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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한 방안
시론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한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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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0.31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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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원현(계명의대 교수·이식외과 달구벌 장기구득센터장)

뇌사자 장기이식을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합법적으로 시행하게 하고, 장기의 음성적 거래 차단, 기증장기의 효과적 분배 등을 목적으로 장기이식법이 시행되고, 국립 장기이식 관리센터가 개소된지 벌써 8년째이다. 그동안 KONOS와 각 이식 의료센터들의 헌신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작년 뇌사 장기기증자의 숫자는 141명이었고 금년에도 큰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장기기증의 답보상태는 급기야 국민들의 중국 원정이식이라는 의료사회적 문제를 야기하였고, 현재 이식의료계는 그 뒷바라지에 많은 정성을 쏟아야 할 형편이다.

KONOS 출범이후 큰 표면상의 변화는 장기의 음성적 거래가 줄어든 것이고, 이상하게도 뇌사법 시행이후에 신장의 경우 생체기증자도 함께 줄었다는 점이다. 물론 음성적 거래에 의한 생체기증 감소가 주된 이유이겠지만, 대체요법이 있는 신장의 경우 구태여 건강한 가족의 장기를 받지 않아도 뇌사자로부터 장기를 받을 기회가 있다는 가족들의 인식전환도 문제가 되었다. 반면 간이식의 경우에는 오히려 생체기증이 증가되었는데, 이는 뇌사자 기증 답보상태에서 가족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 간의 부분 기증이라는 결론을 얻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이 결과를 두고 보면 아직도 국내에서는 생체기증의 증가가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단지 국민들 개개인이 장기기증을 통한 이식이 말기환자들에게 얼마나 절박한지를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느냐에 있다고 본다.

따라서 이제는 국민을 상대로 뇌사 장기기증 뿐 아니라 생체기증에 대해서도 홍보를 적극적으로 해야 할 단계가 되었다. 지금까지 장기기증을 이야기하면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신체의 훼손이라는 부정적 사회통념 때문에 활성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우리 사회는 지식의 나눔, 재산과 유산의 나눔 등과 같은 함께 살아가기 운동이 확산되고 있고, 이런 맥락에서 장기기증, 즉 생명의 나눔 운동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따라서 국가나 의료계가 이 시점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어떻게 하면 뇌사자 발생에서 기증에 이르는 순환 고리를 막힘없이 잘 유지하게 해 줄 것인가에 노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이 생명나눔 순환고리의 주체는 기증이 가능한 본인과 그 가족의 생각이다. 따라서 장기기증 활성화는 국민들이 장기기증에 대해 긍정적인 자세를 갖게 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 장기기증이 단순한 자선사업이나 선행이 아니라 절망 속에 있는 환자에게 새로운 삶을 주는 것이라는 인식을 확고히 심어주어야 한다.    

사실 생체 기증을 제 3자가 강요할 수는 없다. 그러나 뇌사자 장기기증은 본인의 평소 기증에 대한 의지와 가족의 동의만 있으면 많은 사람을 동시에 살릴 수 있다. 지하철에 떨어진 승객을 목숨을 바쳐 살려낸 시민을 우리는 의사자라 했다. 그리고 홍수때 고립되어 죽음직전에 있던 등산객을 살린 청년을 자랑스런 시민으로 불렀다. 뇌사환자의 장기를 기증받은 말기환자들은 그를 생명의 은인이라 부른다. 새로운 삶을 준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고통스런 투석을 받던 신부전환자가, 간성 혼수상태에서 사경을 헤매던 중환자실의 환자가, 숨이 차 헐떡이던 심부전 환자가 어느 날 뇌사환자의 장기기증으로 이식수술을 받고 다음날 새 생명으로 태어나는 생명나눔이기 때문이다.    

장기기증 활성화의 또 다른 중요한 연결고리는 뇌사환자가 발생했을 때 이를 KONOS 나 지역 장기 구득센터(OPO)에 신고해 주는 시스템이다. 뇌사환자가 장기기증에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사망하게 되는 데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 환자의 주치의가 보호자에게 뇌사라는 사실을 알리기 주저하거나 거부하는 경우이다. 둘째는 보호자가 전혀 장기기증에 대해   들어보지 못한 경우이다. 셋째는 장기기증이라는 선택방법을 의료진으로부터 들었더라도 가족이 기증을 거부하는 경우이다.

이런 원인들을 생각하면 우리가 먼저 접근해야 할 부분은 뇌사발생이 가능한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에 대해 협조를 구하는 것이다. 뇌사가 곧 사망이라는 인식과 뇌사자의 장기가 기증되면 동시에 많은 말기 환자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줄 수 있다는 공통된 견해를 갖게 하는 것이다. 이때 주의할 것은 장기 이식대기자와 기증장기의 부족 사이의 불균형을 너무 강조하게 되면 뇌사환자를 주로 치료하고 있는 주치의들의 거부감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식 대기자의 증가를 강조할 것이 아니라 장기기증의 숭고함과 사랑의 실천에 따른 새로운 생명의 전달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의료진 못지않게 병원의 행정부나 더 나아가서 국가의 보건 관련 기관이 이식의료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장기기증이 앞서있는 국가들을 보면 정부차원에서 이식을 기다리는 말기환자들의 의료비를 이식을 통해 줄일 수 있다는 통계적 수치를 기초로 국가예산을 절감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대체요법보다는 이식치료를 선택하고 있다.

이번에 시도된 보건복지부의 장기구득 활성화를 위한 시범사업은 이런 의미에서 정부가 장기 이식분야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독립된 장기구득기구의 활동을 통해 해결의 방향을 잡아가려고 한다는데 의미가 있다. 6개월간의 짧은 시범기간이었지만 뇌사 장기기증에 대한 의료인들의 자세전환과 참여율의 증가, 지역병원간의 연대감 구축, 구득 전문 코디네이터의 적극적 활동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기간이었고, 향후 국가적인 정책 배려와 법적인 뒷받침, 국민의 참여가 동반된다면 현재 인구 100만명당 3명대에 머무르고 있는 우리나라의 뇌사장기기증도 20∼30명을 기록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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