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원 처방약 평균 이하 가격대 처방률 높아
생동성 인증 후 약가 급상승…성분명처방으로 약제비 절감 안돼
성분명처방 도입을 통해 약제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정부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을 뒷받침할만한 근거가 제시됐다.
박정하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는 27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제58차 대한내과학회 추계학술대회' 기획심포지엄에서 고가 오리지널약 위주의 처방이 약제비 상승의 주요 요인이라는 정부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을 폈다.
실제로는 의사들이 이미 시중약의 평균 가격대보다 낮은 가격대의 약을 많이 처방하고 있다는 것. 오히려 성분명처방의 근거가 되는 생물학적동등성시험 인증제 도입으로 약가가 두 배이상 올라가, 약제비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박 이사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인용·발표한 바에 따르면 현재 성분명처방 시범사업 대상 의약품 가운데 처방률이 높은 전문의약품인 시메티딘·라니티딘·파모티딘에 대한 가격대별 처방률을 조사한 결과, 라니티딘 150mg의 경우 2007년 상반기 고가약(400~504원)에 해당되는 처방률이 전체의 25.4%에 불과했다. 2005년 21.5%, 2006년 25.1%와 비교해도 고가약 처방 비중은 큰 차이가 없었다.
반면 중간 가격대에 해당하는 '214~397원'의 처방률은 2005년 43.7%, 2006년 44.5%, 2007년 상반기 47.0%를 기록했으며, 낮은 가격대인 '24~143원'에 해당하는 처방률은 고가약 처방률보다 높은 27.6%(2007년 상반기)나 됐다.
파모티딘 20mg의 경우에도 '27~65원'에 해당하는 저가약 처방률이 2005년 53.4%, 2006년 57.0%, 2007년 상반기 56.6%로 절반 이상의 처방이 저가약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비해 고가약인 '283~353원'에 대한 처방률은 2005년 17.5%, 2006년 18.6%, 2007년 상반기 19.3%로 저가약 처방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시메티딘 200mg은 고가약(53~69원) 처방률이 비교적 높은 편(2007년 상반기 처방률 55.3%)이지만, 중간 가격인 30원짜리 약에 대한 처방률(42.7%)과 그보다 낮은 '9~29원'에 대한 처방률(2.1%) 비중도 상당히 높아 고가약 위주의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한편 같은 약이 생동성시험 인증 후 적게는 1.8배에서 많게는 9.1배까지 약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대체조제 활성화를 위해 생동성시험 인증 약품의 약가를 오리지널의 80%까지 인정해줬기 때문.
한미파모티딘의 경우 2003년 30원이던 약가가 생동성 인증 후인 2004년 273원으로 9.1배 상승해 생동성 인증 전후 가장 큰 가격 차이를 보였던 제품.
라니티딘은 유한염산라니티딘(2003년 142원→2004년 401원), 수도라니티딘(2004년 133원→2005년 375원), 삼천당라니티딘(2003년 133원→2004년 372원) 등이 생동성시험 인증 후 약가가 올랐다.
시메티딘의 경우에도 국제시메티딘이 30원에서 55원으로, 영일제약 시메티딘이 30원에서 53원으로 오르는 등 약가가 2배 가까이 상승했다.
박 이사는 "의사들이 고가약을 위주로 처방하기 때문에 약 선택권을 약사에게 주는 성분명처방이 도입되면 약제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란 정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성분명처방은 생동성 인증을 통한 약가 상승과 복약지도료의 상승 등으로 국민의 불편만 초래할 뿐 결국 실패한 정책이 될 것이 분명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