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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5 18:04 (목)
"제 목소리는 악기입니다"

"제 목소리는 악기입니다"

  • 김혜은 기자 khe@kma.org
  • 승인 2007.10.04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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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태(서울 동대문·예일의원 원장)

인터뷰를 마치고 오는 길에 박성태 원장(서울 동대문·예일의원)이 준 그의 수필집 <소야곡>을 읽어보았다. 목 언저리에 혹을 달고 온 가난한 아이의 수술을 도와주었지만 끝내 암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뜨고 말았다는 이야기였다. 서정적이고 진솔한 글이었다. 그는 병원 앞에 선 아이를 보며 자신의 지나간 소년 시절을 언뜻 떠올리며 수술을 결심했다고 했다. 인터뷰를 하러 갔을 때 그는 루치아노 파바로티 이야기를 많이 했다. 함께 찍은 사진도 보여주었고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 꼽기도 했다. 소년 시절의 아련한 기억은 음악 속에 묻혔다. 박 원장은 이제 일곱 차례나 무대 위에서 독창했던 젊은 시절의 예술 이야기가 더욱 그리운 듯했다.

 

# 성악의 이유

음악이 생활 속으로 파고든 데는 부친의 영향이 컸다. 화가였던 그의 부친은 그림을 그리다가 틈틈이 바이올린을 켜는 낭만적인 예술가였다. 집에 소장된 수천장의 클래식 SP판(LP판이 만들어지기 전에 나왔던 음반의 하나)이 있었는데 그것을 매일 듣다 보니 어느새 음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생활의 일부분이 됐다.

그리고 소년 박성태는 타고난 미성(美聲)을 가졌다. 중·고등학교 시절 선생들은 성악을 곧잘 권유했다.  

그 때문에 자연스레 기악보다는 성악으로 관심이 갔다. 고등학생시절, 지금은 유명한 작곡가가 된 이수인 씨와 고전음악레코드 감상화를 만들어 '가곡 함께 부르기' 운동을 하기도 했다.

의과대학생 때도 음악의 꿈을 이어갔다. 한국남성합창단 창단회원으로 활동하면서 테너의 첫발을 뗐다. 해군소령이던 시절 혈액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고 '헌혈하기 운동'의 일환으로 독창회를 가졌다. 정식 테너로 데뷔하게 된 결정적인 무대였다.

 

# 목소리만으로는 부족했던 이유

사람들은 박 원장의 목소리를 듣고 "리릭테너가 적격이다"며 김호성 교수를 추천했다. 당시 안형일 서울음대 교수와 양대 산맥을 이루던 김호성 한양음대 교수는 리릭테너(lyric tenor)의 대표자였다. 박 원장은 12년간 김 교수에게서 레슨을 받으며 인연의 끈을 이어갔다.

여러 차례 독창회를 거치면서 "벨칸토 발성의 진수를 터득했다"는 등 호평을 받아왔지만 그는 "성악은 외과 수술보다 더 어렵다"고 말했다. 노래의 감정을 살리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름다운 목소리만으로는 어딘지 부족했다. 무엇보다 노랫말이 풍기는 내용과 원어의 느낌을 살려내는 게 중요했다. 이탈리아어와 프랑스어를 단어 한 자씩 공부해가며 익혔다. 가사전달력을 살리면서 시적인 분위기를 잘 살려내야 했다. 원어의 진맛도 녹여내야 했다.

"노래 한 곡 마스터하는 것도 어려워 독창회를 위해 6개월 이상 술도 끊고 노래에만 매진해야 했습니다. 이탈리아어 사전을 찾아가며 발음 하나하나를 익혔지요. 수술보다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 다시, 성악의 이유

"성악은 '인간이 내는 악기'라고 하지 않습니까? 테너는 목소리를 내기 힘들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감정을 사로잡는 힘을 갖고 있지요. 진료를 마치고 제 개인 음악실로 올라가 발성연습을 하면서 고함을 지르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상당한 운동이 됩니다. 유명한 음악가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마치 영혼과 대화한다고나 할까요? 음악이 내 몸에 용해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낍니다."

많은 애호가들에게∼∼

"음악 전문인까지는 아니더라도 음악 애호가는 많을 것입니다. 혹은 음악에 자질을 갖춘 의사가 마치 강물 밑바닥의 자갈처럼 안 보여서 그렇지 매우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연습을 많이 하세요. 좋은 성악가의 자질중 60~70%는 이미 태어나면서부터 갖추지만, 후천적인 노력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레슨을 받거나 연습하고 또 훈련하세요. 저 역시 매일 1~4시간씩 발성연습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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