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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다시 돌아보는 의협2000-회무결산4.국민과 함께 하는 의협
[기획]다시 돌아보는 의협2000-회무결산4.국민과 함께 하는 의협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1.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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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 함께 하는 의협



의권쟁취 투쟁이 약사법 재개정과 대통령 직속 의료제도발전특별위원회 구성으로 가닥이 잡힘에 따라 대한의사협회는 투쟁의 가장 큰 손실이라고 할 수 있는 실추된 의사상을 바로 세우고, 장기간의 투쟁으로 지칠 대로 지친 내부 조직을 재건하는데 착수했다.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의사집단의 배를 불리기 위한 파업'이라는 국민들의 불신을 하루 빨리 종식시키고, 환자의 생명보다는 재정 보호를 우선하는 낡은 보험 규정의 속박에서 벗어나 의과대학에서 배운 대로 최선을 다해 환자의 생명을 돌볼 수 있는 진정한 의료개혁을 위해 의협 개혁은 절대절명의 과제이자 의사 사회 구성원들의 한결같은 요청이었다.

`강력하고 민주적인 의협 건설'이라는 기치아래 개원의·교수·병원의사·임상강사·전공의 등 각 직역을 대표하는 27명의 위원이 참여하는 의협개혁추진위원회가 결성됐다. 1월 12일 첫 회의를 연 의개추는 약 3개월 동안 활동하며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회의를 거듭한 끝에 〈의협개혁방안연구보고서〉를 마련, 정관개정특별위원회에 넘겼다. 정관개정특별위원회는 의개추가 제시한 개혁안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구 수정과 문맥을 다듬는 선에서 정관개정안을 마련했으며, 31일 전국 회원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열고 최종 마무리 작업을 할 계획이다. 전국 회원을 대상으로한 공청회를 거친 정관개정안은 28일 열리는 대의원총회를 통해 제정 여부가 결정되는 절차를 남겨 놓고 있다.

3개월 동안 의견 수렴 과정을 통해 회원들은 무너진 의사의 직업적 정체성 회복을 위해 가장 먼저 국민과 함께 하는 의협,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의사상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회원들은 투쟁과정을 통해 직업윤리가 전문성과 더불어 전문가집단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외부로부터의 간섭이나 비난에 대해 스스로의 자율성을 지킬 수 있는 도덕적 원천임을 뼈저리게 느꼈다. 직업윤리를 확립하지 못한 원죄 때문에 투쟁의 고비마다 번번히 발목이 잡혀 울분을 삭혀야 했고, 지금도 이러한 상황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정부당국이 의료정책의 실패와 보험재정의 파탄에 대한 책임을 의료계로 전가하기 위해 빼든 히든 카드가 바로 의사의 `직업윤리'다. 지난 1월 18일 “지난해 사망자 및 관외퇴거자 등에 대한 진료비 부당청구 혐의가 짙은 병의원 및 약국 833곳을 대상으로 수진자조회를 실시한 결과 이중 78.5%에 해당하는 654곳의 부당청구 혐의를 확인했다”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발표를 필두로 과다청구, 부당청구, 불법청구, 허위청구, 리베이트, 수진자 조회 강화 등 의사의 직업윤리를 의혹의 눈초리로 바라보게끔 하는 보도자료와 뉴스가 잇따라 쏟아져 나왔다. 4조원의 건강보험 적자와 재정 파탄의 원인은 정부의 정책실패와 준비 안된 의약분업에서 기인하고 있음에도 의사의 과잉청구 때문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보건당국과 건강보험공단이 집요하게 부당청구, 불법청구에 매달리는 것은 의사의 직업윤리에 흠집을 냄으로써 5월 발표 예정인 보험재정 안정화 대책을 관철시키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하나인 셈이다.

최근 〈의사들도 할말 있었다―의사 파업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이라는 저서를 통해 “의약분업은 현 정권의 정책기획과 실행양식의 빈곤을 드러냈던 전형적인 사례”라며 강도 높게 정부의 실패한 의료정책을 비판했던 송호근 교수(서울대 사회학)는 “의사집단의 윤리성이 와해될 때 이는 결정적으로 외부로부터의 간섭과 개입의 실마리를 제공한다”며 “의사들 내부에서 기존의 관행적인 부조리나 무리한 경영 등의 사례가 있었다면 이를 인정, 사과하고 향후 새롭게 출발한다는 자정노력을 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의협 내부에서 모든 의사들이 지켜야 할 윤리강령을 강화하고, 이에 대한 위반사례가 발견될 시에는 위반자를 처벌하고 감독할 수 있는 자체 정화능력을 대폭 향상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재정 의협 회장이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과 함께 하는 의협으로 거듭 태어나기 위해 뼈를 깍는 고통도 감내하겠다”며 자정의지를 담은 4월 선언문을 공표한 것은 직업윤리를 확고히 다지겠다는 의지와 맥을 같이한다. 의협은 4월 선언문을 통해 “의료보험 재정파탄의 책임을 의사에게 전가하려는 의도하에 일부 의사들의 비윤리적 행위가 전체 의사들을 매도하는 수단으로 이용되는 현실을 매우 슬프게 생각하면서, 실추된 의사들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뼈를 깍는 고통을 감수하기로 했다”며
“의사의 명예를 지키고 국민과의 신뢰를 돈독히 하기 위해 극소수 의사들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자율정화 차원에서 강력하게 응징해 나갈 것이며, 대다수의 선량한 회원에 대해서는 철저히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이와 함께 “의사들이 참된 의술을 펼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국가와 사회, 국민의 협조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은 역사적 경험”이라며 “제도적·정책적·문화적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간곡히 바란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의협은 의보재정 파탄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의료계가 조속히 비상대책기구를 발족하여 가동할 것을 제안하는 한편 의료계 자율정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의협에 자율 징계권을 부여해 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또한 정부와 언론에 대해 참된 의술을 펼치고 있는 의사들과 국민 사이의 신뢰를 무너뜨리지 않도록 더 이상 의료계를 비도덕적 집단으로 매도하는 일을 자제해 줄 것도 당부했다.

의협 개혁의 큰 틀은 내부적으로 회원들의 의견을 민주적으로 수렴하고 쌍방향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민주적 의협, 지역과 직역을 모두 아우르고 전체 회원의 결집된 힘을 바탕으로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강력한 의협, 국민의 건강권을 지켜낼 수 있도록 의료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는 준비된 의협, 재정적으로 안정된 의협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의협 내부 개혁은 먼저 회장 직선제를 비롯한 의협개혁추진위원회의 연구보고서가 내재하고 있는 기본정신이 정관개정을 통해 생명력을 부여받을 때 가능하다. 이와 함께 개혁적 집단을 포용하고, 회장의 권한을 강화하여 의협을 중심으로 일치단결할 때 개혁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의협의 내부 개혁 못지 않게 중요한 외부적인 개혁 과제는 악화일로에 있는 의사의 사회적 이미지를 회복하고 향상시키기 위한 `직업윤리의 강화'이다. 환자에 대한 의사의 태도와 서비스 개선도 함께 뒤따라야 한다. 사회적 이미지 제고를 위해 시민·사회단체 활동이나 환경운동, 국내외 대형 참사 현장에 의협 차원의 봉사단 파견 등 다각적인 사회 참여도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 정책연구 기능을 대폭 확대하여 의료정책을 연구·개발하고 건의하며, 민원을 수렴하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홍보 기능도 확대하여 언론사와 긴밀하고 유기적인 관계를 통해 왜곡된 여론이 조장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송호근 교수는 “의협의 사회적인 활동과 직업윤리 강화 활동에 대해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사회적 이미지를 높이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회적 관심에서 멀리 떨어져 살아온 의사들은 공적 쟁점과 사건에 대해 관심을 갖고 대 사회적인 발언을 자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협의 4월 선언과 새로운 윤리위원회 구성 등 직업윤리를 제고하기 위한 일련의 노력은 국민 건강을 향상시키고, 의사의 직업적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한 첫 발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국민과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하는 의협과 7만 회원의 모습이 국민들에게 올바로 인식되고 평가받기 위해서는 수 십 년 동안 꾸준히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 의협 4월 선언의 의미는 환자의 생명보다는 재정 보호를 우선하는 낡은 보험 규정의 속박에서 벗어나 의과대학에서 배운 대로 최선을 다해 환자의 생명을 돌볼 수 있는 진정한 의료개혁의 길고 험난한 투쟁이 다시 시작됐음을 알리는 전주곡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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