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원 의도적 목죄기
동네의원 의도적 목죄기
  • 김영숙 기자 kimys@kma.org
  • 승인 2001.04.23 00:00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EDI 청구기관은 진료활동 가장 왕성-평균치 될 수 없어

“동네의원의 평균 외래진료비는 3월이 2,654만원으로 1년전보다 17%가 늘었다. 분업 전과 분업 후의 약값을 같은 비중으로 계산할 때 진찰료와 처방료를 중심으로 사실상 외래진료비가 56%나 올라 수가인상이 의보재정 고갈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동아일보 4월11일자)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동네의원의 월평균 진료비 수입은 2,700만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은 1,800만원, 의약분업 이후 평균진료비 수입이 52%인 900만원이 늘었습니다. …전엔 약국에서 임의로 짓던 약을 분업 이후 동네의원에서 주로 처방받으면서 진료수입이 급증한 것입니다.”(SBS 4월12일 8시뉴스)

이 보도의 출처는 보건복지부가 4월12일자 조간으로 엠바고를 정하고 11일 각 언론사에 배포한 `요양기관 외래진료비 전년 동기 비교 대폭 증가'자료에 근거한 것이다.

이 보도를 접한 대다수 개원 의사들은 어리둥절해 했다. K씨는 월평균 2,700만원 보도가 나오자 “그림의 떡”이라며 “도대체 어떤 산술로 나온 것이냐”며 반문했다.

이 자료는 의약분업 후 의료기관의 환자수 증감과 수입증감을 비교적 여러 개월에 걸쳐 그 변화추이를 분석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부여할 수 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자료는 전체 의료기관에 대한 분석 자료가 아니라는 점에서 대표성의 한계라는 원천적 문제를 안고 있다.

복지부 보험급여과의 요청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기획심사과에서 작성한 이 자료는 2000년 자료에선 서면·디스켓·EDI청구분을 근거로 한 반면 2001년 자료는 EDI청구분만을 근거로 삼았음이 확인됐다.



전년 동기간을 비교하면서 다른 자료를 사용했다면 신뢰도에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올 1∼3월 EDI로 청구한 의사들만 청구내용을 분석, 전년과 비교해 의료계 전체 특성을 추정하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평가원에 나온 자료에 따르면 서면청구는 의원급 의료기관 가운데 219.5%(3853기관)를 차지하며 청구건수는 11.8%, 디스켓 청구는 40.3%(8380기관)에 청구건수 41.7%, EDI청구는 28.2%(7561기관) 기관에 청구건수는 46.5%로 집계된다. 청구유형별 평균나이는 서면청구 49세, 디스켓 청구 45세, EDI 청구 42세로 분석되고 있다.

이처럼 전체 청구건수로 보나 연령으로 보나 EDI청구기관은 의원급 의료기관 가운데서도 가장 왕성한 진료활동을 벌이고 있는 기관으로 당연히 다른 청구유형 기관에 비해 진료수익이 높은 기관인데 이를 토대로 전체 의료기관의 수입을 추정한 것은 편파적인 통계일 수밖에 없다. 또 전체 청구량 가운데 EDI에 비해 3분의 1수준인 서면청구를 포함한 전년의 통계와 이를 비교할 경우 그 증가폭은 더욱 커지기 때문에 동년 비교 수입증가는 실제보다 훨씬 과장돼 나타난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의사회 전철수 보험이사는 “EDI 자료만으로 의료계의 전체적 특성을 추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무리가 많다. 이것은 강남의 부유층이 밀집한 지역에서 가구당 소득을 계산한 후 이를 전국의 가구당 수입으로 결정·발표하는 것과 같은 통계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류가 나타날 것이 뻔한데도 서면청구와 디스켓 청구분을 배제한 것과 관련, 의료계는 청구가 완전 끝나지 않았다거나 시간적 이유라고 순진하게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복지부가 요양기관 외래진료비 전년 동기 비교 자료를 굳이 서두른 이유에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보험재정 바닥이 여실해지자 3월16일 공식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전망 및 요양급여변화 추이'에 대한 자료를 공개했다. 이후 수가인상, 허위 부당청구가 의료보험 재정 파탄의 주범인 것 처럼 각종 자료를 만들어 교묘하게 의사집단에 책임을 전가하는 등 각종 매스컴을 동원해 언론 플레이를 해왔다.

최소한 정부가 생성해낸 자료라면 신뢰성이 기본이 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요양기관 외래진료비 비교 자료에서 조차 동일 조건의 비교자료가 아닌 편향된 자료로 통계를 만들어 여론을 호도하는데 앞장서는 태도를 보였다. 더욱이 이런 불확실한 자료를 근거로 앞으로 재정안정화 방안의 일환으로 의료공급자 쪽의 지출 억제방안이 입안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원로 의학자는 최근 건강보험 재정 파탄 문제로 사회적으로 혼란이 계속되고 한 집단에 대한 매도 경향으로 흐르자 “정부는 사회 각 계층의 통합에 노력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적 손실은 어느 정도의 노력으로 회복될 수 있지만 국민 사이의 사회적 통합이 깨지면 그 사회는 회복 불능이 된다”며 궁극적으로 국민건강에 좋은 제도(의약분업)를 도입하고 그 제도로 인해 비용이 증가했다면 정부가 마땅히 사회통합을 위한 비용부담은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묘한 언론플레이로 의사집단에 책임을 전가시키고 국민들로 부터 의사를 `왕따'시키려는 세력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또 최근 열린 재정위기 주제의 한 토론회에서 한 보건경제학자는 “현재의 적자예상치는 96년 보험재정이 적자로 돌아서면서 당초 2001년 예상적자보다 2조원이 추가될 정도”라며 이 비용이 변화의 비용으로서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음을 시사했다. 정부당국도 말초적인 자료 배포나 정책발표로 책임을 투사하려는 태도에서 벗어나 거시적 안목을 갖기를 희망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