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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공단' 군살을 빼야한다

'공룡 공단' 군살을 빼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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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0.3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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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충헌(KBS 의학전문기자)

올해 건강보험재정의 적자폭이 4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올해 적자가 당초 예상한 1532억원보다 세배 가까이 늘어난 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에 건강보험료를 사상 최고 수준인 8.6%까지 올린다는 방침이다. 올해 인상률인 6.5% 수준으로 묶을 경우 내년에 1조 4000여억원의 적자가 예상되므로 더 높게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안대로 확정될 경우 내년 직장인 건강보험료는 평균 6만 5000원에서 8만 원대로 치솟게 된다.

건강보험 재정에 빨간불이 켜진 것은 보장성 강화정책을 추진하면서 제대로 재정추계를 하지 않은 정부 탓이 크다. 보장성을 강화하면 급여 지출이 급증하게 되는데, 이를 제대로 계산하지 않고 마치 선심성 정책처럼 무리하게 추진한 탓이다. 담배 값 인상이 불발되면서 이를 염두에 두고 추진했던 각종 보장성 정책에도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선심성 정책이 바로 입원식대 급여화이다.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보장성 강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병원 식대를 급여로 전환했다. 본인 부담금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던 상급 병실료, 입원 식대, 선택 진료비 가운데 가장 효과가 눈에 띌 만한 부분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식대 건강보험 적용 이후 1년간 밥값으로 지출된 돈은 5000억원에 이른다. 올해 건강보험 적자 예상 폭인 4000억원을 훨씬 넘긴 액수이다. 밥값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았다면 올해 적자가 나지 않았을 것이고, 건강보험료 대폭 인상도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무리한 보장성 강화가 건보재정 적자를 키워 결국 국민들에게 건보료 대폭 인상이라는 부담을 안겨주는 셈이다. 식대 급여화는 경제적 부담이 큰 중증 질환의 보장성을 강화함으로써 서민들의 가계 부담을 줄인다는 기본적인 정책의 틀과도 맞지 않는다. 병의 경중이나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입원하면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도 최근 입원 치료를 받으면서 식대 급여화의 혜택을 보았다. 물론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밥값 급여화는 부메랑이 되어 오히려 국민들의 부담을 높인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문제는 포퓰리즘 정책은 바꾸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피해를 봄에도 국민들이 그 단맛에서 빠져 나오기 쉽지 않아 저항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보재정이 어려워지면 정작 혜택을 받아야 할 중증 질환자가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는 등 건강보험의 기본 틀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대폭 수술은 불가피해 보인다.  

건보공단의 도덕성 해이와 효율성을 제고하지 않은 채 국민에게만 건보료 인상을 감내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업무는 제쳐놓은 채 대선주자들의 개인정보를 무단조회하고, 전·현직 대통령과 유명인의 개인 정보를 훔쳐보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넘어서 범죄행위이다. 더욱이 건보공단의 행태를 보면 그러고도 적자가 나지 않는다면 그게 되레 이상할 정도이다. 건보료 체납자가 진료 받은 부당 진료금액만도 60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는 질병으로 인한 가계파탄을 막는 등 보험의 제 역할을 하게 만드는 올바른 정책이다. 때문에 적절한 건보료 인상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급격한 고령화 등으로 인해 급증하는 의료비를 고려할 때 정말 필요한 곳에 선택과 집중이 요구된다. 건보료 인상을 국민들에게 설득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공룡처럼 비대해진 건보공단의 군살을 빼야한다. 살을 빼는 것으로 안 될 때에는 수술이 필요하다. 스스로 무너진 기강을 다시 세우고 업무를 재정비 하지 않을 경우 국민들이 건보공단에 메스를 들이댈 것이다. chleemd@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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