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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9 21:36 (금)
"우리 올웨이즈(Always) '樂' 할까?"
"우리 올웨이즈(Always) '樂' 할까?"
  • 김은아 기자 eak@kma.org
  • 승인 2007.10.08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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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의사회 록밴드 '올웨이즈'

때는 가을의 문턱을 겨우 넘어선 어느날. 달빛이 어스름이 밝아올 무렵, 그들의 아지트 '커튼콜'에 중년의 남성들이 속속 모여든다. 번쩍이는 드럼 세트가 무게 중심을 잡고 그앞으로 기타·키보드·앰프가 줄을 늘어선다. 화려한 그라피티의 무대 배경과 방음 스폰지, 누가 봐도 여긴 록밴드의 연습실이다.

▲ 기자 : 자, 다들 모이셨습니까. 그럼 자기소개부터 해볼까요?
▲ 장우영(기타/서울중앙내과). 이론과 실력을 겸비한 실력파. 봄여름가을겨울의 기타리스트가 감탄하고 돌아갔다.
▲ 박혁동(키보드/서울이비인후과). 왕년에 피아노 좀 만졌지. 키보드가 있어야 밴드가 밴드다워진다.
▲ 홍성수(드럼/연세이비인후과) 그라피티의 주인공. 이래 뵈도 홍대 DJ 출신이다. 의사가 안됐다면? 화가?
▲ 박순민(베이스 기타). 밴드의 막내. 막내라고 해도 30대 후반이다. 학교다닐 때는 통기타를 쳤다.
▲ 김희철(드럼/김희철피부비뇨기과) 처음엔 '록'이 다 뭐야, 드럼의 '드'자도 몰랐다. 드럼이 제일 인기가 많다길래 했다. 지금은? 용됐다.

▲ 시계방향으로 박순민, 김희철, 홍성수, 박혁동, 장우영.

박혁동 : 그런데 우리 오늘 왜 모인거야?

박순민 : 응주 형 다쳐서 오늘 연습 안 하기로 했잖아.

홍성수 : 자자, 서울에서 손님들이 오셨다구. 그리고 11월 정기공연이 코앞이잖아.

장우영 : 미리 알았으면 무대의상을 갖춰 입고 오는건데….

김희철 : 올웨이즈. 죽이되든 밥이되든 오랫동안 음악하며 변치 말자는 뜻. 4년전 성남시의사회 하이파이동호회에서 음악듣고 서로 얘기하다가, 직접 한번 해보자고 의기투합해서 탄생했지. 학교 때 음악 좀 했던 사람, 그저 음악을 좋아했던 사람, 그리고 음악에 대해 생판 모르는 사람들로 구성됐어. 모두 의사란 점이 특징인데, 과는 이비인후과·정형외과·비뇨기과 등 다양하고, 막내부터 맏형까지 12살차이니까 나이차이도 좀 있고. 멤버들이 십시일반하고 의사회 회원들 도움 받아서 여기 '커튼콜'을 장만했는데, 이곳에서 매주 월요일 저녁마다 모여서 4시간씩 연습하지.

홍성수 : 잠깐, 나만 2년전쯤 중간에 들어왔다는 얘기 했나? 희철이가 드럼했으니까 드럼하겠다는 내가 됐지, 아니었으면 못 들어왔지. 흐흐.

김희철 : 나 고생한 거 다 알지? 내가 봐도 정말 환골탈태다.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지난 시간의 애환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우영이한테 많이 혼났지.

장우영 : 솔직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라면 희철 형님하고 부딪힌 것 밖에 없는데.

기자 : 음악 장르는?

홍성수 : 멤버들 좋아하는 음악 모두. 올드록·블루스·펑키·재즈·포크 등등. 멤버가 많아서 두 팀으로 나눠서 하는데, 평소에 100곡쯤 연습하다가 정기공연 때는 20곡 정도 연주하지. 그동안 정기공연 외에는 의사회 모임이나 자선행사에서 5~6번쯤 공연했어.

김희철 : 공연은 말도 마. 조용필의 어려움을 알겠더라고. 한번은 악보를 못 외워서 보고 해야 하는데, 공연장이 어두워서 악보가 안 보이는 거야. 식은땀이 나더라구. 남들은 악보를 가끔씩 보지만, 난 또 줄곧 봐야하잖아.

박혁동 : 키보드는 잘 드러나지 않는 악기라 좋다. 실수해도 티가 안나. 흐흐. 실수한 기억? 너무 자주해서 기억나는 게 없어.

박순민 : 막내라 어려운 건 따로 없는데, 하나 있다면 다들 나이에 맞지 않게 젊어서 좀 유치하다고 할까. 킥킥. 잘들 삐쳐서... 불만이 없을 수야 있나. 1년에 한번씩 술을 진탕 마신 다음, 한 명씩 붙잡고 불만을 얘기해서 푼다.

장우영 : 직접 악보를 그려야 하니까 어렵다. 파트별로도 그려야 하고. 계속 곡을 들으면서 해야 하는데, 또 다 들리는 게 아니니까.

홍성수 : 사실 공연 때 잘하고 못하고는 중요한 게 아니다. 이건 단체경기다보니 연습 과정이 중요하지. 잘하는 사람은 잘하는 대로 기다려주느라 힘들고, 못하는 사람은 못하는 대로 미안해서 따라가느라 힘들고. 그걸 통해서 8명에게 동료의식이 생기고 인간적으로 성숙해진다. 그러다보니 다 머리커서 만난 사람들인데 수십년지기 친구보다 더 가까이 지낼 수 있는 거 아니겠어?

기자 : 팬이 있을 법하다. 올사모는 '올웨이즈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인가?

박순민 : 올사모? 그거 아니다. '올웨이즈 사모님들의 모임'이지. 하하. 요즘엔 우리보다 더 잘 모이고, 더 잘 놀아.

기자 : 사모님들끼리 친하다면 진정한 서포터즈네. 그럼 마지막으로 투표놀이 한번 할까요?

김희철 : 최고의 실력자는 단연 우영이지. 대학가요제 출신이잖아. 기타가 끝내줘요. 우리 악보도 다 그리고, 음악 지도도 하고. 외모만 좀 됐어도 스타 되는 건데….

홍성수 : 제일 열심히 하는 사람은 '나'!

김희철 : 다들 실력이 늘었지만, 그 중 최고는 나야. 난 마이너스부터 시작했잖아.

박순민 : 최고의 인기남은 응주 형이지. 진짜 멋있어. 수염도 멋지고, 폼 나니까.

홍성수 : 낄낄. 응주는 무대에서 하도 느글느글 거려서 여자들이 좋아해.

박혁동 : 제일 웃기는 사람은 희철 형님. 농담도 잘하고, 분위기 메이커야.

홍성수 : 본인 얘기? 어눌하면서도 웃기는 사람은 자기면서.

김희철 : 이건 어때? 악보와 관계없이 연주하는 사람은?

홍성수 : 얼굴만 봐도 알걸? 한번 맞춰봐~!
 

뒷 이야기

이실직고하자면, 밤 11시까지 계속된 이번 인터뷰는 취중 인터뷰였음을 밝혀둔다. 고로 멤버들의 한마디 한마디 보다는 분위기 전달에 충실했다. 사정상 황병길(기타/연세이비인후과)·고차환(베이스/경기 안산·해인의원)·이응주 원장(색소폰/이응주정형외과)과 함께하지 못해 두고 두고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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