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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자화상 '와인'속에 그렸습니다"
"의료계 자화상 '와인'속에 그렸습니다"
  • 이현식 기자 hslee03@kma.org
  • 승인 2007.12.05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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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순천·김용주정형외과의원

"지난 2001년 우연히 인터넷에서 남미에 살고 있는 '와인'이라는 여인을 알게 됐습니다. 뉴욕에서 대학을 나온 39세의 엘리트였지만 심한 우울증과 거식증을 앓고 있었어요. 그녀와 3개월간 채팅을 한 경험을 작품에 담았지요."

최근 인터넷신문 <데일리안>에 연재되어 주목을 받고 있는 소설 '사이버 연인 와인'의 작가 김용주 원장(전남 순천·김용주정형외과의원)을 작품의 주요 무대가 되는 순천만에서 만났다. 소설 속 주인공 상호는 40대 정형외과 전문의로 김 원장의 캐릭터를 그대로 옮겼다. 상호의 상대역인 '와인' 역시 그가 실제 인터넷에서 대화를 주고 받았던 당시 39세의 여인을 형상화했다. 이 아찔한 러브스토리의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느 부분이 작가의 상상력인지가 우선 호기심을 자극했다.

"작품에서는 여주인공'와인'이 상호를 만나기 위해 남미에서 한국으로 건너옵니다. 그리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지요. 실제로는 3개월 간 채팅을 한 뒤 연락이 끊겼습니다. 지금은 어디 사는지도 몰라요."
 

<소설 와인 줄거리>

상호는 40대 중반의 정형외과 전문의다. 어려운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열심히 노력해 의대를 졸업하고 중소병원 원장이 된다. 출세지향적인 그에게는 모든 일이 잘 풀려나가고 거침없다. 정숙한 아내와 단란한 가정을 꾸린 그는 다른 한편으로는 룸살롱 마담과의 육체적 쾌락도 즐긴다.
어느날 문득 5살 소년 환자를 진료하던 중 삶의 허무를 느낀다. 삶의 활력을 찾기 위해 인터넷 채팅방에 들어간 그는 우연히 머나먼 남미에 사는 '와인'이라는 여인을 알게 된다. 그리고 삶의 희망을 내던지고 죽음을 꿈꾸는 여인에게 자신도 모르고 빠져든다. 급기야 사이버공간에서 영혼의 공감을 느낀 두 남녀는 서로 만나기로 한다. '와인'이 한국으로 돌아와 상호가 있는 순천에 오게 되고, 18시간의 짧은 체류 중 둘은 하룻밤을 함께 보내게 되는데…….

▲ 소설 속 남녀 주인공이 사이버 세계를 뛰쳐나와 실제 만남을 갖고 사랑을 나누는 장소인 순천만을 찾은 김용주 작가.
사이버 사랑의 오프라인 탈출기
작품은 총 45회분으로 11월 30일 현재 27회까지 선보였다. 소설은 메일을 주고 받는 형식과 독백 등 형식적 실험이 가득하고, 감각적인 용어 사용이 돋보인다. 작가에게 작품의 해석을 부탁했다.

"낙오된 남녀가 가장 비인간적인 인터넷을 통해 구원을 받고 삶의 본질을 찾아갑니다. 절망과 절망이 어우러져 희망으로 변하는 것이지요. 또한 온라인에서 했던 사랑이 현실에서 무의미한 것인가 물음을 던지요. 소설 속에서는 분명 오프라인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는 사랑의 의미를 조망하고 싶었다고 했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삶의 의미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의 문제죠. 주인공 상호는 병원을 지어 출세하지만 의약분업과 이후 의료계에 불리한 의료정책으로 파멸하는 과정을 밟습니다. 의료계의 자화상인 셈이죠. 환자를 열심히 진료하지만 안 되는 것을 어떡합니까. 여주인공 '와인' 역시 사랑에 상처받고 옛 남자친구를 만나 불륜을 경험한 뒤 남편과 10년간 잠자리를 하지 않으며 우울증을 겪습니다. 이들의 불행한 모습을 보는 독자에게 '과연 당신은 행복하십니까'라고 묻는 것이죠. 쉽게 답할 수 없을 겁니다."

'와인'은 헌신을 의미
여주인공 이름 '와인'은 헌신을 의미한다고 했다. "포도주를 입으로 마실 수도 있지만, 한 잔의 포도주를 바다에 부음으로써 바다를 적시고 다시 수증기가 되어 자신의 영혼을 적시는 메커니즘도 생각해볼 수 있죠. 즉 바다에 부은 포도주가 결국 사회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작품에서는 성에 대한 탐닉이 구체적으로 그려진다. "조물주가 인간에게 사랑을 준 것은 아름다운 잉태와 출산, 생명과 생명이 이어가는 진정한 의미의 에로스를 부여한 것이지 쾌락을 위해서가 아니지요. 상호의 부인 수희는 현모양처로 아이들을 정성껏 키웁니다. 남편과 관계가 틀어진 '와인'도 자신의 아이들에게는 희생을 아끼지 않고 돌봅니다." 이혼이 만연하고 아이를 버리고 떠나는 현 세태에 대한 작가의 경고인 셈이다.

"상호의 병원은 결국 남의 손에 넘어가게 됩니다. 하지만 상호와 와인 두 주인공이 구원을 얻는 방향으로 글을 맺을 생각입니다. 서로 소유할 수 없지만 버림으로써, 떠남으로써 얻는 사랑의 진정한 행복이지요."

작품 속 주된 배경인 순천만은 몇해 전 모래채취사업으로 자취를 감출 뻔 했다. 그러나 당시 녹색연합 순천지부장을 맡고 있던 김용주 원장은 YMCA 등 시민단체와 순천만 갈대밭 보존위원회를 구성하고 자신이 위원장을 맡아 보존에 성공했고, 지금은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순천의 명물이 됐다. 김 원장은 순천의료원장과 <데일리안> 논설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저서로 <녹차 한잔 하실까요> <소설@와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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