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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평등의료시스템의 법리적 문제점
시론 평등의료시스템의 법리적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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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0.29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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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경근 (숭실대 법대 헌법학 교수)

한국에 이른바 평등의료시스템으로 일컬어지는 '지시-복종'의 반(反) 계약적 의료법률관계를 가져온 직접적 불씨는 2000년 김대중 정부의 대중영합적 의료사회주의 정책의 결과물인 의약분업제도에 있다. 이는 의료에 투입된 의사의 노동에 대한 귀속의 수가를 비대칭적으로 불균형화하여 의료시장을 반 계약적인 행정적 지시와 통제의 터로 만들었다. 우리 헌법이 제119조 제1항에서 정한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는 원칙을 거슬렸다.

자유시장경제헌법의 의료 원칙에 위배되는 이런 현상들은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시혜자와 수혜자라는 수직적 입장에서 계약자라는 법주체간의 수평적 관계로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유의료시스템에 눈을 감게 하고 있다. 차별화된 의료시스템 및 인간다운 최저한의 의료서비스의 공존을 인정치 않고 의사 직종에 대한 집단적인 사회적 비난으로 나머지 사람들이 이득을 공유하면 된다는 이기주의적 평등의료주의를 확산시켜, 의무에 수반되는 권리도 향유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최소한의 의료자유주의를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2000년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하는 집단이기주의'라는 여론몰이에도 불구하고 대표적인 전문직이라 할 수 있는 의사들의 당시 항의적 행위를 유발한 법적 상황은 그런 것이었다. 환자의 자율적인 선택권을 보충적으로나마 존중하는 선택분업조차 도외시하는 경직된 제도가 전 의료사회를 덮어 갈 것임을 예견했던 것이다. 그 결과가 의료시장의 자유경쟁이라는 자유주의 원리의 상실이다. 의료의 시장이 없어져 개인의 이기적 향상심을 보장하는 자유주의 헌법원칙을 배반하는 봉사를 강제하는 현실 즉 의료기술이라는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규범적 상황이다.

지금 의약분업의 대체조제·임의조제 요구가 수용된다고 하여 의료제도가 본궤도로 돌아오기는 어렵다. 한 나라의 국민의 보건권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인 의료시스템이 이미 평등주의화 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헌법재판소가 보건권은 자신의 건강 유지에 필요한 국가적 급부와 배려를 적극적으로 청구할 수 있는 사회적 성격의 기본권이고, 그 실현은 국가의 입법에 의하므로 국가는 보건에 관한 국가의 국민보호의무에 정면으로 저촉하지 않는 한 국민에 대한 보건의료정책에 폭넓은 입법재량권을 갖는다고 한 점이다. 평등의료정책이라 일컫는 규범들인 보건의료기본법·의료법·국민건강보험법 등이 위헌성을 유지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렇지만 의료행위는 기본적으로 사적 행위이다. 의사면허제도 역시 의료인을 공적 지위로 보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의료법상 의료인을 준공무원으로 보는 규정들은 과잉규제다. 의료인에 대한 의무 부과 내지 의료행위 관련 영업의 자유의 제한은 일반인에게는 금지된 의료행위를 할 수 있게 하는 권리부여에 대한 일종의 부담으로 볼 수 있지만 의료보수 신고제 및 선택진료에 대한 추가비용징수의 원칙적 금지 등의 규정은 사인으로서의 의료인 및 의료행위의 사적 성격을 무의미하게 할 정도로 의료계약 체결 및 내용결정의 자유를 제한하여 헌법 제10조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에 위배한다.

의료인과 환자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헌법 제10조의 자기결정권을 지닌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주체간 상호관계인 점에서 사적 자치의 법관계를 규정한 민사법에 의하여 규율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행 의료법은 이를 과잉으로 규제하는 행정권을 가지고 의사의 직업의 자유 및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다. 국민건강보험법 역시 그 원하는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을 건강보험가입자로 강제한다. 의료보장제도가 역사·경제·사회적 여건에 따라 다른 형태를 취하고 또한 의료보험의 형태가 사회보험과 사보험으로 구분되더라도, 한국헌법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따르는 시장경제질서 원칙을 합당한 근거 없이 '사회적' 시장경제질서에 더 가까운 엄격한 의료사회주의화의 길목으로 내몰고 있다. 국민의 자기결정권 즉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나오게 하는 행복추구권(헌법 제10조) 내지 직업의 자유 그리고 재산권보장 등의 기본권을 과잉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 가입에의 자기결정권이 없는 국민에게 일방적인 보험료 징수를 가능케 하는 것은 국민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전 국민이 보험가입자가 되는 현행 건강보험질서 하에서, 국가가 요양급여의 방식을 통하여 기본적으로 사인인 의료인의 개별 의료행위에 일일이 관여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 두는 등, 비록 헌법재판소는 이를 사회적 시장경제질서의 성격으로 보지만 이들 제도는 의료사회주의화로 가는 평등주의적 의료 규정의 표본이 되고 있다.

평등의료시스템의 자유주의 의료에로의 변환은 의료에 대한 정부의 과잉개입을 없애는 시장경제적 의료체제로의 선행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법의 의료사회주의적 요소를 폐지하여 의료서비스 분야에서 시장 기능이 작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그것이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의료를 받을 수 있는 건강보험 영역의 설정은 지금보다 더 강화하면서 사보험제를 병행하여야 한다. 그래야 의료공급자와 수요자간의 시장경제적 의료수가 계약제 등이 실현될 수 있어 의료 공급자 및 수요자의 기본권이랄 수 있는 '치료자기결정권'이 보장된다.

국민건강보험법, 보건의료기본법, 의료법 등에 의거하는 의료시스템은 의료인에 과잉의 책무를 부담시킴으로써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의 국민건강권 실현에의 기반 조성의 책무 실현을 통하여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한다. 국민의 건강권은 또 다른 국민인 의료인의 '기본권에 속할 수 있는' 진료권의 과잉제한을 통하여 실현되는 헌법상 권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할 경우 유사 자유주의질서에 가까운 급양적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현상들이 나타나 국민의 건강자기결정권을 과잉으로 제한하여 그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전문직 종사자들이 웃으면서 그 일에 매진하게 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자부심이다. 평등의료시스템은 그걸 못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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