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공방을 지켜보면서
ADHD 공방을 지켜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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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1.19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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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훈(동아일보 기자)

20일 전만 해도 지금처럼 싸늘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이미 철 지난 이야기가 된 것 같다.

1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종합 국정감사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그 날도 어김없이 보도 자료가 쏟아졌다. 그리고 그 중 하나의 자료가 눈에 띄었다. 바로 대통합민주신당 장복심 의원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 보험청구 4년 새 21배 증가' 자료였다.

자료의 내용은 제목 그대로 4년 새 ADHD 환자는 3.3배 늘었지만 치료제 보험청구액은 21배나 증가했다는 것이다. ADHD 환자가 크게 늘었다는 점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그런데 보험청구액의 증가율이 환자 증가율보다 6배 이상 크다는 것은 의외였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필자는 보도 자료의 다음 부분을 읽어나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ADHD 치료제 청구가 높은 10개 의료기관에 대해 현지 실사를 실시한 결과 ADHD가 아닌 성적향상(집중력강화)을 위해 내원한 환자에게 ADHD 치료약을 처방했다.'

서울 강남지역의 고교생들이 성적을 높이기 위해 ADHD 치료제를 복용한다는 '소문'은 이미 많이 나 있는 상태다. 앞의 내용과 연결시키면 'ADHD 환자가 아닌데도 치료제를 많이 복용하기 때문에 보험청구액이 크게 늘었다'라고 추정할 수 있었다. 이쯤 되면 결론이 나와야 할 때다. 보도 자료는 다음으로 이어졌다.

'심평원은 조사기관 별 30명을 무작위로 추출하여 총 300명에 대한 진료기록을 분석한 결과 진료기록부에 진단 명을 ADHD로 기재한 건이 283명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283명 모두 증상 지속시간 등 진단의 근거가 될만한 기록이 부족해 ADHD라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제 결론이 나왔다. 의사와 환자가 결탁(?)해 ADHD 환자가 아닐 수 있는데도 ADHD라고 진단하고 치료제를 다른 목적으로 '많이' 복용하고 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의사들은 없는 병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고민 끝에 장 의원의 주장을 기사화하지는 않았다. 장 의원의 주장이 상당부분 추측에 바탕을 두고 있었고, 통계의 일부분은 다소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 보도 자료를 곧 뇌리에서 지웠고 국정감사는 아무 탈 없이 끝났다.

며칠이 흘렀을까? 필자는 어쩔 수 없이 그 자료를 떠올려야 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대한신경정신과의사회, 대한소아청소년정신과의사회 등 신경정신의학계가 일제히 장 의원에 대해 "ADHD 약물 오남용 의혹 제기를 철회하라"며 보도 자료의 정정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신경정신의학계의 주장을 들여다보았다.

'2002년 당시 ADHD 치료제는 단기지속형이 대부분이었으며 가격은 193원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장기지속형을 많이 사용하며 가격은 627~1625원이다. 1정당 가격이 3~9배 올랐기 때문에 전체 보험청구액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를 감안하면 실제 치료제의 사용량 증가는 21배가 아닌 3.07배에 불과하다.'

4개 단체의 해명이 사실이라면 장 의원의 '폭로'는 통계의 함정에 빠져 있는 것이다. 환자 증가율과 약 사용 증가율이 거의 비슷하다면 치료제 오남용이란 의혹 자체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의사들로서는 괜한 누명을 쓴 것이다.

4개 단체는 10대의 처방이 증가한 것에 대해서도 2005년부터 12세까지만 허용되었던 보험처방이 18세까지로 늘어났으며 2004년 이후 ADHD 선별의 날을 제정해 널리 홍보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제시했다. 또 마구잡이 진단 주장에 대해서도 환자의 진찰·보호자 상담·검사에 대부분의 시간을 사용하며 충분히 검사과정을 거친 뒤 확진한다고 반박했다.

이 공방의 결론이 궁금해진다. 어쩌면 흐리마리 잊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느 쪽이든 뒷맛이 개운치 않다. 좀 더 신중했으면 좋았을 것을….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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