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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인생
즐거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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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0.1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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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애(서울 양천·한소아과의원)

모처럼 아들 둘과 함께 영화를 한 편 보았다. '왕의 남자'로 유명한 이준익 감독이 음악영화 시리즈로 '라디오 스타'에 이어 두 번째로 만든 영화 '즐거운 인생'이다.

직장에서 잘리고 백수가 되었어도 교사인 아내를 둔 탓에 밥 걱정 안하고 살아가는 남자. 이미 직장에서 쫓겨났지만 집에는 복직할 거라고 거짓말을 하고 낮에는 퀵서비스 오토바이 배달을,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는 남자. 세 아이와 아내를 캐나다로 유학보내고 기러기 아빠가 되어 중고 자동차를 팔면서 혼자 라면이나 끓여 먹으며 외롭게 사는 남자. 그리고 나이트 클럽에서 기타를 치고 룸살롱에서 밴드를 하며 살아가는 남자.

이 네 명의 남자들은 대학 시절 밴드를 같이 했던 친구들이다. 한때는 꽤 수준이 높았던 대학가요제에서 세 번 낙방했던 경력이 있는 '활화산'의 멤버들이었지만, 지금은 밴드를 잊은 지 오래. 삶이 고달픈 사람들이다.

그나마 기타를 놓지 않고 살던 친구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밴드를 다시 시작하게 되는 친구들. 딸리는 기타와 보컬 실력을 죽은 친구 아들의 합세로 보강해서 그들은 삶의 활력을 찾아간다.

아내에게는 무시당하고 사춘기 딸과는 말도 붙이기 힘들고. 하루종일 밖에서 힘든 남편을 헤아리기는커녕 아이들 공부에만 목숨거는 아내. 아이들 데리고 유학가서 바람나버린 아내. 썩 즐거운 인생은 아니지만 그들은 음악을 통해서 위로를 얻고 삶의 의미를 되찾아 간다.

하지만 집안일을 나몰라라하고 밴드에 열중하는 남편들을 집에서 곱게 보아줄리는 없는 노릇. 도대체 왜 밴드를 하냐는 아내의 질문에 남편은 이렇게 대답한다.
"하고 싶으니까."
"나는 뭐 하고 싶은 것이 없어서 이러고 사는 줄 알아?"
"하고 싶은거 있으면 하고 살아, 애들이 다야?"

아주 평범한 대화속에 감독은 하고 싶은 말을 담은 것 같다.
우리는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고 산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사실 우리들은 말로는 자주 하고 싶은 것들을 이야기하곤 한다.
"나 드럼 한번 배워 보고 싶어."

하지만 막상 진짜로 드럼을 배우는 사람은 많지는 않을 것이다. 나도 드럼을 잠시 배운 적이 있는데, 그 때 깨달은 것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산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 것이구나'하는 것이었다.
그후로는 나이 따위와 상관없이 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한다.

어려서 꿈이 의사가 되는 것이었다면, 이제 그 꿈을 이룬 지금 우리는 각자 또 다른 꿈들을 꾸고 있다. 그 꿈을 이루려고 하는 노력에 우리들의 나머지 즐거운 인생이 달려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제는 일어나 나의 꿈을 찾아 가자고 영화 속 활화산 멤버들이 노래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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