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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 선고받은 '현대판 화타'

유죄 선고받은 '현대판 화타'

  • 이석영 기자 lsy@kma.org
  • 승인 2007.10.2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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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전주지방법원에서는 무면허의료행위로 최근 3년 동안 무려 2600여 회에 걸쳐 13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장 모씨(92세)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이 열렸다.

재판부는 장 씨에게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위반으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그대로 인정했다.

죄질에 비추어 형량이 다소 낮은 점을 빼면 특별할 것 없었던 이날 재판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장 씨가 일부 지지자들에 의해 '현대판 화타'로 칭송 받으며 언론에 오르내렸기 때문이다.

장 씨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자신이 말기 암 등 불치병 환자들을 수도없이 살려냈다고 주장했으며, 장 씨의 추종자들은 '병만 잘 고치면 됐지 면허가 무슨 소용이냐'며 선처를 호소했다.

이 사건은 인터넷을 타고 퍼지면서 구명운동으로까지 번졌으며, 어느새 장 씨는 '범죄자'에서 '때를 잘 못 태어난 명의'로 둔갑했다.

문제는 언론이었다. 거의 모든 보도가 장 씨의 불법행위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곤충류나 과자 등을 사용한 치료법의 '독창성'이나,  지지자들이 그를 얼마나 신뢰하고 의지하는지를 알리는데 열을 올렸다. 심지어 이날 2심 재판이 끝난 후 측근들에 의해 부축을 받으며 재판정을 나서는 장 씨의 사진과 눈물을 흘리는 지지자들의 이야기를 실으며 장씨를 마치 사법제도의 억울한 희생양인 듯 묘사했다.

유죄를 선고할 수 밖에 없는 재판부의 판단에 귀를 기울인 기사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무면허 의료행위가 정당행위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시술에 대한 지식수준, 부작용 등 위험발생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회 윤리 내지 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장씨가 처방한 식약은 아무런 임상·비임상 실험을 거친 바 없고, 비밀을 유지하고 있어서 그 유해성에 관한 간접적인 검증도 어려워 부작용과 위험발생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은 자신의 환자에게 다른 의료기관에서 치료 받지 못하도록 했는데, 이로 인해 환자가 치료의 적기를 놓쳐 건강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피고인은 자신의 의료행위가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실제로 감기 환자들까지 포함해 1회당 평균 50만원씩의 이득을 취했다"며 "자신의 치료방법을 공개하기를 거부함으로써 전문가들의 공동연구의 길을 봉쇄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장 씨가 행한 의료행위의 주된 동기·목적은 경제적 이익을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면허가 무슨 필요가 있냐'는 일부 여론에 대해서는 "의료행위는 약간의 부작용으로도 회복할 수 없는 치명적인 위해를 가할 수 있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교육받은 사람에 의해 과학적으로 검증받은 방법으로 행해져야 한다"면서 "이를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은 국가가 일정형태의 자격인증을 하는 방법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못박았다.

면허제도란 면허를 가진 사람의 업권을 보호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사이비로부터 국민을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화타와 추종자들은 재판부의 준엄한 심판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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