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의료원이 성분명처방 시범사업을 시작한 지 벌써 한 달이 훌쩍 넘었다. 대통합민주신당 장복심 의원이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성분명처방 대상자에 대한 성분명 처방률은 시범사업 초기인 10% 안팎에서 29.2%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정말 성분명처방이 확대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인근 약국을 방문 취재한 결과 대부분의 환자들은 기존에 먹던 약으로 처방받길 원했고, 약사들은 환자의 요청에 따라 환자가 먹던 약을 그대로 조제하고 있었다.
가뜩이나 의료계는 성분명처방 대상 의약품이 대부분 일반의약품이고(20개 성분 가운데 전문의약품은 5개 성분), 이마저도 슈퍼판매를 해도 될 만큼 임상에서 안전성이 입증된 약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안전한 의약품만을 대상으로 성분명처방 시범사업을 실시해봤자 '성분명처방은 안전한다'는 결과가 나올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에, 시범사업은 정부가 성분명처방을 확대하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논리다. 더욱이 환자가 먹던 약을 그대로 처방받고 있다면 시범사업의 의미는 더욱 더 퇴색될 수 있다.
정부에서 성분명처방 시범사업을 강행하면서 내세운 논리 중 하나가 '국민의 약 선택권 보장'이다. 하지만 '국민 약 선택권 보장'은 허울좋은 명분일 뿐, 현실적으로는 약 선택을 약사에게 맡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람들이 아플 때 의사를 찾는 이유는, 의사에게 자신의 건강을 전적으로 맡겨 질병을 치료하기 위함이다. 약 처방이 하나의 진료 과정에 포함되는데도 약의 선택을 의사가 아닌 약사에게 맡긴다는 것은 무책임하다.
성분명처방을 받은 한 환자는 "오랫동안 몸을 맡겼던 의사 선생님이 (성분명처방을)해보는 게 어떠냐고 물어보셔서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환자는 약사로부터 기존에 먹던 약을 받아 갔다.
성분명처방 시범사업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약제비 절감 효과'이나 '성분명처방의 안전성'이 아닌, 국민이 의사의 처방권을 존중해주길 원한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