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등재방식 적용 이후 첫 약가협상
공단 "단순 염변경 효과 좋아진 것 아니다"
국내사 개량신약 개발전략 수정 불가피
올 해 선별등재방식 시행 후 첫 약가협상으로 관심을 모았던 '프리그렐'이 결국 약가를 받지 못했다.
혈전용해제 플라빅스의 일부 성분을 변경해 만든 이 약이 기존 약보다 효과를 '개량시키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오리지널과 다른 염을 사용해 '개량신약'을 만드는 방식을 '비즈니스 모델'로 추진해오던 일부 국내사들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협상 마지막 날인 2일 건보공단과 프리그렐의 개발사 종근당은 6차 약가협상을 진행하며 막판 절충을 모색했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끝났다.
이 자리에서 종근당측은 30억원을 들여 개발한 개량신약임을 주장하며 퍼스트제네릭 수준의 약가를 요구했지만, 공단측은 개량성을 인정할 수 없고 현재 제네릭 제품들이 시판중이란 점을 들며 제네릭의 최저가인 29%를 고집해 양측간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업계는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 제네릭을 넘어 개량신약을 통해 신약개발 회사로 거듭나려는 국내 제약사들의 발목을 잡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안이 국내 제약사의 향후 개량신약 전략에 중요한 지표를 제시할 것이라며 관심을 보여온 한국제약협회측도 "개량신약 촉진을 공언해 온 정부가 이럴 수 있나"라고 비난했다.
문경태 제약협회 부회장은 "프리그렐이 제네릭에 불과하다면 왜 경제성평가 등을 받도록 하나. 헌법소원을 통해 이 약가 제도를 무력화시키고 새 약가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심평원에서 이미 경제성평가를 거쳐 등재여부가 결정된 제품을 두고, 다시 공단에서 약가협상을 벌이게 하는 것은 중복규제가 아니냐는 지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에 대해 공단측은 "심평원은 등재여부, 공단은 약가협상이란 고유의 업무를 가지고 있어 이런 지적은 적절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개량신약 개발 독려를 통한 제약산업 육성에 정부가 너무 인색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국내 제약사 육성 자금을 보험재정으로 지원하라는 얘기냐"며 맞서고 있다.
한편 프리그렐의 약가협상 결렬은 효과를 실제로 '개량'한 약이 아니라면 '일반 제네릭'으로 취급받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 사례가 될 전망이다.결국 임상시험을 통해 새 제품이 오리지널을 능가하는 어떤 '장점'이 있음을 증명해야 하므로 효과는 비슷한 채 성분만 일부 변경하는 개량신약 전략은 사실상 불가능해진 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