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율 7-8%대로 올려야
보험료율 7-8%대로 올려야
  • 오윤수 기자 kmatimes@kma.org
  • 승인 2001.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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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년 이후 적자행진…99년 재정위기 심각

보험재정에 `빨간불'이 켜진 것은, 정부가 의약분업을 강제로 시행하기 훨씬 이전에 재정 수지가 깨지면서 비롯됐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보건복지포럼 2000년도 6·7월호 `국민건강보험 안정화 방안(신영석·보사연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97년 한해 진료비 총지출은 7조 6,810억원으로 총수입 7조4,440억원을 넘어섰다. 그 전까지만 해도 지출이 수입을 초과한 예는 거의 없었다.

97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적자 행진으로 잉여금 총액은 95년 5,380억원 → 96년 1,670억원 → 97년-2,410억원 → 98년-8,600억원 → 99년-8,670억원으로 적자폭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이같은 수지 불균형으로 95년말 현재 누적된 적립금의 총액이 4조 1,190억원에 이르던 것이 자본 잠식을 통해 불과 5년도 안돼 99년에는 절반 수준인 2조 2,2570억원으로 깎여 심각한 재정 위기에 도달했다고 이 보고서는 경고했다.

의료보험 통합을 한달 앞두고 발표된 이 연구보고서는 “이같은 재정 상태가 지속될 경우, 7월 통합 시점에는 총 누적적립금이 2조원도 안돼 석달치 보험급여비도 충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했다. 당시 의협신보는 재정안정화 방안과 관련된 연구보고서 등을 인용해 재정 위기에 대한 심각성을 지적하고 정부의 안정화 대책을 요구하는 기사를 연이어 보도했다.

그렇다면, 이처럼 보험료 수입과 지출의 균형이 깨지게 된 주요 원인은 무엇일까.
91년 이후 보험료 수입은 연평균 14.8%씩 증가한 반면, 보험 급여비는 이 보다 훨씬 많은 20.4% 규모로 늘어났다. 2001년 3월 현재 건강보험공단이 추계한 자료에 따르면, 수입은 전년 대비 14% 늘어난 10조 3,817억원, 지출은 42% 증가된 14조 3,531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이처럼 진료비 수입과 지출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게 된 배경은 보험재정의 지표라고 할 수 있는 `의료보험료율'이 77년 의료보험제도를 처음 시행한 이래 지금까지 상향 조정 없이 제자리 걸음을 한 반면, 지출 항목인 급여기간과 범위는 정부의 선심성 정책으로 마구잡이로 늘어났다. 보험료율은 77년 3%에서 출발, 2001년 현재 3.4%로 24년간 10% 증가에 그쳤는데 우리나라의 보험료율은 29개 OECD 회원국 중 터키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치다.

반면, ▲수진율 증가 ▲노령인구 및 만성질환자 증가 ▲의사인력 증가 ▲보험급여 확대 등 재정 지출 규모는 수입 규모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늘어났다.

우선 수진율은 90년 이후 2000년까지 연평균 6.99% 수준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안정화 방안(2000. 4)'에 따르면 수진율은 보험급여비 증가 기여도에서 전체 35.89%를 차지할 정도로 보험재정에 큰 영향을 준다. 특히 의약분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약국에서 임의로 약을 지어 먹은 환자들이 제도권내에 수용되면서 수진율이 급격히 증가, 보험재정을 크게 압박했다는 내용은 국내 보건경제 분야 전문가의 공통된 분석이다.

여기에 정부의 선심성 급여 확대 정책도 재정을 악화시킨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정부는 수지 균형을 고려하지 않고 85년에 동일상병이라는 제한없이 급여기간을 연간 180일로 연장 실시하는 것을 시작으로 95년에는 210일로 확대했으며, 이후 매년 30일씩 급여기간을 연장, 2000년에는 제한 규정을 완전히 없앴다.

또한 자영업자에 대한 정확한 부과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의료보험에 대한 운영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는 국고지원 50%를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를 이행하지 않아 결국 우리나라 의료보험제도는 총체적인 부실의 늪에 빠지게 됐다고 지적할 수 있다.

이로 인해 90년 이후 지금까지 정부가 지급하지 않은 누적 국고지원액은 총 5조 3,182억원에 달해 한해 진료비 총액의 절반에 이르고 있다.

그럼 위기 상태로 치닫고 있는 현 재정 위기에서 탈출하려면, 정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라고 할 수 있을 까.

우선 `적정 부담'에 따른 `적정 급여'의 틀을 세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지나치게 낮게 책정된 보험료율을 OECD 국가 평균 수준인 7∼8%까지 끌어 올려야 한다. 다시 말해 정부가 보험 급여를 늘릴 경우, 이를 충당할 수 있는 보험료 수입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가계와 마찬가지로 수입을 고려하지 않은 지출은 파산만 있을 뿐이다.

그리고 경제발전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는 노령인구와 만성질환자에 대한 중장기 재정 안정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세계적인 장수국으로 인정받고 있는 일본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노인인구에 대한 재정 부담은 결국 건강보험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오죽하면 일본이 보험재정을 절감하기 위해 임의분업을 고수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면밀히 검토해 볼 때다.

또한 보험재정이 영원히 돌이킬 수 없는 파탄의 길을 걷고 있다면, 우선 급한대로 그동안 미지급한 국고보조금을 조속히 지원해야 할 것이다.

자영업자에 대한 정확한 소득파악 없이, 그리고 공평한 보험료 부과체계 없이 지역의료보험을 방치한다면 직장과 공교 등 다른 건실한 부분까지 재정 위기의 악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의약분업을 시행하면 약 4조 2천억원 규모의 추가 재정이 요구된다는 의료계의 주장에 대해 정부는 아무런 대책이나 검토작업 없이 이를 묵살했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보사연이 “의약분업시 최소 1조 3천억원 규모의 추가 비용이 마련돼야 한다”고 추계한 연구자료도 보건복지부의 압력에 의해 한동안 발표되지 못했던 사실도 그 배경을 국민에게 공개하고 사과하기에 앞서 깊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100대 국정과제로 선정됐다고 해서 국민의 정부는 준비안된 의약분업과 의보통합을 앞뒤 가리지 않고 밀어 부쳤으며, 의사들이 반대한다고 해서 반대 아닌 반대를 고집하다가 결국 이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의 재정 파탄은 이같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재정 부실에 대한 환부가 더 심하게 곪아 터진 것이다.

신임 김원길 보건복지부장관이 부임하고도 한달이 넘도록 이렇다 할 `파탄 대책' 없이 `장고'에 빠져 있는데, 그 배경이 진정 국민의 건강을 위하고 의료 백년대계를 위한 대안을 찾겠다는 의미라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번 기회에 `제대로 된' 재정 설계를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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