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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수집'은 어릴적 못이룬 꿈의 보상
'음반수집'은 어릴적 못이룬 꿈의 보상
  • 이석영 기자 lsy@kma.org
  • 승인 2007.11.07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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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만(서울 강남· M&L 세우미의원)

클래식 음악은 여전히 어렵다. 한 번 제대로 들어보려고 마음먹으면 도통 무슨 소린지 이해가 안가는 평론가들의 난해한 글귀에 기가 팍 질려버린다. 한 술 더떠 "덴마크산 다인오디오의 명품 '에비던스' 스피커로 바흐의 b단조 미사곡을 들으며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감동에 눈물 흘렸다"(※이 스피커의 국내 시판 가격은 1억원이 넘는다: 편집자 주), "금도금된 오디오 케이블은 현악의 깊이를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는 오디오 평론가들은 거의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다. 클래식 음악은 결코 소박해질 수 없는 것일까? 정정만 원장(서울 강남·M&L 세우미의원)은 "음악은 자기가 듣고 기분 좋아지면 그만"이라고 항변한다. 클래식 음반 1만3000여장을 보유한 사람으로서는 어울리지 않는, 그만의 소박한 음악철학이다.

 

바이올리니스트가 꿈이었던 소년

"우리 집이 잘사는 집안이었으면 음대를 갔을 겁니다. 바이올린이 너무 좋았지요. 의대(연세의대)에 진학한 후에도 그 꿈을 못잊어 열심히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돈으로 지금의 세운상가에서 중고 바이올린을 한대 샀어요. 1년 선배인 음대생을 찾아가 배우기도 했는데, 학업과 병행하는게 너무 힘들어 그만 두고 말았습니다."

 아득한 추억으로 남을 뻔한 음악에 대한 열정에 다시금 불을 지핀 것은 군대에서 만난 군종신부. 음악을 사랑했던 신부와 정 원장은 금새 가까워져 사제관에서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다.

"어느날 신부님이 저에게 그레고리안 성가 LP를 선물로 주시더군요. 자신이 아끼던 오디오도 주셨어요. 아마 그 때부터일 겁니다. 음반을 모으기 시작한게."

군대 부식비를 아껴 한장씩 사모으던 음반수집은 1981년 신촌에서 개원하면서 본격화됐다. 이듬해 필립스와 소니에 의해 오디오 CD가 개발되면서 정 원장도 자연스레 CD 수집으로 눈을 돌렸다.

현재 LP 700여장과 LD(레이저디스크), DVD(주로 발레·오페라)를 빼면 1만3000여장 중 대부분이 CD로 채워져 있다.

별장에 나만의 음악공간을 만들고...

정 원장은 10년 전인 1997년 경기도 양평에 별장을 짓고 음반을 옮겨왔다. 아무런 방해 없이 음악에 빠져들고 싶어서다.

"마당에 스피커를 설치하고 드러누워서 별이 가득한 밤 하늘을 바라보며 모짜르트의 선율을 듣고 있으면, 정말 모짜르트 그 사람이 나에게 걸어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요."

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겼다. 음반이 자꾸만 쌓이다 보니 갑자기 듣고 싶은게 있어도 찾기가 어렵고, 옛날에 샀던 음반을 또 구입하는 난망한 사태까지 벌어지게 된 것. 어느 날 정 원장은 큰 맘 먹고 분류작업에 들어갔다. 장르·작곡가·레이블·아티스트 별로 라벨을 붙이고, 30만원을 들여 전용 관리프로그램을 제작해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었다. 이렇게 하는데만 꼬박 6개월이 걸렸다.

벽면을 가득 메운 수많은 음반들이 정 원장으로부터 새로운 이름을 부여받는 순간이었다.

"명반? 희귀음반? 난 그런거 몰라요."

가장 아끼는 음반이 뭐냐고 물었다. 내심 '국내에 몇 명 밖에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등의 답변을 기대한 기자는 적잖게 허탈했다.

"남들도 구하기 힘든걸 왜 굳이 어렵게 구하려고 해요? 그런거 따지지 않고 모았어요. 다른 사람의 추천으로, 소문만 듣고 구입한 음반은 거의 없습니다."

실제로 정 원장의 컬렉션을 자세히 살펴보면 오리지널 수입 음반도 많지만 '2 for 1'(※한장 가격에 두장이 들어있는 저렴한 음반: 편집자 주)이나 낙소스(NAXOS)같은 염가 레이블 음반도 상당히 많다. 경매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구입했다거나, 비행기 타고 외국까지 날아가 손에 넣었다는 등 수집가들의 무용담은 없었다.

"음악은요, 자기가 듣고 기분이 좋아지면 그게 다에요. 소나타 형식이 어쩌고, 역사적 배경이 어떻고 하는 것은 음악 감상을 좀 더 재미있게 해주는 양념일 뿐이지요. 아무리 평론가들이 명연주라고 떠들면 뭐합니까. 내 마음에 안들면 소음이죠."

클래식 음반 구입하는 요령   

"반드시 직접 들어보고 선택합니다. 클래식 음악만 전문으로 틀어주는 라디오를 계속 듣다 보면 귀에 쏙 들어오는 음악이 있어요. 그 때 메모를 해두고 나중에 구입하면 되지요. 운전 중이라면 보이스펜 같은 걸로 녹음을 해두었다가, 편한 시간에 다시 들어보고 마음에 들면 구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간혹 국내에 절판된 음반도 있는데, 포기하지 말고 진득하게 기다려 보세요. 중요한 것은 내 마음에 드는 음악을 고르라는 겁니다. 그렇게 하나 둘 씩 모으다 보면 어느새 방대해진 나만의 레퍼토리에 뿌듯해질 날이 오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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