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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정책은 어디가고 후보만 무성한 대통령 선거
시론 정책은 어디가고 후보만 무성한 대통령 선거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7.11.12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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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언항(건양대 보건복지대학원장)

12월 19일은 앞으로 5년 간 나라를 이끌어 갈 나라의 지도자를 뽑는 날이다. 짧은 투표 순간을 위하여 국민들은 앞으로 30여 일간 더 장고(長考)하여야 한다. 나라와 4800만 명의 운명을 결정하는 날이니 말이다.

선거는 국민의 축제이며 잔치이다. 선거라는 게임에 최고의 경쟁력 있는 대표선수를 후보로 내는 당내 경선은 국민을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더욱 숨 막히게 재미있는 것은 국민은 구경꾼만이 아니고 훈수꾼이 되는 것이다. 지도자에 대한 바람이 여론조사를 통하여 또는 대의원들에게 전달되어 선거공약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각 당의 경선은 이러한 국민의 여망을 저버렸다. 도곡동땅, 최태민 등 상대방 후보에 대한 의혹만 제기했지 나라를 이끄는 비전의 제시는 없었다. 각 당의 후보도 결정되고 결선과정에 들어 왔는데도 아직 여야를 막론하고 누가 진정한 대통령 후보인지 국민은 혼란스럽다.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빈곤, 교육평준화, 건강보험재정의 불안정, 대외적으로는 대북관계, 대미관계 등이다. 그 해법을 놓고 국민 계층간의 생각이 제각기이다. 대통령은 상반되는 의견을 통합하고 사회구성원이 합의에 이르게 하는 통합의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대통령에게는 갈등을 치유하는 해결사의 역할이 기대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대통령 선거 과정이 이러한 능력과 덕망을 갖춘 지도자를 뽑는 순기능을 하고 있는가? 밑도 끝도 없이 보수냐 진보냐, 보수 속에서도 진짜 보수냐 가짜 보수냐의 논쟁만 있다. 국회는 열려도 여야간 상대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만 있지 정책을 놓고 우열을 가리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상대방을 흠집 내어 상대에게 갈 표를 나에게 오게끔하는 데에만 골몰한다.

대통령 후보와 각 당은 국민의 고통이 무엇인지를 고민하여야 한다. 그리고 해결책을 공약으로 제시하여야 한다. 그것이 현실성이 있는지 갈등 없이 잘 시행될 수 있는지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평가를 잘 받으면 표를 많이 받아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보건의료문제를 놓고 보자. 1977년 건강보험제도를 시행한지 12년 만에 전국민 의료보장을 실현하였다고 하는데 작년에 160만 가구가 건강보험료를 체납하였다. 4가구 중 1 가구 꼴이다. 이 중 70%에 해당하는 가구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보험료를 내지 못하고 있다. 보험료를 체불하면 보험급여가 정지되는데 그들은 의료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대선 후보들은 생각하여 보았는가?

왜 많은 국민이 비싼 여비와 체재비에 불구하고  외국병원을 찾는가? 수년 전부터 논의 되고 있는 영리법인병원 인정문제나 민영의료보험 활성화에 대하여 각 후보들은 대안을 제시하여야 한다. 중소 병원은 환자가 없어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는데 그 대로 방치하여도 되는가?

몇 년 전 은행에서 돈을 빌려 위기를 넘겼던 건강보험이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적자가 난다고 한다. 그 원인은 무엇인가? 그리고 재정을 안정시키는 방안이 제시되어야 하는데 각 당은 국민에 대한 보장성의 확대만 이야기하고 있다. 정책과 대안은 실종되고 오로지 후보만 난무하고 있다.

얼마전 보건행정학회가 각 당 정책전문위원을 초청하여 보건의료복지정책을 듣는 자리를 가졌는데 내놓은 정책이라는 것이 현실성도 없고 알맹이도 없는 수박 겉핥기 식의 내용뿐이었다. 대중 인기 영합적인 정책을 책임 없이 두루뭉수리하게 내어 놓았다는 평이다.

이에 대하여는 언론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연일 각 후보들의 인기여론조사 결과만 게재되고 있다. 교육, 의료, 경제정책 등 각 후보들의 공약을 쟁점화하지 않으니 국민은 평가할 수 있는 정보가 없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전에서 민주당의 힐러리 후보와 오바마 후보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두 사람 공히 의료보험 개혁을 약속하고 있다. 미 국민의 15%에 해당하는 4700만 명이 병이 나도 참을 수 밖에 없는 무보험자라는 현실 때문 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국민들의 관심이 높기 때문이다. 오바마 후보는 노인약제비가 일반 약보다 71%나 비싸게 공급되는 것은 제약회사와 보험사의 로비 때문이라고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하면서 로비를 근절하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국민에게도 책임이 있다. 우리나라 국민은 정치에 매우 민감하다고 한다. 그러나 정치성이 강한 것이지 구체적인 정책에 대하여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그저 인기 있는 지도자를 뽑아 그에게 맡기면 되겠지라는 대범함(?)때문인가? 그러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손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진다.

우선 의료인만이라도 후보들을 꼼꼼히 검증하여야 한다. 의료인은 이 사회의 여론을 이끌어 가는 오피니언 리더들이다. 의료인은 환자의 정신적·육체적 고통 나아가 질병으로 인한 경제적 고통도 제일 잘 알 기 때문에 해결방안을 제시하여야 한다.

의료계는 보건의료분야에 대하여 만이라도 성실한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후보를 주시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정책이 실현가능한 것인지 살피고 성실하고 비전 있는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하여야 한다. 진정성이 있는지 꿰 뚫어 보아야 한다. 대통령 선거가 인기몰이용 선거가 되지 않게 하려면 의료인들이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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