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패러다임 바뀌어야
건강보험 패러다임 바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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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2.12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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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충헌(KBS 의학전문기자)

지난 10년간 IMF 사태를 거치면서 한국사회는 급속히 변했다. 무엇보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안정적인 직장을 추구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교사와 공기업, 전문직종의 인기가 상종가다. 또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기개발과 안정적인 노후에 대한 관심도 높다. 부동산·주식 등 재테크에 대한 지식은 필수이고, 가장 큰 자산인 건강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이처럼 지난 10년 동안 사회적 변화의 물결은 무척 거세다. 그럼 의료제도는 어떨까?

올해로 30주년을 맞는 건강보험제도는 의료의 접근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세계적인 수준이다. 시골에 사는 촌로도 얼마든지 최고의 의료진과 시설을 갖춘 유수의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의료 접근성에 대한 불평등은 거의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강보험 덕분에 아파도 경제적 이유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국민은 이제 사라졌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도 그리 부족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지난 30년간 꾸준히 보장성을 강화해 온 덕택에 암 등으로 인해 집안이 풍비박산 나는 경우도 많이 줄었다. 비록 치료에 너무 치우친 면은 있지만, 건강보험이 질병의 부담으로부터 국민을 자유롭게 한 것은 사실이다. 누구나 아플 때 병원을 찾을 수 있고, 비교적 저렴한 비용에 세계적 수준에 뒤지지 않는 의료를 제공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건 우리 국민에게 행운이다. 때문에 이런 건강보험제도가 잘 유지되고,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그러나 동전에 양면이 있듯 우리 건강보험제도도 여러 가지 모순을 안고 있다. 먼저 양적 성장에 치우치다 보니 서비스의 질을 제고하지 못했다.

지난 10년간 개인의 가치와 다양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사회 분위기는 바뀌었는데, 건강보험은 여전히 획일적인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함에 따라 건강보험에 대한 만족도는 바닥을 헤매고 있다.

더 많은 비용을 들이더라도 의료진으로부터 여유 있게 진찰을 받고 충분한 설명을 듣고자 하는 의료수요가 있는가 하면 현재의 의료비도 감당하기 힘든 사람들이 있다. 이런 다양한 욕구를 획일화된 건강보험 체제 안에서는 만족시키기가 어렵다. 따라서 고급 서비스를 원하는 일부 계층과 저렴하면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질이 보장된 의료서비스를 바라는 대다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체계는 분리될 필요가 있다. 고급 의료와 필수 의료 서비스로 나누고, 고급 의료에 대한 보장은 개인의 몫으로, 필수 의료에 대해선 국가가 보장하는 쪽으로 제도를 바꾸어 나가야 한다. 건강보험의 틀 안에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은 재정적인 여건상 가능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필연적으로 하향 평준화를 부를 수밖에 없다.

급격한 고령화와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올해에 벌써 3700억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국민 건강의 파수꾼 역할을 더욱 충실히 하기 위해서도 건강보험제도는 더욱 튼튼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보험재정에 대한 장기적인 설계가 필요하다.

민영 의료보험을 일부 인정해 고급 의료에 대한 수요를 개인이 책임지도록 하면 고급 의료에 대한 욕구도 만족시키면서 건강보험 재정의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물론 필수 의료 항목은 국가가 더욱 철저히 보장해 주는 방향, 즉 보장성 강화 정책은 지속적으로 이행되어야 한다. 지난 30년 동안 획일적인 방식으로 평준화를 추구해온 의료 서비스 제도, 더 이상 의료 공급자와 소비자의 희생을 담보로 한 재정 안정은 불가능하다.

보험자 역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의 노력이 필요하다.

또 다양성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만큼 건강보험도 그 틀을 확 바꾸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chleemd@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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