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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진심을 전하고 싶다

난 진심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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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1.05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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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훈(동아일보 기자)

책 속에서 진리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다양한 가치관이 충돌하는 현실에서는 책 속의 진리가 유명무실해지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왜곡돼 버리기도 한다. 사람의 진심도 마찬가지다. 이해관계에 따라 너무나 쉽게 진심은 곡해되고 만다.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들은 과천 정부청사에 가지 않는다. 과거에도 그랬던 것은 아니다. 참여정부가 이른바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을 강행한 이후의 일이다.

기자들은 현장을 떠나면 활력을 잃는다. 이 점을 참여정부도 알고 있는 듯 하다. 언젠가 "기자들이 기자실에 죽치고 앉아 있지 말고 현장으로 달려가라"는 조언이 청와대로부터 흘러나온 걸 보면 말이다. 이 조언에 따라 우리는 현장에 가고 싶다. 그렇다면 우리의 취재 현장이 어디겠는가? 차량 연쇄 충돌 현장? 파업 현장? 혹은 시민단체의 '수구 보수' 세력 규탄 시위 현장? 모두 틀렸다. 복지부를 포함해 정부 부처 출입기자의 현장은 바로 부처, 그 자체다. 복지부의 정책이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지, 편법적인 집행은 아닌지, 공무원들의 도덕적 해이는 없는지를 감시하는 게 우리들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참여정부는 기자들의 취재현장을 빼앗아버렸다. 일선 공무원 접촉을 금지한 것이다. 물론 공보관에게 먼저 미팅 요청을 하고, 개방된 공간에서 만나면 된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정부 정책과 공무원을 감시할 수 있겠는가.

참여정부는 공무원과의 접촉 차단만으로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는지, 아예 정부 부처 출입기자들을 닭장에 쑤셔 넣듯 한 자리에 몰아넣었다. 그게 '통합브리핑센터'다. 그 곳은 고등학생 시절 이용하던 독서실과 너무 닮아 있다. 딴 데 신경 쓰지 말고 공부만 하듯이, 오로지 기사만 쓰라는 것 같았다.  

복지부 출입기자들은 이 때문에 정부가 언론의 취재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막는, 이른바 취재선진화 방안을 철회할 때까지 모든 브리핑과 과천 정부청사 통합브리핑센터의 이용을 거부하고 있다. 우리로서는 정말 어려운 결정이었다.

그런데도 인터넷을 보면 적잖은 네티즌들이 "기자들이 기득권을 잃지 않으려고 생떼를 쓴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정부 부처 출입기자에게 무슨 기득권이 있단 말인가? 우리의 요구 조건은 단순하다. 공무원과의 자유로운 접촉과 취재제한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기자와 언론에 적대적인 세력들이 개와 고양이에 기자를 비유한 만화를 인터넷에 유포한 적이 있다. 그 만화에서 기자들은 '죽치고 앉아' 고스톱을 치면서 고급식사를 하러 가자고 공무원을 윽박지르고 있었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기자들은 정말 '개만도 못한' 것들이 맞다. 그러나 기자실에서 화투판이 사라진 것은 10년도 훨씬 넘었다(지방지나 전문지 기자실은 모르겠다. 이는 중앙일간지 기자실의 풍경이다). 기자들이 오죽하면 "나도 고스톱이나 한 번 쳐봤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쉬겠는가.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의사들에게 국민정서를 파악하라고 충고하는 필자가 네티즌에게는 언론의 참모습을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국민들이 '언론=기득권' '기자=부패집단'이란 인식을 가지고 있는 한 기자들의 진심은 왜곡될 게 뻔한데도 말이다.

때로는 진심을 전달하는 게 무척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 아마 의사들도 그랬을 것이다. 의료계 이슈가 터질 때마다 억울하게 매를 맞고 있다는 자괴감도 많이 느꼈으리라. 의사들도 기자들과 마찬가지로 진심을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방법론을 배워야 할 것 같다. 그러면 일반 국민의 시선이 한결 부드러워지지 않을까.   

가을이 사라진 것 같다. 벌써 스산한 바람이 분다. 잎을 우려낸 따뜻한 녹차 몇 모금을 마시면 이 마음이 따뜻해질까. 어쩌면 이럴 때는 소주가 더 제격인 것 같다. 오늘은 코가 비뚤어질 때까지 술이나 마셔볼까.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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