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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약관리 잘하라

정부는 약관리 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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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0.29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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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훈 (동아일보 기자)

의약품 성분명 처방 시범사업이 시작된 지 두 달이 지났다. 이 제도의 옳고 그름을 떠나 아직까지 큰 충돌이 없는 것은 어쨌든 다행이다.

다만 복제약의 생물학적동등성시험(생동성시험) 조작이 적발된 이후 이를 개선하려는 보건당국의 노력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보건당국이 성분명 처방 사업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생동성 시험 관리부터 철저해야 한다. '걸음마'도 하지 못하면서 '뜀박질'부터 한다면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는 이 점을 되새기길 바란다.  

생동성 시험은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큰 이슈가 됐다. 한나라당 전재희 의원은 허가 취소된 의약품이 여전히 일부 의료기관에서 처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보건소에서도 이런 의약품이 처방되고 있었다.  

지난해 9월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생동성 시험 기관의 조작 여부에 대한 조사결과를 최종 발표했다. 그리고 조작 사실이 드러난 203개 의약품에 대해 허가 취소 처분과 함께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의약품은 모두 회수하고 폐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런 조치가 왜 일선 의료현장에까지 미치지 못하는 것일까. 분명 식약청은 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 자료를 넘겨 약효 조작 의약품을 보험 등재 의약품 목록에서 삭제하고 처방과 조제를 하지 못하도록 지휘 감독해 줄 것을 요청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식약청이 회수 폐기를 결정한 시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133개 품목, 7317건이 버젓이 처방됐다. 물론 이런 처방은 '당연히' 심평원에 보험급여를 청구했다가 삭감 당했다.

도대체 누구의 잘못일까? 허가 취소된 약품이란 사실을 알아내지 못하고 무심코 처방한 의사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이 문제를 제기한 전 의원은 이런 일이 벌어져도 책임질 사람이 없으며 행정처분이나 과태료 부과 등 제제 규정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필자는 제제 규정을 마련하는 데 앞서 주무부처인 복지부와 식약청이 얼마나 이 문제에 즉각 대처했는지를 묻고 싶다. 공무원들이 일선 의료현장에 공문 한 장 '달랑' 보내고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닌가? 어쩌면 이마저도 없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만약 정말 그랬다면 이는 공무원의 심각한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그렇다. 책임은 분명 정부에게 있다. 정부가 더 확실하게 조치를 취했더라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의사는 '어이없는 진료'를 하지도 않았고 '보험급여 삭감'이란 불이익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환자들은 조작된 의약품을 복용하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됐다.

10월초 감사원은 의약품의 생동성시험 조작 사건과 관련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관련자들을 중징계할 것을 요구했다. 당시 감사원은 "식약청에 제출된 생동성시험 결과 보고서만 자세히 봤더라도 데이터가 시험기관에 의해 임의로 수정됐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도 식약청 담당자들이 보고서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결국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생동성시험자료가 조작된 약들이 유통되는 일을 처음부터 막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식약청은 아직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듯 하다.

식약청 국정감사 현장에서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은 "지난해 생동성 시험 조작 사실이 드러난 한 시험기관이 이름만 바꿔 계속 영업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이름만 바꾼 이 '조작기관'이 올해 생동성 재평가 시험 대상인 115개 품목 중 25개 품목의 시험을 맡고 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식약청의 해명이 필요할 것 같다.

매년 국감을 접할 때마다 '철밥통'을 떠올린다. 1년 전 큰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생동성시험자료 조작 사건을, 국민은 기억하고 있는데, 공무원들만 까먹었나 보다. 가끔은 세금을 내기 아깝다는 생각을 한다. 정말 세금 내기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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