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와 의사와의 신뢰에 대해서
환자와 의사와의 신뢰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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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1.0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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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성(전주예수병원 내과 R4)

어느 의사든 문득 생각나는 환자가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는 주치의 때 맡았던 말기 간경화 환자가 그런 경우다. 복수가 심해 배꼽탈장까지 생겨 항상 복대를 착용하도록 지시해도 답답하다며 나와 실갱이를 벌이곤 했다. 더욱이 항상 새벽 4시면 배가 아프다고 병동에서 호출이와 귀찮기도 했지만, 불안한 마음에 달려가 보았던 환자였다.

모든 주치의 생활이 마찬가지겠지만 신환 받고, 회진하고, 정리한 후 다음날 처방내다 보면 어느덧 저녁 한 두 시를 훌쩍 넘기고 잠깐 눈붙이다 새벽에 일어나 아침 회진 준비로 정신없는 생활이 반복되기 마련이다. 그날 새벽에도 어김없이 새벽에 호출이 왔다. "선생님 환자가 복통호소해요". 비몽사몽간에 진통제 투여하도록 지시하고 다시 잠들었다.

아침 회진 준비하려고 미리 환자 둘러 보는데 그 환자의 복부를 보는 순간 등에 식은 땀이 흘렀다. 전에는 쉽게 누르면 들어가던 배꼽 탈장이 왠일인지 들어가지 않고 새파랗게 색이 변해 있었다. 부랴부랴 외과 선생님께 상의하여, 그날 응급수술 들어갔다. 환자는 탈장이 교획되고 괴사가 진행되어 괴사부위를 절제해야만 했다.

그날 이후 매일 봉합부위를 하루에도 수 차례씩 소독하고 매달렸지만 복수가 심해 봉합부위로 복수가 계속 흘러나와 애를 먹었고, 결국 일주일후 환자는 패혈증으로 사망하였다. 그러나 환자는 죽기 전까지 나에게 원망 한번 하지 않았고 장례식장으로 환자를 이송할 때 보호자인 부인은 나에게 여러번 감사했다는 말을 했다. 그때 내가 환자에게 가보았더라면 하는 후회를 수십 번했다. 갑자기 앞으로 잘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그 다음날 나는 병원을 도망치듯이 나와 버렸다. 저녁에 곧바로 복귀하긴 했지만 어쩐 일인지 과장님들은 이런 나를 조용히 지켜보기만 했다.

요즘 자주 듣게되는 의료분쟁, 정부의 정책, 언론의 보도를 보면 의사와 환자의 관계를 멀어지게 하고, 의사가 환자에게 솔직해지기 힘들게 만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럴 때마다 그 환자와 보호자가 떠오른다. 의사가 환자를 가족처럼 여기고 성심 성의것 치료 한다면. 설령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한다 하더라도, 내가 환자라면 그런 의사를 만난 것을 행복해할 것이다.

적절한 치료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소송에 휘말려 법원에 다녀와 의기소침한 동료를 볼때 안타까운 마음이 들고, 한편으로는 남의 일 같지가 않다. 하지만 모든 환자나 보호자가 그러한 것은 아니며, 또 나를 믿고 찾아오는 환자가 있기 때문에 의사들은 좌절하거나 낙담할 여유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의사선생님들에 대해 불신과 불만으로 가득차 독설을 내뱉는 사람들이 많다. 이젠 굳이 그런 사람들을 이해시키려 하지도 않고 그러기도 싫다. 그냥 뒤돌아서 씨익 한번 비웃어 주고 병들고 지친 환자들에게 달려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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