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의료 판치는 현실을 타개하자
거짓의료 판치는 현실을 타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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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1.21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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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율(경기 부천 가은병원 내과장)

효과가 있다고 믿을만한 근거가 아니라 막역한 관념에 기초한 여러 요법이 난무하고 있다. 이런 요법들은 대부분 경제적 이득을 노리고 있고 잘못된 신념이나 자기기만에 기초하고 있지만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는 일은 드물다. 그런 치료법은 때로는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오래 전부터 해왔다는 이유로, 대체요법의 가면을 쓰고, 또는 의학 앞에 무슨 수식어를 붙이고서 환자들을 현혹하고 국민을 호도한다. 사이비와 돌팔이가 이렇게 횡행하게 된 요인은 다양하겠지만 의사들의 방임도 한몫을 하였다.

의사들이 엉터리 요법들이 판치는 것을 보면서도 방임한 것은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선 의사 본연의 임무, 즉 제대로 된 의료를 묵묵히 실행하기만 하면 국민이 공감하고 믿어줄 줄 안다. 물론 심하게 왜곡된 의료제도 안에서 진료와 연구라는 본연의 임무를 실행하기에도 바빠 다른 곳에 눈을 돌릴 여유가 없기도 하다. 또 한편으로는 거짓은 오래 가지 못하고 결국은 정의가 이기는 법이니 거짓의료는 가만히 두어도 결국은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은 의사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뽑아도 뽑아도 다시 자라나는 잡초처럼 사이비 요법과 거짓의료는 뿌리가 뽑히지 않고 끈질기게 번져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손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는 오히려 번성하고 있다. 특히 국민소득이 증가하면서 미용·노화방지·만성퇴행성질환 등과 같이 효과여부의 판단이 간단하지 않은 분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그런 곳에는 어김없이 효과가 의심스러운 요법이 판을 치고 있다.

그런 요법이 언론매체의 곳곳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을 뿐 아니라, 아무런 근거 없는 주장들이 근거에 입각한 현대의학과 동등한 대접을 받기까지 한다. 심지어 약을 끊어야 병이 낫는다거나 건강을 되찾으려면 병원 치료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는 것을 방해하는 이들도 있다. 결국 사이비 요법과 거짓의료가 판을 치면서 국민의 건강을 망치는데 그치지 않고 문제점을 지적을 하는 의사 회원을 고발하겠다고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렇게 적반하장의 지경에 이르게 되었으니 의사들이 그동안 사이비 요법과 거짓의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국민에게 알리는 일을 게을리 한 댓가를 톡톡히 치르는 셈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사이비 요법과 거짓의료에 대한 방임을 끝내야 한다. 계속 방임하면 건강과 질병에 대한 잘못된 지식이 이 땅에 범람하고 나쁜 요법이 더욱 횡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히틀러제국의 선전장관이었던 요제프 괴벨스는 '거짓말은 처음에는 부정당하고, 다음에는 의심받지만, 되풀이하면 결국에는 모두 믿게 된다'고 했다. 누군가가 사이비 요법과 거짓의료의 잘못을 지적하지 않으면 국민은 그것이 옳은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국민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사이비 요법과 거짓의료가 횡행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토양이 된다. 그렇게 해서 이미 만들어진 제도도 있고 그런 제도를 더 만들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일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잘못된 지식과 나쁜 요법에 대하여 문제점을 일일이 지적해야 한다.

그런 일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여 쉽지 않지만 이미 하고 있는 의사들이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그들의 수는 적고 문제를 제기해야할 사이비 요법과 거짓의료는 넘치도록 많다. 따라서 몇몇 회원이 잘못된 정보에 모두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많은 회원들의 참여가 필요한 것이다. 회원 한명 한명이 잘못된 정보를 접할 때마다, 힘닿는 범위 안에서, 특히 자신의 관심분야와 전공에 관계된 것이라면 시간과 노력을 쪼개서 잘못을 지적해야 한다. 꼭 길고 복잡하게 주장을 펼 필요는 없다. 간단히 요점만 지적해도 충분하다.

모든 언론매체에 대해 그렇게 하는 것은 쉽지 않으므로 유명 언론을 통하여 전파되는 엉터리 의료정보에 집중적으로 잘못을 지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이 땅의 의료를 지키고, 의권을 지키는 길이다. 동료 회원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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