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공청회 "영세병원 배제" 비판 쏟아져
복지부 "성장가능성 큰 병원먼저 숨통 터줘야"
보건복지부가 준비하고 있는 의료채권제도가 국내 의료기관에 대한 투자 유인책이란 점에서는 환영할 만하지만 영세한 병원을 배제했다는 비판이 29일 열린 공청회에서 쏟아졌다.
복지부는 "일단 성장 가능한 의료기관부터 자금 숨통을 틔워주자"는 입장을 보였다. 복지부에 따르면 의료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의료기관은 1000개 정도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이날 공청회 참석자들은 "실제로 (채권이) 매입될지 의문"이라며 의료채권제도의 현실가능성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복지부가 발표한 '의료채권에 관한 법률'은 국내 의료기관에 대한 최초의 자금조달 지원방안이라는 점에서 이날 공청회 참석자 모두에게서 일단 환영을 받았다. 의료기관에 대한 투자가 절실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의료채권이 대형병원이나 재무구조가 튼튼한 병원에게는 유용하지만 경영상황이 어려운 중소병원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것이란 지적이 많았다.
우선 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의료기관중 개인이 설립한 의료기관은 제외됐기 때문이다. 그나마 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법인 중에서도 신용평가에서 '미달'(BBB 등급이상)되면 발행자격이 박탈된다. 결국 경영상황이 좋은 의료기관만을 위한 제도라는 비판이 나왔다.
정진택 대한의사협회 기획정책국장은 "신용평가가 좋은 의료기관은 이미 의료계 내에서 우월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오히려 재정적으로 어려운 의료기관을 지원하는 게 우선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상윤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은 "미국의 경우 의료기관을 전문으로 평가하는 기관이 있다지만, 우리는 일반 기업을 평가하듯이 의료기관을 평가할 게 뻔한데 그럴 경우 재무상태에 치중할 수밖에 없어 대형병원이나 네트워크병원 중심으로 좋은 평가가 나올 것"이라며 "일부 잘 나가는 병원이 아니라 전체 병원이 함께 잘 살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채권 법안을 마련한 복지부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나, 이 제도에 찬성표를 던지고 있는 대한병원협회도 영세병원을 배제한 법안이라는 점은 인정했다.
이기효 인제대 교수(의료산업선진화위원)는 그러나 "(의료채권제도) 한 가지 법안으로 모든 의료기관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성익제 병협 사무총장은 "중소 의료기관은 중앙 혹은 지방정부에서 보전해주는 추가적인 제도를 고민할 필요는 있지만, 채권발행이 가능한 의료기관만이라도 지원을 해줘야 할 상황이므로 제도 자체를 반대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의료채권을 발행했을 때 실제 매입이 활발할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복지부는 "서울과 부산·마산 등 4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모의신용평가에서 3개 의료기관이 BBB 등급을 받았다"고 밝히며 "1000개 의료기관 정도가 채권을 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상윤 정책위원은 "채권을 발행했다고 다 매입되는 것은 아니다"며 "안전성과 수익성이 떨어지는 의료기관에 투자가 활발하겠느냐"고 회의감을 보였다.
이기효 위원 역시 "신용평가가 좋아도 은행보다 금리 1~2% 이득이 있다고 해서 복잡한 평가 절차를 거쳐 채권을 발행할 의료기관이 많을 것 같지는 않다"며 다소 회의적인 전망을 내놨다.
류지형 팀장은 "의료산업선진화위에서 조사해봤더니 의료기관에서 1년미만의 단기대출이 1999년 23.3%에서 2004년 36.1%로 크게 늘었다"며 "의료채권제도는 우선 성장 가능성이 있는 의료기관이 신기술 개발이나 해외환자유치 등 사업을 펼 수 있도록 자금유통 숨통을 터주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중소병원을 위한 저리대출이나 대출시 국가지원 방안 등은 재정경제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공청회는 정부 차원에서의 마지막 의견수렴 절차였고 앞으로 규제개혁심의위원회 심사, 법제처 심사, 차관·국무회의를 거쳐 내년 1월쯤 국회에 제출될 전망이다. 증권거래법 시행령 등 관련법령 개정을 거쳐 실제 법이 공포되는 것은 2009년이나 돼야 가능하다. 그나마 "대선, 총선 등으로 인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류 팀장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