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의사의 윤리의식 강화, 시대적 흐름이다
시론 의사의 윤리의식 강화, 시대적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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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1.14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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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천수(전 대한내과학회 윤리이사, 연세의대 교수)

2007년도 대한내과학회 평의원회에서 '내과의사 윤리선언'이 낭독되었다. 2005년 6월에 구성된 윤리위원회가 1년 이상 준비하여 지난 4월에 전체 내과학회 평의원으로부터 서면동의를 받음으로써 완성되었고, 이번 10월 24일 평의원회 석상에서 엄숙하게 낭독되면서 다시 한번 일상적인 진료활동에서 윤리적인 문제를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의사들은 모두 의과대학을 졸업할 때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게 된다. 의사가 사회에 대해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공적인 약속으로는 기원전 5세기 히포크라테스 시대부터 전해 온 히포크라테스 선서와 세계의사회에서 1947년 제정한 제네바 선언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대한의사협회에서 1961년 제정한 '의사의 윤리'와 1997년 개정한 '의사윤리 선언' 등이 있으며 이를 통해 구체적인 의사상을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여러 종류의 윤리선언이 있는데 내과의사들에게 특별히 따로 적용되는 윤리선언이 필요할 것인가에 대해서 논쟁점이 있겠으나 현대 의학의 분화에 따라 각 전문과 별로 맺게 되는 사회적 관계에 차이점이 인정되므로 전문과 별로 윤리적 상황이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내과의사 별도의 윤리 선언도 필요한 상황이라는 인식이 내과학회뿐 아니라 윤리학자들 사이에서 자리잡고 있다. 이 윤리선언은 내과 의사의 윤리 의식을 향상시키는 교육에 이용하고, 내과의사 개인의 윤리적 갈등 해결에 지침으로 삼으며, 회원 상호간 의료 윤리적 문제 해결에 가이드로 삼고, 학회와 회원간 유대를 강화하는 지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의사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 변화는 의사들에게 지켜야 할 윤리 선언이 없어서도 아니고, 특별히 의사들이 과거에 비해 더 윤리적이지 못해서 그런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통적인 환자-의사의 종속적인 관계에서 이제는 서로 대등한 관계로 변화된 것이 일차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변화에 가장 깊이 영향을 미친 요인은 의료정보의 확산에 있다. 과거 20~30년 전부터 신문 라디오 및 텔레비전 등에서 의료에 관한 교육 프로그램이 많아지면서 의료에 대한 일반인의 지식수준이 많이 높아졌다. 최근에는 인터넷에 질병과 건강에 대한 자료가 넘쳐나고 있으며, 오히려 정확한 정보를 선별해서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자기 병에 대해서 웬만한 전문가 이상의 지식을 가지고 있어 오히려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데 어려움을 겪는 환자의 예를 종종 보게 된다. 또 개인 권리에 대한 의식이 향상되었기 때문에 자기 병의 진단 및 치료에 대해서 선택해서 결정 내려야 할 사항에 대해 과거와는 달리 직접 참여하기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생명과학의 발달로 전혀 새로운 생명-의료 문제가 제기되었으며, 반면 새로운 생명 윤리에 근거한 인간 존엄성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서 아직 사회 전체적인 정의가 미처 정립 되지 못한 실정이기도 하다.

아무리 시대가 변화하더라도 환자-의사의 기본적인 관계는 상호 신뢰하면서 과학적 지식을 기초한 의료를 바탕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독특한 인간관계이다. 따라서 상호간의 신뢰는 의료 윤리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이다. 신뢰가 손상되면 의사-환자간의 원만한 관계는 형성될 수 없고, 만족한 질병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내과의사 윤리선언은 무엇보다 먼저 환자의 상태에 가장 적절한 최선의 의료를 제공한다고 선언하였으며, 이것을 철저히 실천하는 것이 환자와 일반 대중으로부터 신뢰를 쌓고 또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의사는 고도로 전문화되고 급속히 변화하는 학문영역에 종사하며 그 전문성을 인정받는 집단이다. 의사에 대한 사회의 인정은 의사의 지식이 환자에게 최선의 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수준을 유지할 것을 전제로 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내과의사는 최신 의학 지식을 습득하고 의학적 지식을 공유할 의무가 있으며, 환자를 진료함에 있어 과학적이고 합리적 근거에 기초한 자료를 이용하여 수립된 치료법을 적용한다.

또 우리가 쉽게 간과하지 말아야 할 의료 윤리문제 중 하나는 진료 중에 습득한 환자의 비밀을 철저히 보호해야 하는 점이다. 비밀유지의 의무는 히포크라테스 시절부터 의료 윤리의 초석이었으며 세계의사회의 국제의료윤리강령에도 "의사는 알게 된 비밀을 환자가 사망한 이후에라도 절대로 누설해서는 안된다"고 밝히고 있다. 내과의사 윤리선언은 이 내용을 채택, 더 철저하게 준수할 것을 서약하였다. 의사로써 전문직종의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회원 각자가 전문직 윤리의식을 유지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하고 스스로 자율적으로 지켜나가려는 노력이 경주되어야 한다.

이에따라 내과의사는 의업의 품위와 전문성을 지키고, 더하여 동료의사의 비윤리적 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각오를 선언에 채택하였다. 또 회원들의 자율적인 의료 윤리 준수를 격려하기 위하여 자율징계가 가능하도록 학회 회칙를 개정하였고 회원징계를 위한 절차에 관한 윤리위원회 내규를 제정하였다. 이번 내과의사 윤리 선언 속에는 후배의사들에 대한 교육과 지도에 대한 역할을 강조하였으며 특히 학회를 통한 학술 활동에 회원들이 적극 참여할 것을 강조하였다.

분명 의료 윤리는 계속 변하고 있다. 그러나 의학의 기본적 가치와 윤리 원칙들은 변하지 않거나 적어도 변해서는 안 된다는 것에 대부분 동의한다. 한편 인간이 언젠가는 질병에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동정심 많고 유능하며, 자율적이고 또 윤리적인 의사의 도움이 앞으로도 계속 필요할 것이라고 세계의사회의 윤리지침은 기술하고 있다.    

상황이 복잡할수록 원칙에 입각하여 행동하면 어려움이 줄어든다.

지금 현재 의료계에 쏟아지고 있는 질타의 소리는 우리 의사들이 의료 윤리를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환자를 진료하고, 전문가답게 일반인보다 더 높은 수준의 도덕률을 유지할 때 사라질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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