가들은 대부분 OECD 선진국들로 국민건강을 보장할 수 있는 기본적인 의료체계 운영을 위해 적정 재원을 투입하고 있거나 공공의료의 비율이 높은 국가다. 따라서 일정수준의 기본적인 의료비 지출이 이뤄지는 선진국의 경우 의료비 지출의 효율적 관리는 국가의 주요 정책과제가 될 수 있으며 의료비 절감으로 DRG를 활용하는 것은 나름대로 정책 타당성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총 생산대비 의료부문에 투입되는 자원이 OECD국가들과 비교해 아직 낮은 수준이다. 의료비의 효율적 관리도 중요하지만 투입수준에 대한 관리보다는 적정수준까지 기본적인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투입을 증가시키는 것이 정책적 우선과제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 행위별수가제가 의료비 상승을 유인하므로 DRG를 도입해야 한다는 이들은 보험진료비의 증가요인을 분석한 김한중 교수(1999)의 연구를 근거로 든다. 90년부터 98년까지 보험진료비 증가추이를 분석할 때 94년을 기점으로 진료비 증가율이 증가했으며 이는 94년 7월 이후 의료보험 급여 기간과 급여범위 확대 등 의료보험 급여범위의 변화가 집중적으로 일어난 시기와 일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전체 진료비 증가에 기여한 요인을 분석한 결과 물가인상에 의한 증가가 47%, 보험급여 대상자수 증가나 인구 구조의 노령화, 보험제도 변화에 따른 증가가 17.6%로 의료외적 요인에 의한 증가가 64.7%인 반면 의료적 요인에 의한 증가요인은 35.3%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건당 진료비와 환자 1인당 진료건수로 구분되는 의료전 요인에서 건강진료비는 주로 의료공급자의 진료행태에 의해 결정되며 환자 1인당 진료건수는 공급자와 소비자 양자 모두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조사 결과 이는 각각 _2.4%와 37.7%로 나타났다.

이를 볼때 행위별 수가제 하에서 보험진료비 증가는 공급자의 진료건수 증가 등 의료공급자의 요인에서도 기인하지만 보험급여 충실화 및 생활수준 증가에 따라 소비자의 수요가 보험비 증가에 기여해 왔다고 할 수 있다. DRG 지불제도가 공급자 측면에서 효율적인 진료행태를 유도해 의료비 절감을 도모하는 정책임을 고려할 때 수요자 특성에 의한 국내 보험진료비 증가의 특성상 DRG지불제도가 보험진료비 증가를 억제한다는 효과는 제한적이다.

정부는 DRG를 도입하는 목적으로 의료보험 재정불안을 해소하기 위함(보건복지부, 1999)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재원 마련이 여의치 않을 경우 DRG제도 도입으로 인한 재정절감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단지 의료보험 재정의 안정을 목적으로 DRG를 도입할 경우 소득수준에 합당한 의료서비스를 받으려는 국민의 의료 욕구는 통제받지 않는 다른 영역으로 지출되기 때문이다. 의료비 투입수준을 통제하는 DRG의 특성상 의료가 왜곡되는 현상은 다시 발생한다. 결국 DRG를 도입해도 절감된 의료비는 다른 영역으로 지출 돼 의료비 절감은 상쇄된다. 이 외에도 정부는 비용전이 효과를 막기 위해 상당분의 본인부담 진료비를 보험 급여화했기 때문에 보험자 부담이 추가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의보재정 절감성 문제

DRG 도입을 주장하는 측은 현재의 의료기관의 진료량 증대에 따른 의료비 증가가 DRG지불제도 도입 이후에는 보험재정부담으로 전가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들은 3차년도 시범사업 평가보고서에서 외과계 DRG 질환에 한해 전체 의료기관에 확대 적용했을 경우 초기 소요재정은 1,490억 4천만원이 추가적으로 필요하지만 2004년부터는 절감해 2005년에는 입원급여비 부문에서 총 1조 1,315억원이 절감될 것으로 예측했다(보건복지부·서울의대, 2000).

그러나 DRG도입의 예상 비용절감 추계 과정과 추계비용도 과소 추계됐다는 지적이 있다. 비용추계상 행위별 수가제하에서만 진료서비스 강도가 증가한다고 간주, DRG지불제도하에서는 비용 증가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했다는 지적이다. 결국 소비자 요인에 의한 1인당 서비스 제공량 증가와 의학기술 발전에 따른 비용상승 등의 요인을 무시한 것이다.

또한 비용추계에 있어 평가보고서는 2005년까지 보험자는 추가로 3,034억 3천만원만 필요하다고 밝혔으나 적정원가에 기초해 DRG수가를 산정할 경우 보험재정 추가 소요분은 1조 1,409억원이 소요될 것이라는 게 반대자들의 추계다. 이 외에 입원 서비스가 외래로 전이될 경우의 비용증가, 의료의 질 하락 방지 모니터링 비용, 제도정착 단계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 등을 고려할 경우 DRG지불제도 도입에 따른 비용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현재 의료보험 재정상태가 이 비용지출을 감당할 수 있는가이다. 올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재정 적자가 4조원에 달하고 의약분업 정책으로 추가재정 지출요인이 발생되는 상황에서 의료보험 재정의 근본 재원조달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 이상 DRG지불제도의 건전한 정착은 어렵다고 연구진은 제시한다.

▲의료보험수가체계 개혁의 필요성 문제

복지부가 97년 DRG지불제도 시범사업을 시작한 배경은 행위별 수가제에서 의료공급자가 의료서비스 제공량을 늘려 의료비 상승을 초래한다는 구조적 문제 외에 진료비 청구 업무량의 과다와 비효율성, 진료내용에 관한 보험자와 의료인간 갈등 심화, 수가조정 과정의 복잡성 및 서비스 항목간 수가수준의 상대적 불균형으로 인한 의료공급행태와 비급여 분야의 팽창(염용권, 서창진, 1997)등을 꼽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가 행위별 수가체계에서 기인하는 것인지, 현재 우리나라 의료보험 수가체계가 안고 있는 핵심적 문제가 행위별수가체계로 인한 문제인가는 논리적으로 따져야한다.

앞서 언급했듯 우리나라 보험 진료비의 상승은 공급자의 진료행위에서만 기인한 것이 아니라 물가상승이나 급여범위의 증가 등 의료외적 요인이 초래한 경우가 더 높다. 환자당 서비스 제공량 증가, 즉 소비자 욕구가 진료비 증가를 초래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의학기술의 발달에도 불구, 서비스건당 진료비는 감소해 의료보험수가가 단위가격을 얼마나 강력히 통제하고 있는지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결국 의료서비스량 증가는 비현실적인 수가통제에 대응적으로 나타난 불가피한 부산물로 국내 보험 진료비의 진료량 증가는 단순히 행위별 수가제로 인한 공급자의 진료량 증가에서 기인한다기 보다 수가통제에 대한 공급자의 대응 양태가 복합되어 있다는 것이 더 정확한 지적이다.

또한 수가수준이 적정하지 못할 경우 공급자의 이러한 왜곡된 대응양태는 불가피한 생존전략이라는 측면에서 행태왜곡에 대한 책임을 공급자의 몫으로만 돌려선 안 된다. 따라서 현재 보험재정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행위별수가제의 문제는 행위별수가제 단독의 문제라기 보다 국내 의료보험 수가체계의 한계가 혼재된 때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우리나라 의료보험 수가체계의 핵심적인 문제는 턱없이 낮은 수가수준과 의료행위간 수가수준의 불균형이다. 이는 결국 의사의 기술적 행위에 비해 장비 등을 이용하는 물적 서비스에 대한 수가수준을 높여 의료장비의 중복투자에 따른 자원배분의 비효율을 초래했다.

◇대 안

DRG지불제도 도입으로 해소될 수 있는 부분은 행위별수가하의 진료량 감소뿐이라고 연구진은 지적한다. 수가통제에 따른 대응적 진료량 증가는 진료비 지불체계와 상관없이 적정수가 수준 책정을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 우리나라 현실에 부합할 수 있도록 DRG분류 체계를 재정비 함과 동시에 임상전문가들의 공식적인 검증과정과 의견이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보험재정의 취약성에서 기인한 수가수준의 문제와 수가결정과정의 비효율성과 전문성 결여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DRG지불제도 도입으로 공급자의 진료행태 왜곡을 막기 어렵다. 오히려 필수서비스의 미제공으로 인한 질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지적한다.

결국 DRG지불제도 도입은 전체 의료보험 수가체계 개혁틀에서 검토돼야 하며 이 제도가 기능할 수 있는 여건을 구비해 현행 수가체제의 정비 등의 핵심 쟁점을 보완한 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연구진은 DRG 지불제도와 함께 여러 대안을 제시하는데 우리 나라와 같이 민간의료 의존성이 높은 미국에서 공적의료보장에 관리의료(Managed Care)를 적용해 수혜자가 HMO 등의 조직에서 의료를 제공받도록 허용, 보건의료제공 시스템의 효과성 및 효율성을 공급자가 스스로 제고하도록 유인하고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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