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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우에 새 빛…동포에게 새 희망을"
"환우에 새 빛…동포에게 새 희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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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0.1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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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형 한길안과병원 이사장

"'이제 보인다'며 환호성을 지르던 모습을 잊지 못하죠.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일수록 감동이 더 큽니다."
인천 부평구 부평4동 한길안과병원의 정규형 이사장은 지역의료봉사에 누구보다 열심이다. 그저 당장 수술을 해야 하는데 돈이 없어 수술을 받을 수 있는 형편이 못 된다며 하소연해오는 환자를 도무지 외면할 수가 없어서 시작된 봉사는 인천 지역을 굽이돌아서, 우즈베키스탄으로 이어지고 있다.

▲ 우즈베키스탄에서 의료봉사활동 중인 정 이사장.
희망의 빛 보여주기 20년
"병원 이익의 사회 환원은 매우 중요합니다. 어느 병원이든 지역주민의 관심과 사랑 없이는 성장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병원이 그들에게서 얻은 수익의 일부를 그들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부평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한길안과병원은 시각장애인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매년 300여명의 지역주민에게 인술을 베풀고 있는 한길안과병원의 정규형 이사장은, 어려운 이웃에게 희망의 빛을 선물하는 것 같아 스스로 즐겁다고 말한다. 처음 정안과의원을 운영하던 시절부터 특별한 계기 없이, 형편이 어려워 수술 받지 못하는 게 안타까워 시작한 의료봉사가 벌써 20년이 넘었다.

"돈이 없어도 환자에게는 치료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왔어요. 지역주민들에게, 삶이 고단한 사람들에게 눈 뜨고 마음 열면 보이는 세상의 밝은 빛과 같은 존재가 되고 싶었지요."

'무료진료, 무료수술'이라는 소문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지나치게 많은 환자들이 방문하자, 한길안과병원은 일종의 원칙을 만들게 된다. 지역주민의 추천서와 건강보험료 하위 20% 이내 납부라는 객관적인 사실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무료로 수술을 받았는지 병원 측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85년에 시작된 무료수술사례를 굳이 통계로 잡아놓지 않았기 때문. 하지만 지난 2000년부터 6년 동안 250여 명이 무료백내장수술을 받았고, 2500여 명이 본인부담금을 면제받거나 감액의 혜택을 누렸다.

"우리가 혜택을 주는 환자라고 해서 특별히 우대를 하거나 차별을 하지는 않아요. 일반 환자들과 똑같이 순서대로 진료하기 때문에 환자도 거부감이 없고 의료진도 즐겁습니다. 직원들에게는 봉사의 즐거움과 자긍심을 고취시켜주는 셈이죠."

정규형 이사장은 매년 병원 예산 중 5000만 원~7000만 원 정도의 수입 감소를 감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길안과병원은 자매결연을 통한 간접적인 사회봉사활동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무의탁아동 수용시설인 해피홈과 시각장애인 교육 학교인 혜광학교, 무의탁노인수용시설인 즐거운 집 등과 자매결연을 맺어 진료비 감축이나 후원금 전달 등의 지원을 병행하고 있는 것. 그밖에도 각종 시각장애인 음악회, 장애인 체육대회 등을 후원하고 있으며 얼마 전부터 무의촌 의료봉사도 진행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의사 2명, 간호사 3명, 검안사 2명 등으로 구성된 한길의료봉사단 총 12명이 지엠대우한마음재단과 함께 강화군 교동도를 다녀왔다.

'눈'에 대한 관심이 유독 남다르기 때문일까. 눈 건강을 위한 '한길'을 걸어온 정규형 이사장은 현재 지역문화발전 후원의 일환으로 한길눈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생긴 이 눈박물관은 눈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고 눈 관련 각종 테마와 볼거리를 제공하는 박물관으로, 모두 정규형 이사장이 개원 후 틈틈이 모아온 것들로 구성됐다. 정규형 이사장은 다양한 체험을 통해 눈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동시에 눈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싶었다고 한다.

"푸른 하늘과 짙은 녹음, 계절에 따라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자연을 볼 수 없다는 건 참 슬픈 일이지요. 가난 때문에 의술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정이 안타까웠을 뿐, 인술이라고 하기에는 모자람이 많습니다."

우즈베키스탄에 '인술 한국' 알리다
"우즈베키스탄은 모래 바람이 많은 사막성 기후여서 백내장 환자가 많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우즈베키스탄 의료봉사는 말 그대로 '우연'이 '필연'이 된 케이스다. 2001년 9월 경 우즈베키스탄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아시아문화협력개발기구(IACD) 단체에서 연락이 왔다. 국내 몇몇 안과 병원 의원의 문을 두드려보았으나 허사였다는 말도 덧붙였다. 일단 신중하게 살펴보니 의료수준이 낮은 데다 대다수의 주민이 빈곤하여 병원가기조차 쉽지 않은 곳이었다. 수술은커녕 치료도 받지 못하고 상태가 악화되어 실명하는 경우가 다반사. 그중에는 사할린에서 강제 이주당한 고려인이 적지 않았다.

"물론 선뜻 그 요청을 받아들였다면 거짓말이겠지요. 어림잡아 뽑아본 예산이 5000만 원을 훌쩍 넘어가고, 수술 장비와 약품을 보내는 방법도 쉽지 않아 보였으니까요. 그러나 가장 큰 고민은 의료봉사단의 구성이었어요. 현지에서 환자를 수술할 의사, 간호사, 검안사 등 최소 10명은 필요할 텐데 전체 직원이 50여 명 정도인 우리 병원에서는 무리였고, 또 직원들이 과연 이렇게 갑작스런 의료봉사활동을 쉽게 이해해줄까 하는 문제도 있었고…."

하지만 의외로, 직원들은 "일단 한 번 해보자"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설이나 추석 연휴를 이용해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정규형 이사장조차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렇게 망설임과 고민 끝에 시작된 우즈베키스탄 의료봉사는 어느새 한길안과병원 봉사활동의 큰 축이 되었다. 총 8차례의 의료봉사활동을 펼쳐 500명이 넘는 환자들이 무료수술을 받았으며, 무료진료는 2500건을 넘어섰다.

한길안과병원의 우즈베키스탄 봉사는 결국 병원 건립으로까지 이어졌다. 2003년 6월 현지 타슈킨트시에 3억여 원을 들여 만든 '코리아안과병원'의 개원식을 가진 것이다. 이 병원은 개원 후 지금까지 600명이 넘는 환자를 무료 수술했고, 1만 명이 넘는 환자를 무료 진료했다. 현지여의사를 포함하여, 의료진과 간호사, 행정직 등 전원을 현지에서 뽑아 의사와 간호사는 한길안과병원에서 실시하는 연수를 통해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했다.

"'코리아안과병원'은 전액 무료로 운영하는 자선병원이어서 인건비, 의약품비 등 운영비 부담이 적지 않지만 그 정도는 감수해내야 할 문제라고 봐요. 다행히 개원 후 한달 평균 600여 명의 환자가 찾고 있다고 하니 오히려 우즈베키스탄 국민들의 신뢰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습니다."

한길안과병원이 단순히 해외의료봉사에 그치지 않고 현지에 병원을 개원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우선 안과의 도움이 필요한 환자가 너무 많았고, 1년에 두 번 방문해 넘쳐나는 환자들을 감당하기는 애초부터 불가능해보였다고 한다.   

해가 거듭될수록 오히려 수술해야 할 환자들이 늘었고, 의료봉사활동을 할 때마다 수술 장비와 의약품을 비행기를 통해 싣고 다니기가 보통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진료시간의 압박은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의 사회주의 국가로, 우리나라 60년대를 연상케 할 만큼 빈곤하게 살고 있어요. 우리나라와의 인연도 남다르죠. 왜 까레이스키라고 알지요? 우리 한인동포들이 무려 25만 명이 살고 있다니까."

정규형 이사장은 우즈베키스탄 해외봉사가 비록 큰 사명감이나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시작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기대한 바 없었지만, 성과와 보람은 의외로 컸다고 회고한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얻은 소중한 체험이 그들에게 봉사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일깨우고 가슴 벅찬 보람을 느끼게 해줬다는 것이다. 게다가 병원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고 인지도를 높이는 성과를 거두었으니, 전혀 예상 밖이었다.

기왕 시작한 해외봉사활동에 대한 정규형 이사장의 계획은 다음과 같다.

"우즈베키스탄에 인술 한국의 이미지를 심는 데 기여하고 싶은데 너무 욕심이 과한가? 허허. 의료봉사 외에도 국립안과병원과의 학술교류를 강화해 뒤쳐진 우즈베키스탄의 의료수준 향상에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한길안과병원 가족들에게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게 해주고 봉사의 참된 의미를 다시금 일깨워준 의미가 크다고 말하는 정규형 원장, 소소하다고 말하는 개인의 실천이 결국 다수의 눈을 뜨게 만들고 '인술 한국'의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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