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고등교육 정책의 가장 큰 변화는 국가 인적자원의 균형개발과 국제수준의 고급 전문인력 양성을 대학원에서 하기로 한 것이다.
의학전문대학원을 효시로 경영전문대학원, 올해 법률이 통과된 법학전문대학원이 가장 중심에 있다.
최근 학부의 전공과목을 통합하고 전인적 교육을 위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하버드대학·멜버른대학 등의 노력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학부교육에서는 전인적 소양을 갖추고, 사회가 원하는 전문인력이 되기 위한 고도의 교육은 대학원의 엄격하고 잘구성된 교육과정을 통해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세계적인 추세도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 이화여대 의학전문대학원은 2007년 첫 신입생을 선발하여 교육을 하고 있다. 이들은 매우 다양한 전공분야를 이수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은 학생들로 성취동기가 분명하며 학업태도 또한 진지하다. 또한 제도의 전환과 맞물려 교육과정의 개편·시설의 확충·교육방법의 개선 등으로 명실 공히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교육과정과 성인교육에 합당한 교육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큰 이점 중의 하나이며 모든 의학전문대학원이 이러한 변화를 추진하였다. 물론 의과대학 학부과정을 운영하는 대학도 이러한 변화를 모색해야 하나 실제로 제도의 견인 없이 변혁을 이루는 것은 쉽지 않다.
의학전문대학원을 도입함에 있어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M.D-Ph.D 복합학위 과정의 개설인데 이는 의사 과학자를 양성하여 생명의과학 분야의 전문인을 배출하고자 하는 제도이다. 미국은 이미 40년 전부터 시행하여 2007년 한해 494명의 졸업생을 배출,전체 졸업생 1만6127명의 3.1%를 차지했으며 과정 등록자는 1993년 425명에서 2006년 574명으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NIH의 MSTP(Medical Scientist Training Program)에서 지원을 받는 기관에 70%이상의 학생이 배정되어 있고 나머지 학생도 기관 고유의 연구기금 지원을 받아 우수한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아주 성공적인 모델이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제도를 도입함에 있어 국가의 지원이 없이 출발함에 따라 각 의학전문대학원의 부담이 너무 커서 활발히 운영되지 못하였으나 이 역시 원칙의 문제로서 이화여대는 학교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의학전문대학원 설립 첫 해부터 우수한 M.D-Ph.D 과정생을 선발하였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 미비로 몇 대학원을 제외하고는 이 제도를 도입한 대학이 없어 현재 6개 대학원에 8명이 등록되어 있고, 2008년에는 모두 25명 정도가 이 과정에 등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학교의 독자적인 지원이 없으면 정부로부터는 BK사업 지원금만이 유일한 것이어서 BK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대학원 중에는 재원 마련이 어려워 참여를 못하는 곳도 있다. 또한 남학생의 경우 군복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지원의사가 있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이공계 석박사 통합과정 대학원생과 같이 병역특례 등의 제도가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늦었지만 정부는 처음 의학전문대학원 제도 도입단계에 약속했던 M.D-Ph.D, 의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에 대한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서둘러 미래의 주역 산업인 의생명과학 분야에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세간의 우려와 달리 M.D-Ph.D 복합학위 과정의 교육과정은 각 대학에서 심혈을 기울여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전체 과정생 수가 미국 일개 대학의 전체 과정생 수보다도 적어 의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서는 이들의 친목 도모·정보교환·연구 활성화·교육과정의 질 관리 등을 목적으로 한 전체 모임도 시작하고자 한다. 이는 통합교육과정만을 운영하는 것은 아니며 전체교육과정에 포함될 내용 중 통합 운영시 더 효율적인 부분을 통합하여 질을 높이고 과정생 상호간에 이해를 높여 성과를 극대화 하고자 함이다.
이 M.D-Ph.D 제도는 처음 시작하는 프로그램으로 적극적인 지원과 격려가 있어야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며 이를 위해서 정부, 대학, 사회의 지원과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
이외에도 의학전문대학원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을 하기 위해서는 고등교육의 전체 틀을 고려하는 거시적 사고와 전향적인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선진국에서 왜 이러한 제도를 그 동안 유지하였고, 그 외의 국가에서 계속 도입하고 있는지 시사점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결국은 어느 제도를 운영하던 간에 우리의 의학교육이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정의롭고 사랑을 실천하는 헌신적인 의사의 양성과 전문 연구인력 양성의 두 목적을 다 성취할 수 있도록 미비한 제도는 보완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